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대부분의 남자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두 가지를 고르라면 아마 자동차와 로봇이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 이는 절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다. 쇼핑몰의 장난감 코너에서 자동차와 로봇을 진열대에서 빼고 나면 절반 이상이 텅 빌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분명 어른아이를 떠나 남자들이 스크린에 푹 빠지게 만들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감독이 누구고 배우가 누구냐를 떠나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가 커다란 화면 가득 채우며 화끈한 액션을 펼치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속이 후련해진다.

영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의 개봉이 이제 1달이 채 남지 않았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새로운 등장인물과 디자인이 바뀐 오토봇, 다이노봇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다. 이참에 지금까지 트랜스포머에 등장한 자동차들과 새롭게 등장할 자동차들을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옵티머스 프라임의 피터빌트 379

트랜스포머의 ‘로봇 주인공’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옵티머스 프라임이라고 말할 것이다. 자동차가 등장하는 많은 영화들이 화려한 스포츠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옵티머스 프라임은 트럭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비중 있는 주인공 역을 맡고 있다. 참고로 트랜스포머 원작 코믹스의 설정 중 하나로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원래 평범한 노동자 로봇이었으나 스승인 센티넬 프라임의 가르침을 받아 오토봇의 지도자로 재탄생 했다는 내용도 있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모태가 된 자동차는 미국 피터빌트사의 379 트럭이다. 영화에서는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트럭으로 등장하며, 불꽃무늬의 차체 컬러를 비롯하여 크롬 도금 장식과 거대한 범퍼플레이트 등으로 커스터마이즈된 차량이 등장했다. 피터빌트 379 트럭은 1987년 등장해 2007년까지 약 20년간 생산된 장수모델로, 탑재된 엔진과 옵션 등에 따라 수많은 변종과 커스텀모델이 존재한다. 미국의 엔진메이커 캐터필러, 커민스, 디트로이트디젤이 만든 인라인 6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한다. 엔진의 최대출력은 모델에 따라 다른데 디트로이트디젤 시리즈60엔진 탑재모델의 경우 400마력에서 665마력 이상을 낸다.

: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예고편에 등장한 마몬 97 세미트럭. 상처 입은 옵티머스 프라임이 변신한 모습이라는데….

사실 트랜스포머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 원작 코믹스의 팬들은 옵티머스 프라임의 디자인에 대해 많은 불만을 토로했었다고 한다. 원작 코믹스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은 플랫노즈 타입의 캡 오버 트럭이 변신하는 형태였지만, 피터빌트 379는 노즈가 튀어나온 컨벤셔널 타입 트럭으로 모양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예고편 영상에는 원작 이미지에 가까운 낡은 트럭이 하나 등장한다. 아마 원작에서의 옵티머스 프라임의 모습을 의식한 연출이 아닐까?

웨스턴 스타 세미트레일러, 새로운 옵티머스 프라임?

그런데 마이클 베이 감독은 작년 여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한 트럭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이 트럭을 새로운 옵티머스 프라임이라 밝혔는데, 일단 전신을 화려한 불꽃 무늬로 감싼 모습만 보아도 그 이외의 다른 존재를 상상할 수가 없다. 전작에서의 옵티머스 프라임이 다소 각지고 딱딱한 느낌이었다면, 새로운 옵티머스 프라임은 보다 유선형의 둥근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래서일까,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예고편 영상에 등장한 옵티머스 프라임이 로봇으로 변신한 모습도 다소 슬림하고 샤프한 몸매로 변한 느낌이다.

: 웨스턴 스타 4900

새로운 옵티머스 프라임의 모체가 된 웨스턴 스타는 다임러 트럭 노스아메리카 산하의 미국계 트럭 메이커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옵티머스 프라임 역으로 등장하는 트럭은 웨스턴 스타 4900 세미 트레일러 모델로 전작의 피터빌트 트럭과 마찬가지로 커스텀 디자인을 적용했다. 크고 육중한 범퍼와 후드를 비롯해 날개모양으로 뻗은 배기파이프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이미지에 맞게 손보았다. 물론 마무리는 프론트 그릴 중앙의 오토봇 엠블럼이 장식한다.

웨스턴 스타 4900 트럭에는 디트로이트디젤이나 커민스의 디젤 엔진이 탑재되며, 모델에 따라 450마력에서 600마력의 최대출력을 낸다. 웨스턴 스타와 마이클 베이 감독은 옵티머스 프라임에 어떤 엔진이 탑재되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물론 옵티머스 프라임의 힘이 ‘불과’ 몇 백 마력일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우주에서 온 현상금 사냥꾼 ‘락다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한편 현재 공개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의 티저 영상과 포스터에는 주인공을 능가하는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머리를 빅 캐논으로 형태를 바꿔 옵티머스 프라임을 일격에 쓰러트리는 강력한 힘을 가진 트랜스포머로, 이름은 락다운(Lockdown)으로 알려졌다. 트랜스포머 코믹스의 설정을 참조하자면 락다운은 원래 오토봇 측의 트랜스포머였으나 가슴의 오토봇 마크를 지우고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 용병처럼 우주를 떠돌아다닌다.

원작 코믹스에서 락다운은 머슬카가 변신하는 트랜스포머였지만, 영화에서는 아벤타도르 LP700-4 쿠페가 변신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코믹스에서 옵티머스 프라임 뿐 아니라 다수의 오토봇 전사들과 대등한 전투를 펼친 것으로 보아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서도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끄는 오토봇의 강력한 맞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벤타도르 LP700-4 쿠페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메이커 람보르기니가 2011년 첫 선을 보인 슈퍼카다. 엔진은 미드십 6.5리터 자연흡기 V12를 장착했으며, 모델명이 암시하듯 700마력이라는 어마어마한 최대출력을 자랑한다. 엔진 출력만 본다면 옵티머스 프라임의 웨스턴 스타 세미트럭을 능가했다. 어쩌면 옵티머스 프라임보다 훨씬 작은 체구에도 대등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벤타도르는 강력한 엔진에 기반 한 가속성능 뿐 아니라 가벼운 무게와 4륜구동시스템 덕분에 민첩한 핸들링 성능을 보여주는 슈퍼카로 람보르기니는 아벤타도르를 총 4000대 정도만 생산할 계획이라 밝히기도 했다.

범블비와 카마로 콘셉트카

: 지구에 막 내려온 범블비는 2세대 카마로의 모습이었지만, 5세대 카마로 콘셉트로 변신한다. 참고로 트랜스포머1에서 범블비의 옆에는 폭스바겐 비틀이 세워져 있는데, 원작 코믹스에서는 범블비가 비틀이었지만 폭스바겐이 과격한 액션 영화에 자사 차량이 출연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카마로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만약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인기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옵티머스 프라임과 호각을 이루는 캐릭터가 바로 범블비 아닐까 생각된다. 꿀벌처럼 화사한 노란 빛깔에 검은색 스트라이프를 그은 스포츠카 카마로의 멋진 모습 뿐 아니라, 라디오 대사를 목소리 대신 이용하는 재치나 집을 부수고 꾸중을 들은 범블비가 풀이 죽은 모습 등 간간이 보여주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귀여운 범블비’의 팬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장에서는 용맹하게 싸우는 범블비의 모습처럼, 카마로는 단순히 디자인만 멋진 차가 아니다. 비록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포드 머스탱이 최초의 포니카이자 아메리칸 머슬카의 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카마로 역시 머스탱과 경쟁해온 미국을 상징하는 정통 아메리칸 스포츠카로 손꼽히는 모델이니 말이다.

트랜스포머 1편에서 범블비는 낡은 카마로로 변신해 주인공과 만난다. 하지만 주인공의 여자 친구에게 낡은 차라고 놀림 받자 자존심이 상한 범블비는 최신형 카마로 콘셉트카를 스캔하여 변신한다.

: 쉐보레 카마로 콘셉트 (2006)

그런데 아마 트랜스포머가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다면 아마 범블비는 굉장히 눈에 띄는 차였을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범블비가 스캔한 자동차는 2002년 단종 된 4세대 카마로가 아니라, 영화 개봉 당시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던 쉐보레 5세대 카마로의 콘셉트카였으니 말이다. 쉐보레 카마로 콘셉트에는 400마력의 최대출력을 자랑하는 GM의 알루미늄 스몰블럭 V8엔진과 6단 매뉴얼 트랜스미션이 장착되었다.

: 쉐보레 카마로 트랜스포머 스페셜에디션

카마로는 2011년 GM대우가 쉐보레로 새롭게 발족함과 동시에 국내 판매도 시작되었다. 5세대 카마로는 GM의 제타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었고 304마력의 V6 3.6리터 엔진 혹은 426마력의 V8 6.2리터 엔진과 6단 매뉴얼/오토 트랜스미션이 탑재된다. 카마로는 영화에서의 범블비의 인기에 힘입어 트랜스포머 한정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다. 카마로 트랜스포머 스페셜에디션은 범블비와 같은 옐로/블랙 스트라이프 컬러에 오토봇 엠블럼을 달아 다른 모델과 차별화된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등장하는 범블비의 모습은 2가지다. 그 중 하나는 카마로SS 1964년형 모델로 알려졌는데, 자세히 보면 평범한 클래식 카마로가 아닌 각종 튜닝이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헤드라이트는 프론트 그릴 안쪽에 감추어져 라이트가 켜졌을 때 그 모습을 드러내며, 하단에는 카본 판으로 만든 스포일러를 덧대었다. 게다가 강력한 엔진을 탑재했음을 암시하는 가운데가 부풀어 오른 보닛을 비롯하여, 휠 아치에 덧대어진 카본 오버 펜더에 이르기까지 현대적인 튜닝이 이루어졌다. 이쯤 되면 더 이상 클래식카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다.

범블비의 또 다른 모습은 2015 카마로 콘셉트카다. 1편에서 처음 등장한 범블비가 카마로 콘셉트카였는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등장하는 범블비가 역시 새로운 콘셉트카라는 점이 재미있다. 특히 이 카마로 콘셉트는 쉐보레가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위해 특별히 새롭게 디자인한 모델라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의 범블비 카마로 콘셉트는 일반 판매되는 양산형 카마로와 달리 격자형 그릴이 사라지고, 보다 날카롭게 디자인이 바뀌었다. 어쩌면 영화에 등장한 범블비가 미래의 카마로 디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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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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