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드벤처 바이크의 상징 ‘아프리카 트윈’. 혼다는 가장 큰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내년 초 판매를 앞두고 있다. 진정 온/오프로드 겸용 바이크의 최강자를 꿈꾸는 아프리카 트윈의 부활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어드벤처 바이크 추종자들 사이에서 이 모델의 등장 여파는 상당하다.
‘진정한 모험’이라는 의미를 품은 아프리카 트윈 신형 모델은 일반적으로 양산 판매되는 어드벤처 바이크들 사이에서는 온로드 대비 오프로드 성능이 크게 높다. 비중을 따지자면 거의 정확히 50:50의 비중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온/오프 성능을 균등 분배했다. XRV750 아프리카 트윈이 그랬듯 단지 멋을 위한 어드벤처가 아니라 어떠한 땅이라도 밟고 지날 수 있는 저력에 집중했다.
엔진은 998cc 병렬 2기통 수랭 방식이다. 혼다는 CRF250R/450R이 가져다 준 레이스 경험을 토대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신형 아프리카 트윈에는 레이서의 그것과 같은 4밸브 콤팩트 유니캠 헤드 디자인을 적용했고, 경량화 된 캠 샤프트는 슈퍼바이크 CBR1000RR와 같은 재료를 썼다. 온/오프로드 바이크의 최강자들이 가진 장점을 고루 배합한 것이다.
진동을 상쇄하는 밸런스 샤프트를 적용해 병렬 2기통 대형 피스톤이 주는 단점을 줄이고, 270도 회전 배치된 크랭크샤프트가 주는 고마운 트랙션 필링만을 남겼다. 그 결과 토크 특성이 서서히 오르는 드라마틱한 연출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한계 회전 영역 끝까지 돌려도 전혀 주춤거림 없이 끈기 넘치는 특성으로 다듬었다.
경량 6단 기어 박스는 오프로드 머신 CRF250R과 450R과 같은 쉬프트 캠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다운쉬프트 시 클러치판을 미끄러뜨려 타이어 접지 방해를 막는 슬리퍼 클러치도 함께 담았다.
섀시 개발 팀은 매일타도 흥미로운 올라운더 바이크를 만들기 위해 3가지에 집중했다. 그러기 위해 오리지널 아프리카 트윈 XRV750을 탐구했다. 목표는 명료했다. 첫 째, 오프로드 퍼포먼스를 충분히 매만질 것. 둘 째, 투어링을 편안히 수행할 것. 셋 째, 도심에서 매일 타도 친숙한 손쉬운 조종성, 즉 논 스트레스 머신으로 완성하는 것 이었다.
강철로 만든 세미 더블 크래들 프레임은 짐을 가득 실은 채로도 고속 주행 시 높은 안정감을 유지해야했다. 또 오프로드도 마찬가지로 짐 무게까지 고려하더라도 늘 가벼운 움직임을 확보해야 했고, 최대한 체력과 집중력을 덜 소비해도 손쉽게 조종할 여지가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량 집중화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었다. 예를 들어 배터리 패키지를 실린더 헤드 바로 뒤에 배치한 것은 저중심 설계를 위한 수많은 방편 중 하나다.
긴 길이의 쇼와 제 도립 포크는 모든 영역에 있어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듀얼 래디얼 마운트 니신 제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는 310mm 웨이브 타입 디스크 로터와 맞물려 스포츠 바이크에 준하는 성능을 가진다. 쇼와 제 리어 쇽은 스프링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고 CRF450R 랠리 버전 모델과 동일하게 앞바퀴에 21인치 대구경 휠을, 뒷바퀴에 18인치 휠을 장착했다. 각각 타이어 사이즈는 90/90-21과 150/70/18로 랠리 경주용 사양과 같다. 물론 랠리 사양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사람이 타느냐에 따라 퍼포먼스는 크게 달라진다. 아무튼 머신은 순정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본격적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
바디 디자인의 테마는 ‘끝없는 모험’이다. 스타일을 터프하게 유지하면서도 경량을 위해 페어링을 최소한의 면적으로 줄이는 것도 애초에 목표한 쉬운 조종성에 가까워지기 위한 것이다. 특히 프론트 페어링은 다양한 날씨 변화에도 신체를 보호해야 하지만 그 와중에도 라이더가 느끼기에 가능한 한 작고 부담 없는 사이즈로 유지했다. 호랑이 눈매와 닮은 듀얼 헤드라이트는 오리지널 아프리카 트윈의 듀얼 램프 모양을 유산삼아 이어받았다.
적잖이 높은 시트고는 850~870mm로 조절할 수 있다. 연료탱크에 넣을 수 있는 휘발유는 18.7리터로 높은 연료효율을 기대한다면 생각보다 먼 거리를 재 급유 없이 주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오프로드를 병행 주행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트랙션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빅 어드벤처 바이크에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은 아프리카 트윈도 충분히 갖췄다. 3단계 조절되는 HSTC(Honda Selectable Torque Control)와 OFF 가능한 ABS가 그것인데, 안타깝게도 저렴한 기본형 모델에는 둘 다 해당사항이 없다. DCT와 ABS버전에는 기본 장비되어 있다. 국내에 수입된다면 어떤 버전이 들어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탑재될 DCT(Dual Clutch Transmission)는 아프리카 트윈의 큰 경쟁력이다. 적어도 본격적인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 중에서는 그렇다. 세그먼트 내 이렇다 할 경쟁모델이 없는 테크놀로지다. 왼쪽 핸들 그립 옆에 준비된 버튼을 눌러 손가락으로 툭툭 기어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원한다면 S모드 혹은 D모드로 오토매틱 주행을 즐길 수도 있다. D모드는 자동차에 흔하게 쓰이는 듀얼클러치와도 비슷한 느낌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연료를 소모하며 동시에 아주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다. 아마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한 장거리 여행을 다닐 때 썩 맘에 들 것 같은 기능이다.
이게 다는 아니다. 스포츠 모드인 S모드는 세부적으로 S1, S2, S3모드 중 부가 선택할 수 있는데, 변속 패턴이 각각 다르다고 한다. 또 어떠한 모드에서라도 G스위치를 눌러 활성화 하면, 한결 더 민첩하고 매서운 반응으로 맵핑을 바꾼다. 혼다는 이 G스위치로 하여금 엔진 필링을 빡빡하게 조여 오프로드 주행할 때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믿음은 가지만 출시 후 직접 타봐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다.
국내에 출시한 DCT 모델로는 스쿠터이고 싶은 매뉴얼 바이크, 인테그라가 있다. 어드벤처 바이크와 DCT의 조합은 혼다가 상상한 또 새로운 차원의 어드벤처(모험)다. 창반 양론이 있지만 과연 이 새로운 조합으로 새로운 어드벤처 투어링 세계를 열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의 명기로 불려온 아프리카 트윈의 후속작인만큼 페인팅도 이어받아 오리지널리티 가득한 레드/화이트/블랙 조합의 다카르 랠리 버전이 메인 컬러다. 아주 멋지지만 조금 촌스럽다고 생각한다면 무난한 실버 컬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신형 아프리카 트윈 CRF1000L은 흥행여부를 떠나 여러모로 상징성이 깊어 혼다의 차기 심볼이나 마찬가지다. 출시 자체로도 의미가 충분하다. 안타깝지만 혼다코리아의 수입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글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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