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보편화된 어드벤처 시장이지만, 한때는 모터사이클 전체에서도 대단히 소외받는 장르였다. 이런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어버린 모델이 있으니 바로 BMW의 GS 시리즈다. R 80 G/S로부터 시작된 BMW의 어드벤처 모델은 R 1100 GS와 R 1150 GS에서 큰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국내에도 GS 시리즈를 처음 알린 R 1150 GS의 경우 총 75,000대 이상(어드벤처 포함) 판매되며 어드벤처 장르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이후 많은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어드벤처 모델을 내놓기 시작해 현재까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드디어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GS의 신형인 R 1300 GS가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확 달라진 디자인을 비롯해 배기량 업그레이드와 경량화, 각종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들을 탑재한 신제품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국내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지난 12월 1일, 드디어 국내에도 R 1300 GS가 상륙해 실물을 직접 확인하고 시승해보기 위해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더트 앤 파크를 찾았다.

소개와 함께 언덕 저 위에서 독특한 디자인의 헤드라이트가 빛나기 시작하더니 3대의 R 1300 GS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기 시작한다. 인스트럭터들이 선보인 시범 주행에서 언덕에 조성된 코스를 오르내리는 모습에 확실히 차체가 가뿐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오르막길을 치고 올라갈 때는 미들급인가 싶을 만큼 경쾌하게 치고 올라가는 모습만 봐도 이번 신형의 경량화가 상당함을 깨닫게 된다.

드디어 차량들이 멈춰서고서야 곳곳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전반적인 차체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볼륨감이 있는 모습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이전 세대들에 비해 상당히 슬림해졌다. 그중에서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확 달라진 헤드라이트가 아닐까. 중앙의 헤드라이트 주변으로 X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이 배치되어 있는데, 처음엔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 하나는 방향지시등으로, 신형으로 바뀌면서 너클가드에 삽입되었는데 문제는 이 너클가드가 오프로드 주행에선 파손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시승회를 진행하는 동안 일부 차량이 전도됐는데 너클가드가 파손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소비자들이 오프로드 주행을 늘려가길 바란다면 이렇게 쉽게 파손되는 파츠들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오프로드 주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방향지시등이 포함되지 않은 너클가드를 별도로 판매하는 것도 방법이지 싶다.

서스펜션은 앞 텔레레버, 뒤 파라레버 구성으로 이전 구성과 동일하지만 성능을 더욱 끌어올렸다. 전자식으로 상황에 맞춰 세팅을 변경할 수 있어 승차 인원, 짐 여부에 따라 댐핑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여기에 옵션으로 적응형 차량 높이 제어 기능이 더해져 정차 시에는 차량 높이를 낮추고, 차량이 출발해 일정 속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차량 높이가 복구되기 때문에 키가 작아 GS가 부담스러웠던 라이더들도 맘 편히 탈 수 있게 됐다.

계기판은 TFT 풀컬러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주행 관련 정보들을 표시하고, 차량의 각종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특히 레인과 로드 외에도 연비를 높이는 에코,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엔듀로 등의 설정이 제공되는데 우측 핸들바 모드 버튼으로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열선 장비나 윈드스크린 등 편의기능의 경우 좌측 핸들바 버튼에 단축 메뉴 버튼이 마련되어 설정 시 따로 메뉴에 들어가지 않고도 단축 메뉴 버튼을 길게 눌러 호출할 수 있어 자주 쓰는 기능을 더 빠르게 제어할 수 있다.

차량을 살펴봤으니 이제 본격적인 시승에 나설 차례. 먼저 행사장 인근에 위치한 홍천강 주변 60km의 일반도로에서 온로드 성능을 테스트하기로 했다. 날씨가 계속 영하에 머무르는 날씨라 고속이나 와인딩에서의 본격적인 테스트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행히 주최 측에서 R 1250 GS와 R 1300 GS를 모두 준비해놓은 덕분에 이전 세대와의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은 반가운 부분이었다.

도로에 나서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열선 장치를 켜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중무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주행풍으로 인해 떨어지는 체온을 막기엔 역부족이니 말이다. 핸들 그립과 시트의 열선 기능을 켜고 달리니 추위로 얼어가던 부위에 조금은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추위가 가시자 도로가 눈에 들어오는데, 얼마 전 눈 소식에 일찌감치 뿌려놓은 염화칼슘 덕에 온 도로가 희끗희끗한 모습이다. 낮은 노면 온도로 타이어 그립력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주최 측에서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공기압을 낮춰놓았으니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안전하게 주행하는 데 집중했다.

GS 시리즈를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이유는 조금만 주행해봐도 금세 깨닫게 된다. 편안한 포지션과 넉넉한 파워, 여기에 각종 편의장비들이 무장하고 있어 장거리를 달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날씨만 따뜻했다면 60km가 아니라 600km를 달리는 것도 문제없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편하니 굳이 오프로드를 달릴 생각이 없어도 장거리 투어러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모델이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반환점에 도착했다. 드디어 R 1300 GS로 갈아타고 출발을 시작한다. 역시 시동을 걸고 가장 먼저 열선 장치들을 최고인 3단계로 켜주고 출발한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과 엉덩이의 두툼한 장비들을 뚫고 뜨겁다는 느낌이 확 올라온다. 재빨리 2단계로 낮춰주자 아까보다는 나아지는데, 이후에는 조금 춥다는 생각이 든다. 2단계와 3단계 사이 하나의 단계가 더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엔진은 겨우 50cc 정도의 업그레이드지만, 달라진 파워를 체감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특히 요즘 차량들이 저중속 위주의 세팅을 가져가고 있어 더욱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는데, 일상 영역에서 주로 사용하게 되는 100km/h 아래에서는 속도가 훨씬 가볍고 빠르게 치솟으니 앞차와 멀어진 거리를 좁히는 과정이나 다른 차를 추월하는 과정이 매우 빠르고 수월하다.

자동차에선 보편화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경우 기존 크루즈 컨트롤 작동 방식과 동일하게 사용하면 되는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 것이 바로 차간거리 조절 부분이다. 다만 이 기능은 별도의 물리 버튼이 배치된 것이 아니라 설정 메뉴 내부에서 조절할 수 있는데, 이 기능 역시 단축 메뉴 버튼으로 설정해 빠른 호출이 가능하다. 기능을 작동시키면 앞차의 속도에 맞춰 차량의 속도를 부드럽게 조절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장거리를 달리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주의할 점은 안전을 위해 한 개 차선에서 지그재그로 대열을 이뤄 주행하는 경우 레이더 센서가 내 바로 앞차가 아닌, 같은 열에 서 있는 그 다음 차량을 감지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일반도로 시승을 마치고 다음으로 오프로드 시승이 진행됐다. 시승 코스는 더트 앤 파크 내부에 마련된 각종 코스들로, 오르막과 내리막은 물론이고, 다양한 형태의 노면들이 압축적으로 마련되어 오프로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코스를 빠른 시간동안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여러 코스들을 체험하며 특히 저속에서의 차량 밸런스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 12kg의 감량의 효과는 확실히 대단했다. 특히 20km/h 이하의 극저속 주행에서도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다루기가 수월해졌는데, 자칫 무게가 쏠리는 경우 금방 균형을 잃게 되지만 신형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쉬워 한결 부담이 적었다. 물론 여기에는 새로운 앞뒤 서스펜션의 변화로 인한 조향 정밀도의 향상이 한몫한 부분도 있다.

여기에 요철 코스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코스에서 차량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부분 역시 업그레이드된 서스펜션의 역할이 상당했다. 이러한 코스들은 서스펜션이 빠르게 대응하면서도 충격을 빠르게 흡수해줘야만 통과하는 과정에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데, R 1300 GS의 EVO 텔레레버 프런트 가이드와 EVO 파라레버 리어 가이드 덕분에 자세가 흐트러지는 일 없이 부드럽게 코스를 공략할 수 있었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이번 R 1300 GS에 ‘명불허전’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시장을 개척해 주류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고, 여기에 이번 신형은 그 시장에 가장 최적화된 성능과 기능들을 투입해 클래스 최강다운 모습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엔진과 서스펜션의 업그레이드, 그리고 안전을 위한 ACC나 FCW 같은 기능의 적극적인 투입에서 이러한 특성을 더욱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최강자의 변화에 앞으로 다른 경쟁자들이 어떠한 준비를 통해 왕좌에 도전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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