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어드벤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적당한 스포츠성과 적당한 편안함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슈퍼스포츠나 네이키드 등에 비해 운동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편한 자세와 장거리 주행에도 적합한 각종 장비들이 더해져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성의 희생을 감안하고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어드벤처보다 더 편한 장르가 있다. 바로 크루저가 그 주인공. 포지션으로도 훨씬 편한 건 물론이고 시트고도 높지 않아 키가 작은 사람도 발이 땅에 닿는지를 걱정하지 않고 탈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크루저보다 한 수 위 장르가 있는데, 바로 투어러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최종 모델로, 편한 포지션, 푹신한 시트, 각종 편의장비들이 더해져 수백km를 넘어 수천km를 달리는데도 문제 없다. 만일 본인에게 ‘몇천km를 수일에 걸쳐 모터사이클로 달려야 할 때 어떤 걸 고르겠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투어러를 선택할 것이다. 장시간, 수일에 걸쳐 달려야 하니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단연 투어러가 으뜸이니 말이다. 여기에 주행을 보조하는 각종 첨단기능은 물론이고 편의성을 높이는 장비와 기능들이 두루 갖춰져 있어 덜 지루하게 달릴 수 있는 건 덤이다.

이런 투어러 시장은 이전보다 규모는 줄었으나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크루저 기반의 투어러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크루저 시장을 이끌어가는 양대 브랜드 중 하나인 인디언 모터사이클에서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 퍼슈트를 국내에 본격 출시하며 투어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본격적으로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부활한 2014년만 하더라도 라인업은 클래식한 스타일의 치프 시리즈 정도가 전부로, 투어러라고 말하기엔 조금 부족한 구성이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후 2015년 로드마스터가 라인업에 추가되며 투어러 장르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고, 지난해 로드마스터가 차지하고 있던 플래그십 라인업에 새로 퍼슈트가 추가되며 쌍두마차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로드마스터와 퍼슈트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전면부 형태로, 페어링이 핸들바에 장착되는 로드마스터와 달리 퍼슈트는 섀시에 장착된다는 차이가 있다. 즉 디자인적으로는 볼륨감이 한층 확대되고 성능면에서는 페어링의 무게를 섀시가 감당하기 때문에 그만큼 핸들링이 가벼워진다는 이점이 존재한다.

외관을 살펴보면 로드마스터와 달리 차량 구성이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드마스터는 페어링으로 인해 앞바퀴가 튀어나와 시각적 밸런스가 약간 뒤쪽으로 후퇴한 느낌인 것에 비해, 퍼슈트는 페어링이 앞쪽으로 돌출된 형태여서 훨씬 후방 트렁크와 함께 적당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당연히 크루저 기반의 모델인 만큼 외부로 드러난 V-트윈 엔진은 하나의 조형 요소로 적용하는데, 리미티드 모델은 엔진을 비롯한 머플러, 가드, 서스펜션, 로고 등에 크롬을 입혔고, 다크호스 모델은 이를 무광 검정 코팅 처리해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펜더의 인디언 헤드는 플라스틱 위에 크롬을 입혀 형태 구분은 더 쉬워졌지만 고급스러움은 이전보다 덜한 느낌이다.

엔진은 1,790cc 수랭 V-트윈 파워플러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20마력/5,500rpm, 최대토크 178Nm/3,800rpm의 성능으로 크루저에 기대하는 파워풀한 성능을 보여준다. 클러치 조작에 들어가는 힘을 줄여주는 어시스트 클러치가 탑재되었으며, 3개의 주행모드를 함께 제공해 스로틀 매핑, 트랙션 컨트롤 등의 설정을 한꺼번에 변경해 주행 스타일이나 환경에 맞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또한 신호 대기와 같은 공회전 상황에서 엔진 열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후방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도 탑재했다.

서스펜션은 앞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 뒤 폭스제 조절식 쇼크 업소버 구성으로, 서스펜션 설정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특히 탑승자 숫자, 짐 유무 등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설정을 제공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세팅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앞 330mm 듀얼디스크와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 뒤 298mm 싱글 디스크와 2피스톤 구성이며 ABS로 안정성을 높였다. 안전을 위한 트랙션 컨트롤 역시 빠질 수 없는 기능.

계기판은 아날로그 속도계와 회전계, 그 사이에 위치한 경고등이 있고, 아래로 7인치 풀컬러 터치스크린을 더해놓았다. 탑재된 라이드 커맨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차량에 대한 세부 정보는 물론이고 각종 설정 변경 등이 가능하며,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라면 국내에서도 내비게이션을 사용해 경로 안내가 가능하다. 또한 단축버튼이 스크린 아래에 배치되어 주요 기능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한 점도 반가운 부분이다.

동승자의 등받이를 겸하는 대형 트렁크와 좌우 패니어 케이스를 합쳐 총 122L 이상의 용량을 제공하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을 위한 짐을 보관하기에도 충분하며, 내부에는 12V 충전 소켓이 마련되어 전자장비 사용도 문제 없다. 소지품을 보관하려면 전면 페어링 안쪽 좌우로 2개의 수납함이 마련되어 있으며, 우측으로 USB 충전 포트가 더해져 이동 중 스마트폰 등을 충전하기에 편리하다. 윈드 스크린은 우측 핸들바 스위치를 통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며, 풋 플로어 앞쪽 하부 페어링은 송풍구를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한결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산악지대 통과나 날씨가 추울 때 사용할 수 있는 히팅 시트가 운전자석과 동승자석 모두에 마련되어 있으며, 히팅 그립도 갖춰 조작감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인디언 퍼슈트는 리미티드가 3종, 다크호스가 5종의 색상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리미티드가 6,100만 원, 다크호스가 6,300만 원(모두 색상별로 가격 상이)이다.

장거리 여행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로를 얼마나 줄여주는가’이다. 목적지까지의 이동만이 전부라면 빠른 모터사이클이 최고겠지만, 여행에서의 즐거움은 그것만이 아니니 말이다. 그러려면 장시간, 장거리 주행에서의 피로를 경감시킬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 최선이고, 이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이 바로 투어러 모터사이클이다. 성능도, 편의장비도 두루 갖춰져 있고 국내외 가리지 않고 내비게이션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신의 퍼슈트면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다만 아쉬운 건 국내에서의 높은 인기로 인해 구입을 결정하더라도 차량 인도까지 약간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만큼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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