진정한 포르쉐 마니아라면 아마 스티브 맥퀸 주연의 영화 ‘르망(Le Mans, 1971)’을 적어도 한 번 이상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레이싱은 인생의 모든 것이며, 나머지는 레이스를 기다리는 시간일 뿐”이라는 극 중 스티브 맥퀸의 대사를 기억한다면, 이 차 또한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르망에서 포르쉐 917은 서킷을 달리는 스티브 맥퀸의 분신이며, 단순한 차량이 아닌 배우 이상의 카리스마를 품고 주인공격 존재로 등장한다. 그리고 포르쉐 917은 실제로 1971년 르망24시에서 페라리를 꺾고 원투 피니시를 장식하며 레이스를 지배했던 차다. 

물론 포르쉐 917 오리지널 차량은 박물관이나 기록사진을 통해서 만날 수 있지만, 이 차를 타고 서킷을 달리는 것이 꿈이었다면 그저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플리카라도 소장할 수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줄을 설 사람의 수는 적지 않으리라. 

어쩌면 영국의 아이콘 엔지니어링(http://www.icon-engineering.co.uk)이 포르쉐 마니아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아이콘 엔지니어링은 오는 2월 23일 열리는 런던 클래식카 쇼에서 포르쉐 917의 레플리카를 선보일 계획이다. 

놀랍게도 아이콘 엔지니어링은 오직 포르쉐 917만을 바라보고 탄생한 회사다. 회사소개에 따르면 창립자인 데이비드 이튼(David Eaton)과 이안 왁스텝(Ian Wagstaff)은 1970년 4월 13일 BOAC 1000km 내구레이스를 참관하던 중 포르쉐 917에 반해버렸는데, 그들은 록스타나 금융계의 거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차를 실제로 소유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설립해 포르쉐 917k를 완벽하게 복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오리지널 917 레이스카의 셸을 구입한 이들은 917의 설계를 참고해 강관 스페이스프레임을 직접 제작하고, 정교하게 셸을 복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지금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파워트레인은 오리지널 포르쉐 917의 수평대향 12기통 공랭식 엔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엔진을 탑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커다란 엔진룸을 갖췄기 때문에 이론상 다른 대부분의 엔진을 탑재할 수도 있다고. 아이콘 엔지니어링은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해 917의 전기차를 만드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말한다.

아이콘 엔지니어링은 이 917 레플리카를 롤링 섀시 키트의 형태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 키트에는 섀시와 라미네이트 글라스 윈도우, 마그네슘 휠, 서스펜션, 브레이크, 대시보드와 각종 전기장치가 포함된다. 섀시 키트의 가격은 9만 5,000파운드로 예정되어 있다. 

파운드화가 폭락했음에도 우리 돈으로 1억 40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물론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차고에서 뚝딱거리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장난감이고, 완성된 자동차가 아니기에 엔진에서 배기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추가로 지출해야 할 비용은 천정부지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917 레플리카는 오리지널의 ‘현실적인’ 대안이다. 오리지널 917은 100만 파운드 정도로는 살 수 없으니 말이다. 꿈을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까? 물론 이 금액이 비싼지 아닌지를 정하는 기준은 포르쉐 917을 소유하고 싶다는 여러분의 꿈의 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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