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는 모터사이클 레이싱이 GSX-R DNA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스즈키에 수년간 이어져온 주문은 매우 단순했다. 일요일에 레이스가 있으면, 월요일에 팔렸다. GSX-R 시리즈가 레이스에서 포디움에 오르면 곧바로 판매 실적이 크게 뛰었다는 이야기다.

 

고객은 자연스럽게 신뢰도가 쌓이면서 강한 인상이 남는다. 그로 인해 일반적인 마케팅이나 광고를 하지 않아도 큰 구매 효과를 만들어 냈다. 이런 결과는 스즈키가 하루아침에 만든 일이 아니다. GSX-R은 수년간 진화를 거듭하였고 레이스에서 그 성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2009년 사이에 스즈키는 좋은 실적을 올렸다. 북미 슈퍼바이크 레이스에서 성과가 컸기 때문이다. AMA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에서 맷 믈라딘과 벤 스피스가 11시즌 동안 10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에 우승을 포함해 총 13개의 AMA 슈퍼바이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월드 내구레이스 챔피언십은 성능 뿐 아니라 내구성 등 여러 면에서 머신의 한계점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경기다. 때문에 머신은 종합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완성도를 갖춰야만 포디움에 올라설 수 있다.

 

월드 내구레이스 챔피언십은 대중에게 슈퍼바이크 완성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여러 설명 보다 단순하게 머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GSX-R은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서도 8번의 우승을 포함하여 지난 14년간 10회의 시즌 챔피언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단일 모터사이클 기준으로 스즈키의 GSX-R은 전 세계의 레이스 및 챔피언십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스즈키 엔지니어링 그룹에서 GSX-R은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수 년 간 근무해온 스즈키의 섀시 엔지니어 아키마사 하타나카 씨는 “GSX-R 모델명을 가진 기종이 개발에 들어가면, 그 목표가 무엇인지 모두 잘 알고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즉 레이스에서 이겨야만 하고, 그래야만 팔려나간다는 법칙을 기본에 염두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스포츠 클래스라면 최고의 성능이 아니면 금방 사장되어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즈키는 에스파가로와 비냘레스가 완전히 새로운 GSX-RR과 함께 MotoGP에 복귀하며 GSX의 유산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양산 슈퍼바이크로 펼치는 WSBK나 AMA 등 지역레이스에서 선전하고 내구레이스 챔피언을 획득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한 대의 프로토 타입 머신으로 브랜드의 이름을 걸고 승부하는 MotoGP에 복귀를 결정한 것은, 스즈키의 레이싱에 대한 열정이 GSX-R을 첫 탄생시켰던 옛날과 다를 바 없다는 증거다.

 

때마침 이번 국제 모터쇼에서 2017년형 GSX-R1000이 공개된 상태다. 30년 동안 축적된 내구 레이스와 MotoGP에서 쌓아온 데이터로 완성된 모델이기에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풀 체인지 된 999cc 4기통 수랭식 DOHC 엔진으로 중저속 범위의 출력을 손실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고회전 출력 역시 향상시켰다. 역시 기본을 지키면서도 진화하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

 

스즈키는 신형 모델에 대해 새로운 신설계 알루미늄 프레임을 적용했고 중량 감소와 높은 강성을 동시에 완성 시켰다고 했다. 또 역대 GSX-R1000 중 가장 가볍다고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프로토 타입 GSX-RR로 증명된 공기 역학 설계를 입힌 풀 카울링은 코너링 및 고속주행 성능을 더욱 높였다.

 

이번에 도입된 서스펜션은 별도 가스 챔버식 유압 도립 포크를 사용, 부드러운 주행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리어 서스펜션 역시 경량화를 시켜 중량을 낮췄다. 업/다운 오토쉬프팅 트랜스미션을 바탕으로 경쟁모델이 갖추고 있는 다양한 전자장비를 모두 담아 안전성과 편의성을 늘렸다. 일제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전자장비 도입에 대해 폐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가졌던 스즈키가 신형 GSX-R1000을 통해 크게 변모한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짧게나마 GSX-R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 봤다. GSX-R을 보면 30년 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쟁쟁한 일본 4대 브랜드 스즈키, 혼다, 야마하, 가와사키와 경쟁하며 지금까지 고성능 슈퍼스포츠 머신의 명맥을 이어 온 이유를 알 수 있다. 모든 모터사이클이 그렇겠지만 GSX-R은 스즈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머신이고 독특한 열정과 역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2년 GSX-R1000

하마마츠에 위치한 스즈키 본사의 최고 테스트 라이더 유이치 나카시마는 27년 스즈키 테스트 라이더로 근무하고 있다. 그중 25년을 GSX-R과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라이더로서 매우 행복한 점이라 생각한다. 스즈키와 GSX-R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GSX-R은 내 인생이다.”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GSX-R의 DNA 진화 과정에는 스즈키의 구성원들 역시 중요한 원동력인 걸 알 수 있다.

 

이렇듯 GSX-R은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 바이크를 만든다는 그런 의미가 아닌 그들만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와 목표를 세웠고 GSX-R의 진화는 그들도 함께 진화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GSX-R이 30년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성숙해져갈지 느낄 수 있었다. 모터사이클의 변화는 혁신이 아닌 진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바로 GSX-R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옆엔 GSX-R을 사랑하고 항상 도전과 진화를 꿈꾸는 스즈키의 열정이 넘치는 팀원들이 있기에 미래는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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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성엽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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