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외치는 것이 있다. 바로 ‘교육’이다. 왜 모터사이클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이들이 교육에 관심을 둘까? 좀 더 넓게 생각해보자. 그들이 판매하고 있는 모터사이클이라는 제품은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탈 것이기 때문이다.

얼핏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굳이 판매하는 사람이 그런 문제까지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 있나?’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1년의 행보만 놓고 봐도 그렇다. 과연 이것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던 이들이 하나씩 조용해지고 있다. 그만큼 이들은 실천을 통해 노력해왔다.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탈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모터사이클을 구입하지 않을까? 간단한 원론에서 시작한 문제지만, 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고민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비용이 필연적으로 들기 때문이다. 기초 교육 3번, 레이싱 교육 3번,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해 수시로 열리는 키즈 라이딩 스쿨까지. 지금 시점에서 이들이 해 온 의미깊은 발자국을 지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은 제 3자의 입장에서 취재를 해왔지만, 이번에는 시점을 바꿔 직접 교육생의 한 명으로서 체험해보기로 했다. 이번에 참가한 YRA 교육은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리는 레이싱 스쿨이다. 강사로서 야마하 본사 전문 교육을 받은 국내 인스트럭터들과, 바다를 건너온 WGP출신의 인스트럭터의 주도 아래 트랙에서의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라이딩 스쿨이 시작됐다.

YRA의 기본 모토는 변함이 없다. ‘안전하고 즐겁게 모터사이클 타기’다. 긴장한 교육생들 앞에 서서 이점을 누차 강조하는 카토 요시아키 강사는 전직 월드 그랑프리 레이서다. 전일본 선수권, 스즈카 내구레이스는 물론 WGP GP125에서 야마하 웍스 소속으로 트랙을 달린 인물이다. 벌써 20년 전 일이라며 손사래치는 푸근한 인상과 잘 연결되지 않지만 바이크에 오르면 전혀 다른 사람같다.

이른 오전부터 이론교육이 시작되지만 아무도 피곤한 기색이 없다. 교육을 받고 싶어 이 먼 곳까지 온 것만 해도 그들의 라이딩에 대한 열정을 가늠할 수 있다. 기초교육 과정은 장애물을 이용해 공터에서 진행되는 기본 라이딩 교육이다. 가속과 감속은 물론 선회의 기본 요령, 라이딩 포지션 잡기부터 가르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자신의 바이크로 한다는 점. 안전하게 타기 위해서는 남이 타던 교육용 바이크보다 자신의 바이크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트랙 라이센스 교육을 하고 오후부터는 이번 교육의 백미인 트랙 레이싱 교육이 이루어 졌다. 태생적으로 트랙은 레이스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일반적인 도로에서 연습할 수 없는 고속영역에서의 컨트롤을 기를 수 있다. 또한 일반도로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안전하다. 매 코너에 안전지대가 있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이나 불법 유턴 차량도 없다.

점심 식사 후 간단히 코스설명에 들어갔다. 인제 스피디움은 산을 깎아 만들었으므로 고저차가 매우 심한 트랙이다. 이런 곳이야말로 일반 도로환경에 더욱 가깝기 때문에 교육장소로 아주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인제 트랙을 달려본 경험은 여럿 있지만 오늘은 알고 있던 모든 사항을 원점으로 돌리고 강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실전 주행 교육이 시작됐다. 인스트럭터들은 모터사이클의 체급에 따라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눴다. A조는 쿼터급인 YZF-R3가 가득했고, 투어링 바이크인 FJR1300 등이 포함됐다. 기자는 네이키드 바이크 MT-10과 MT-07을 타고 B조에 배정받았다. 주로 탔던 MT-07은 미들급 배기량 엔진을 품었지만 한 품에 쏙 들어와 어느 속도에서도 다루기가 간편한 모델이다.

첫 번째 시간은 강사의 뒤를 바짝 따라 달리면서 강사가 그리는 라인을 함께 하는 것이다. 즉, 베스트 라인을 따라 달리면서 달릴 수 있는 도로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같은 구간을 바라봐도 라인을 최적화해 달리는 것과 아무 생각없이 대강 달리는 것은 안전에 큰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같은 면적의 도로라도 보다 넓게 쓰며 달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다. 맨 앞에 카토 요시아키 강사가 달리고, 그 뒤로 교육생이 기차놀이를 하듯 따라 달리면서 라인을 유심히 따라 달린다. 그리고 한 바퀴를 다 돌아 직선 코스에 접어들면 강사 바로 뒤에 달리던 교육생이 대열 맨 뒤로 따라붙어 다음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명씩 강사의 바로 뒤를 따라 달릴 수 있다.

가장 뒤에서 출발했던 기자의 순서가 됐다. 강사의 움직임을 보고자 최대한 바짝 따라붙었다. 그가 갑작스러운 조작을 하리라고 염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수가, 반 바퀴도 아직 안 돌았는데 여러 가지로 충격적이었다. 1번 코너에서 속도를 크게 줄였던 기자와 달리 강사는 브레이킹 포인트가 굉장히 멀었다. 그런데 이미 그는 기울여 돌아가고 있었다. 즉, 감속하면서 최대한 부드럽게 코너를 완만하게 만들어 달리는 것이다.

일단 기자는 습관대로 달렸다. 잘못된 점을 찾고 싶었다. 뒤에서 본 카토 강사의 라인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하드 브레이킹을 하는 기색이 없었다. 물론 속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어디서 가속을 하고 감속을 하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마치 바이크 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숨죽여 그를 따라 달렸던 한 바퀴를 마치고 맨 뒤로 붙었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강사를 따라 한 바퀴 달렸던 교육생들의 페이스가 놀랍게 빨라진 것이다. 첫 바퀴처럼 허둥대는 기색도 없었다. ‘이 사람들 정말 이 트랙을 처음 달리는 것이 맞나’ 싶을 만큼 달라졌다. 속도가 빨라진 만큼 위험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라인이 이렇게 영향이 컸던가 싶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랩을 다 돌고 피트로 돌아온 교육생들은 놀라운 얼굴이었다. 평소 생각하고 달렸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카토 강사는 이에 대해 다시 요점을 짚어주었다. 교육생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같이 코너를 보면 끝 지점까지 가서 강하게 브레이킹을 하고 한순간 심하게 눕혀 선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노면에 따라 위험요소가 많을 뿐더러 달리는 거리를 크게 늘릴 뿐이라고 했다. 선회 시작을 좀 더 일찍해도 괜찮다고 했다. 뒤를 따라 달려보니 무슨 뜻인지 알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처음부터 부드럽고 미세하게 기울여야 했다. 기울이는 것은 최대한 신속하게 끝내는 것이 좋다는 여태까지의 생각과는 정 반대였다.

이번에는 카토 강사가 새로운 방법으로 달리자고 했다. 한 명씩 라이딩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교정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본인이 하던 대로 자유롭게 트랙을 달리면 강사가 뒤를 쫓아가며 잘못된 점을 파악하고, 교육생 앞으로 가 잘못된 포인트를 교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달리라는 말에 헬멧 끈을 바짝 조였다. MT-07은 레이싱 머신이 아니지만 포텐셜을 끝까지 끌어낼 생각이었다. 트랙에 진입해서 카토 강사가 달렸던 라인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높여갔다. 열심히 달리다보니 카토강사가 뒤에서 보고 있는 줄도 몰랐다. 직선 구간이 등장하자 MT-10을 탄 강사가 추월해 험프 아래로 손을 흔들며 바짝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기회였다.

그렇게 그랑프리 선수와의 1:1 강의가 시작됐다. 해봐야 한 두 랩뿐 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뒤를 바짝 쫓았다. 생각했던 대로 그는 보통 생각했던 시점보다 10미터씩은 일찍 기울이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연석 가까이로 바짝 붙여 달렸다. 트랙은 이리저리 굽어있었지만 우리가 달리는 라인은 거의 직선에 가까웠다. 달리면서 매 코너마다 ‘유레카!’를 외쳤다. 혼자 달릴 때 숱하게 긁히며 듣기 싫은 쇳소리를 냈던 풋 스텝이 땅에 닿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도 훨씬 빨랐고, 바이크의 거동은 간결했다. 

한 조에 6명씩 배치된 교육생은 모두 그렇게 황금같은 코칭 랩을 달리면서 온몸으로 1:1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10년 넘게 달려온 라이딩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런 교육을 야마하 교육생 모두가 받고 있었다. 그들도 감흥은 비슷했다. 즐겁게 달리면서 동시에 깊이 배우고 있다는 느낌에 감동하고 있었다. 사방이 통제된 레이싱 트랙이기에 가능한 경험이었다.

교육이 끝나고 교육생 모두에게 수료증이 주어졌다. 대단한 장식품은 아니지만 의미는 컸다. 라이더 인생을 통틀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행사가 끝난 뒤 아직 레이싱 슈트도 벗지 못한 카토 강사를 붙잡고 이야기를 나눠봤다.

RM_ 주행했을 때 내가 달린 것을 기억하는가? 나쁜 점이 있다면 조언 부탁한다.
카토_ 기억한다. 교육생치고 매우 잘 타고 부드럽게 탔다. 치명적인 나쁜 점은 없었다. 다만 약간 수정할 부분이라면 다른 교육생에게도 주의시켰듯이, 코너에서 진입이 다소 늦다는 점이다. 조금 더 일찍 기울여도 좋다. 가속, 브레이킹 모두 부드럽고 안정적이었지만 기울이는 포인트가 늦고 헤어핀에서 바깥부터 너무 크게 돌아 진입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 그 외에는 문제가 없었다. 어떤 교육생의 경우에는 뒤에서 따라 달리다보면 불안한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물어보겠다. 내 뒤에서 따라 달려보니 어떻던가?

RM_ 실은 상당히 흥분됐다. 일단 어떻게든 따라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은 20년 전이라 해도 그랑프리 선수 아닌가. 기자이기 전에 모터사이클 마니아로서 감흥이 달랐다. 바로 뒤에서 달려보니 당신이 탄 모터사이클은 모든 움직임이 부드럽다고 느꼈다. 달리는 라인이 아주 타이트하다고 느꼈다. 특히 기울이고 세우는 과정이 무단계로 보였다. 그대로 당신 뒤로 그 이상 멀어지지 않고 따라 달렸다는 데 의의를 둔다.(웃음) 다시 질문하겠다. 다른 나라에서도 라이딩 강의를 할텐데 한국의 라이더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나? 

카토_ 나는 아시아권을 주로 돌며 교육하고 있는데, 레이싱 트랙에서 달리는 것 이외에 교육적인 면에서 이렇게 집중한 적은 많지 않았다. 다만 라이더의 성향이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비슷한 것 같다.

RM_ YRA 테마는 ‘안전하게 도로에서 달리는 것’이 목표인데, 왜 레이싱 트랙에서 교육하는가.
카토_ 레이싱 트랙에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로보다도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교육은 물론 일반 와인딩 코스에서 할 수도 있다. 다만 전도 사고가 났을 때 피해가 매우 커질 수 있다. 코스는 비슷하지만 안전 면에서 도로와 트랙은 완벽히 다르기 때문이다. 안전을 기반으로 설계한 레이싱 트랙을 활용해서 평소에 이론으로 배운 것을 테스트하고 실행해보기 좋을 것이다.

카토_물론 레이싱 트랙은 스포츠 주행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 주행 속도나 페이스가 높아 위험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을 위해 함께 달리는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달리라는 것이 아니다. 라이딩 시 위험 요소를 알려주고 하면 안 되는 행동을 교육하면서 달리기에 문제없다.

RM _커리어에 대한 질문이다. 당신은 선수경력이 화려하지만 지금은 교육자이자 강사 생활을 하고 있다. 어떤 기분인가.
카토_나는 어릴 때부터 레이스를 시작했다. 달리는 것과 레이싱 서킷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레이스는 즐겁지만 위험한 스포츠라는 것도 잘 안다. 사고로 동료들을 잃기도 했다. 모터사이클 레이스란 재미있지만 한편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터사이클은 재미있는 탈 것임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보다 더 안전하게 즐겨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 

카토_ 개인적으로 본다면 내 연령에 아주 시기적절하다고 본다. 만약 내가 레이서를 은퇴하자마자 30대 정도에 교육자로 전향했다면, 글쎄... 빨리 달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것이다. 안전보다는 열정이 앞섰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 나이에 교육자의 길을 걷는 것이 최적인 것 같다.

카토_ 앞으로도 야마하가 나와 함께 일하겠다면 언제까지라도 협조하고 싶다. 나는 레이서 출신이지만 레이싱 스킬을 가르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하는 레이서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에서조차 빠르게 달린다기보다도 바이크의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해 가르친다. 인도네시아는 작은 바이크가 활성화됐다. 교육 없이 타다보니 선수라 해도 잘못 알고 있거나 느낌으로만 달리는 친구가 많다. 교육이 안 되어 있어 발현이 되지 않고 있는 그들의 재능을 키우고 싶다. 

YSK가 주도하는 이 교육은 모터사이클 라이더라면 누구나 받으면 유익한 교육이다. 기초교육과정은 물론 트랙에서 자유롭게 달리며 교정하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시간은 길지 않지만 라이더로서 인생을 살아간다면 이정도 경험은 한 번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내비친 뒤 한 번도 어김없이 YRA 라이딩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YSK. ‘우리 고객이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타도록 가르치자’는 외침은 틀리지 않았다. 많은 야마하 라이더가 그렇게 느끼고 있고, 야마하를 타지 않는 라이더까지도 주목하고 있다. 내년에도 충실한 커리큘럼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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