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3.5 금 10:57
상단여백
HOME 자동차 뉴스 국내뉴스
최고 로봇 기업을 품에 안은 현대차그룹, 미래를 향해 성큼 나아가다
양산화가 이뤄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영상의 시작, 개와 같은 4족 보행 동물을 닮은 로봇이 등장한다. 로봇은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모양이다.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하는데 다가온 사람이 손에 들고 있던 하키채로 로봇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로봇을 밀어내고, 문을 막고, 연결된 끈을 잡아당기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지만, 로봇은 방해를 무릅쓰고 정해진 목표인 문을 열고 나가는 데 성공한다.

사람이 방해하는 불특정한 상황에서도 목표를 완수하는 능력을 갖췄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유튜브 캡처

한 로봇 제작업체가 인터넷에 업로드한 동영상은 수많은 관심을 받았다. ‘알파고님이 벌하실 것’이나 ‘로봇권(權)을 보장하라’는 농담도 기억에 남지만, 사실 그보다 놀라운 건 로봇에 적용된 기술력이다. 사람의 방해에도 탑재된 인공지능이 불특정 상황에 직면해 다양한 방안을 탐색, 적용해 목표를 달성해내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달리고, 제자리에서 뛰고, 공중제비를 도는 2족 보행 로봇도 이 회사의 대표적인 로봇 제품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이 업체의 이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존에 여러 곳에서 선보였던 로봇들을 순식간에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시켜버릴 정도의 뛰어난 기술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사람이나 실제 동물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며 다양한 활용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이 로봇 업체는 구글, 소프트맥스 등 IT 기업에 인수되었다가 지난 12월 12일 현대차그룹의 품에 안겼다. 자동차 회사가 첨단 기술을 가진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로봇 기업은 의아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대부분 바퀴가 아닌, 다리가 달린 로봇들이기 때문이다. 다리가 없는 자동차와 바퀴가 없는 로봇, 둘의 만남은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고자 한다

현대차그룹은 근래 들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근본인 자동차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부문은 물론이고,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이어주는 환승거점(Hub) 등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 생태계를 제시하며 자동차를 넘어 인간이 이동하는 데 필요한 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로봇에는 인공지능, 동작 제어, 센싱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과 아틀라스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또한 이러한 미래 이동수단 선점을 위한 그림의 일부다. 단순히 정해진 내용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하나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순간마다 상황에 맞춰 판단하는 능력은 인공지능(AI)과 레이더, 라이다 등의 감지(센싱) 기술 등 다양한 부분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들이 미래 모빌리티 및 모빌리티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판단인 것이다.

높은 기동성으로 산업 현장은 물론이고 재난 현장에서의 구호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로봇에 적용된 기술들은 간접적으로도 산업 현장에서의 제조, 물류 운송에도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안내 및 지원, 헬스케어, 공사 현장, 재난 구호, 개인 비서 등 서비스 로봇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 문화의 증가 역시 이러한 로봇 시장 성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로봇 시장은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에서 연평균 22%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32%로 성장세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현대차그룹은 첨단 로봇 기술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청사진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오래전부터 중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했으나, ‘시간이 곧 돈’인 현대 사회에서 현대차그룹은 돈을 주고 시간을 구입한 셈이다.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수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 제어 시스템, 최첨단 하드웨어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은 50%가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어떤 곳?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로봇들. 보스턴 다이내믹스 유튜브 캡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카네기 맬런 대학교와 MIT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마크 레이버트 박사가 1992년 창립했다. 그는 과거 1개의 다리로 제자리에서 뛰는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으며, 이후 2개의 다리로 뛰면서 이동하는 로봇, 장애물을 뛰어넘는 로봇, 공중제비를 도는 로봇 등을 개발하며 현재의 토대를 갖췄다. 2013년에는 구글이 로봇산업 진출을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으나, 상용화 등의 문제로 인해 2017년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에 매각한다. 그리고 2020년, 현대자동차가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넘겨받았다.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사람 못지 않은 우수한 이동성을 갖춰 험지에서의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유튜브 캡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선보인 로봇은 주로 4개, 혹은 2개의 다리가 달린 보행 가능한 로봇이다. 바퀴를 가진 모델이 갖는 이동성의 한계, 예를 들어 바위나 장애물이 많은 지형에서 이동이 불가능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내연기관으로 구동하는 4족 보행 로봇 '빅독(BigDog)'. 많은 화물을 적재한 상태로 이동이 가능하다

처음 선보인 4족 보행 로봇 ‘빅독(Big Dog)’의 경우 내연기관을 이용한 4족 보행 로봇인데, 험지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지거나 무게가 쏠려 넘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까지 프로그래밍되어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하며, 위험구간을 뛰어 피할 수도 있다. 이를 시작으로 최대 29마일(약 46km/h)로 주행 가능한 치타, 사족보행 동물이 달리는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한 와일드캣 등의 동물형 로봇을 선보였다. 또한 기사 도입부에서 소개했던 스팟은 양산화가 이뤄졌으며(시작가 7만 4,500달러), 다양한 추가 유닛 장착을 통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였다.

우수한 제어기술을 통해 사람이 움직이는 메커니즘 그대로 아틀라스에 담아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인간형 2족 보행 로봇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빅독에서 파생된 펫맨은 기존 2족 보행 로봇과 달리 사람이 발꿈치와 발끝을 이용해 걷는 방법을 구현해 훨씬 빠르고 자연스러운 보행을 보여줬다. 이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완전히 스스로 직립 2족 보행하는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지형에 맞춰 자세를 유지하며 걷는 건 물론이고,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 물건을 들어올리는 동작도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물건을 뺏거나 옮기는 등의 방해가 이뤄져도 스스로 행동을 보정해 목적을 수행한다. 이후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두발 뛰기, 공중제비, 달리기, 물구나무, 구르기, 협로 통과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의 운동 성능을 갖췄으며,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나왔는데, 사람에 가까운 수준의 움직임으로 높은 수준의 성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바퀴로 이동하는 핸들. 양산되면 물류 산업의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좌우 2개의 바퀴로 이동하는 운반 로봇인 핸들, 몸체에 보조 다리를 내장, 장애물을 뛰어오를 수 있는 점핑 로봇 샌드 플리 등 다양한 형태, 목적의 로봇도 개발한 바 있다.

 

모빌리티에 대한 현대차의 도전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통해 친환경 모빌리티를 구축하고자 한다

현대자그룹은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연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동차의 한계와 문제점으로부터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이동’의 개념을 재정의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연구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필요할 때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로움, 일상과 차 안에서의 생활의 경계가 없는 자유로움, 이동 과정의 불편함과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움, 한정된 에너지원과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로움 등 자유로운 이동생활을 위한 4대 핵심 연구 영역을 제시했다.

카셰어링 역시 미래 모빌리티의 한 형태이다. 기아자동차에서 선보인 모빌리티 서비스 브랜드 위블

일상과 차 안에서의 생활의 경계를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사물 인터넷(IoT 기반 커넥티비티(연결성))를 강화하며, 이동과정에서의 불편함과 사고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지능형 안전제어, 자율주행, 인간공학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카쉐어링 등의 서비스와 도심형 1~2인승 친환경 이동 수단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고 손쉽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에너지원의 한계와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친환경 기술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결된 이동성을 위해선 다른 차량과 목적지 등의 정보 공유가 필수인 만큼 이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는 2017년 CES에서 밝힌 미래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현대차는 친환경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연결된 이동성을 제시했다. 친환경 이동성은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순수전기차, 수소전기차로 이어지는 현대차의 라인업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는 당시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4단계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를 전시, 시연하기도 했다. 연결된 이동성 구현을 위해선 완전한 자율주행, 스마트 트래픽, 지능형 원격 서비스, 모빌리티 허브 등이 필요하다고 구상중인 커넥티드카 서비스 플랫폼 전략을 밝혔다. 2019년에는 이러한 전략이 더욱 구체화된다. 전동화(EV) 기반의 개인 맞춤형 모빌리티 경험 제공, 글로벌 커넥티드카 서비스 확대 및 오픈 플랫폼 구축, 오픈 이노베이션 및 인공지능 혁신 거점 구축의 내용을 밝히며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의 합자회사 모셔널을 설립하는 등 관련 분야 선두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러한 계획에 따라 다양한 업체들과 활동을 전개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 분야에서 선두에 위치한 기업과의 협업, 투자, 인수 등이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함께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업 ‘모셔널’을 설립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커넥티드카 구축에 필수라 할 수 있는 초고속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시스코 사와 2016년부터 협업을 진행했으며, 미국의 자율주행 전문 기업 오로라, 러시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 얀덱스 등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레이더·AI 스타트업인 메타웨이브,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미고, 이스라엘 인공지능 전문업체 알레그로 등 다양한 첨단 기술 업체에 전략적 투자로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지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상단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