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터사이클의 안전 기술이라고 해봐야 ABS나 트랙션 컨트롤 정도가 전부였지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모터사이클에도 첨단 기능들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최근 각 브랜드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능은 레이더를 기반으로 하는 기능으로, 자동차에선 보편화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나 전방 충돌 경고(FCW) 등의 기능이 탑재되지만, 자동차와는 다른 모터사이클의 구조를 고려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설계가 이뤄진다. 야마하의 경우 새로 출시한 트레이서 9 GT+에도 이러한 기능들을 탑재했는데, 기존과는 다른 구성을 통해 탑승자의 안전을 추구했다고 한다. 야마하의 새로운 기능들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았다.

레이더 기반 통합 브레이크 시스템

헤드라이트 아래 네모난 장치가 레이더 유닛이다

야마하 트레이서 9 GT+에 새로 탑재된 장치는 레이더가 있다. 밀리미터파 레이더 유닛은 앞 차량과의 거리를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수집된 정보는 관성측량장치(IMU)에서 수집된 차량의 움직임 정보와 함께 차량 전반을 제어하는 ECU로 전달된다.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ACC 기능에 사용되는 것은 자동차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라이더의 브레이크 입력이 사고를 방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시스템이 압력을 추가적으로 발생시킨다

여기서 야마하는 또 하나의 기능에도 이 정보들을 사용한다. 바로 레이더 연결 통합 브레이크 시스템이 그것. 이는 ACC의 차간거리 제어에도 역할을 하지만, 앞차가 급제동을 시도하는 경우 라이더를 보조해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앞차가 급제동하게 되면 라이더 또한 제동을 시도하는데, 이때 라이더가 안전하게 멈춰 설 수 있는 충분한 제동력을 발생시키면 문제 되지 않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제동거리가 길어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ECU가 판단해 라이더가 발생시킨 제동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적인 제동력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앞차와의 거리나 충돌 예측 시간(TTC), 차량의 자세, 속도 등을 통해 결정되며, 제동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브레이크에 연결된 유압장치의 가압 기능으로 추가적인 제동력을 만들어낸다. 즉 자동차의 경우엔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가 자체적으로 제동력을 발생시키지만, 모터사이클의 경우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제동력이 발생할 경우 차체가 균형을 잃거나 탑승자가 차량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라이더가 브레이크를 작동시켰을 때만 시스템이 추가적인 제동력을 발생시키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 라이더가 최대한 빠르게 제동력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앞차와의 거리가 비정상적으로 가까워지는 경우 계기판과 경고음을 통해 제동할 것을 촉구하는 FCW 기능도 함께 탑재된다.

급제동시 KADS가 개입하지 않았을 때(왼쪽)와 개입했을 때의 차이와 이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 그래프의 X축은 시간, Y축은 작동 범위(스트로크)를 의미한다

앞서 설명한 선행 차량의 급제동 상황에서 차량이 제동력을 보조해주는 기능이 적용됐는데, 여기서 또 하나 유념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급제동시 차량 앞쪽이 가라앉는 노즈 다이브(Nose Dive) 현상이 그것. 자동차는 그렇게까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터사이클의 경우 무게 중심이 앞으로 이동하는 급제동 상황에서 노즈 다이브까지 겹치는 경우 뒷바퀴가 들리는 일명 잭나이프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운전자가 차량에서 튕겨져 나가 더 큰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야마하는 이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서스펜션의 작동까지 관여하는데, 이를 위해 트레이서 9 GT+에 서스펜션 전문 업체 KYB와 함께 개발한 전자제어 서스펜션(KYB Automatic Damper System, KADS)를 탑재했다. 이 KADS는 라이더의 브레이크 조작이 적정량보다 부족해 시스템에서 부가적인 제동력을 발생시켰을 경우 전후 서스펜션 감쇠력을 최적화해 차량 앞부분이 가라앉는 것을 막아 급제동 시에도 차체가 최대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ACC 기반의 첨단 기술들

ACC는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이지만, 여기서도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커브길을 만나는 상황이 있는데, 자동차의 경우 차선을 따라 스티어링 휠을 조향해 돌아나가면 되지만, 모터사이클의 경우 극저속을 제외하고는 차체를 기울여야 한다(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카운터 스티어링은 논외로 한다). 이 상황에서 ACC 기능이 작동중인 경우 앞차가 가속을 하게 되어 모터사이클 역시 속도를 높이면 제대로 차체가 기울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트레이서 9 GT+에 탑재된 ACC 기능에는 코너링 어시스트를 더했는데, 이는 차체 속도와 움직임 정보를 통해 코너링을 감지했을 경우 앞차가 속도를 내더라도 차량 속도 증가를 억제하고 가속 수준 역시 제한하는 기능이다.

또한 추월 상황을 고려한 패스 어시스트 기능도 있는데, 방향지시등을 켜고 추월을 시도하고 있다고 ECU가 판단하는 경우 차량 가속을 더 부드럽게 변경한다. 그리고 ACC 기능 작동 시 앞차가 감속하는 상황에선 일정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엔진 브레이크를 먼저 작동시키고 다음으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속도를 줄인다. 그리고 앞차와 너무 가깝거나 현재의 가속 혹은 감속 상태를 기반으로 라이더가 너무 가깝게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시스템이 판단하는 경우엔 TFT 디스플레이에 라이더의 개입을 요청하는 아이콘이 큼지막하게 표시되어 운전자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ACC 기능을 작동하는 과정에서 퀵 시프터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번 트레이서 9 GT+에는 기존 야마하 제품에 탑재되는 것에서 한 단계 발전한 3세대 퀵 시프터가 탑재됐다. 새로운 퀵 시프터에는 가속 시 저단 변속, 감속 시 고단 변속을 허용한다. 예를 들어 내리막길을 달리는 경우 ACC 작동 상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엔진 브레이크를 줄이기 위해 윗단으로의 변속이 가능하다. 반대로 가속 시에는 더 빠른 가속을 위해 아랫단으로의 변속을 선택할 수도 있다.

무용수를 태운 상태에서 스스로 균형을 잡고 있는 야마하의 모터로이드 4

기술의 발전에 따라 모터사이클에도 안전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더 많은 기술들이 적용될 것이다. 얼마 전 진행된 재팬 모빌리티 쇼에서 야마하는 모터로이드 4를 새로 공개했는데, 이 모델의 경우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도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이 특징이었다. 이러한 기능이 실제 양산 제품으로 적용될 경우 더 다양한 방식으로 라이더의 안전과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러한 시대의 긍정적 변화에 따라 야마하가 바라는 것처럼, 모든 라이더가 바라는 것처럼 사고 걱정 없이 편하게, 즐겁게 모터사이클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현실화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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