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는 얼마 전 인사발표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내용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김효준 사장의 직함이 바뀐 것이었다. 이제는 사장이 아니라 회장이다. 사실 회장 타이틀은 좀 의외다. 의외라고 하기보다는 수입차 시장에서는 좀 낯설다. 자동차 시장을 통틀어 현재 또는 과거 회장이란 타이틀로 불린 사람들은 몇 되지 않고, 수입차 시장에서는 더더군다나 낯선 직함이다. 수입사 혹은 지사의 대표들은 대부분 사장, 대표 혹은 법인장 같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회장이란 타이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김효준 사장은 회장이라는 직함에 올랐다. 그렇다면 BMW 본사는 왜 김효준 사장의 타이틀을 사장에서 회장으로 한 단계 상승시켰을까?

김효준 사장은 2000년에 BMW코리아 사장에 오른 후 지금까지 계속 BMW코리아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2003년에는 BMW 본사의 임원으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김효준 사장은 60세가 되는 2017년 2월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BMW 본사는 3년의 임기 연장을 제안했고 김효준 사장이 이를 수락해 지금에 이르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임기 연장 제안을 두고 김효준 사장이 BMW코리아에서 이룬 결과와 업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번 회장직 승진은 다소 의외의 일이라 업계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다.

가장 먼저 들려온 말이 회장직으로 직함은 상승했지만 실질적인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많은 회사들이 회장이라는 타이틀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당사자들이 업무에서는 한 걸음 뒤로 물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일들이 많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김효준 사장은 이미 작년 CEO 연장요청을 수락하면서 후계자 구도를 가속화하겠다는 설명과 함께 후임 사장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시장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사장으로 부임해서 2~3년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 봐야 실질적으로 장기적인 한국시장에 대한 경영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같은 의견은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수입차 업체 대표들이 빠르게 외국인으로 물갈이 되고 있던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김효준 사장은 CEO 연장요청을 수락하면서 자신을 이을 후임자로 한국인 사장 후보들을 추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었다.

김효준 사장이 추리고 있다던 사장 후보 중에 이번에 낙점이 된 사람이 바로 한상윤 BMW 말레이시아 법인장이다. 이를 두고도 다소 예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BMW그룹에서 한상윤 사장이 첫 한국 외 해외법인장을 맡게 된 것도 알고 보면 김효준 사장의 영향이 컸다. 당시 BMW 코리아에서 함께 근무했던 김효준 사장은 독일 BMW 본사에 한국인을 BMW 말레이시아 법인장으로 맡기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그 결과 한상윤 사장이 한국인 최초로 말레이시아 법인장으로 임명됐다. 아마도 김효준 사장이 보기에 한상윤 사장이 말레이시아 법인장 역할을 문제없이 해냈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이 정도라면 자신을 이어 BMW코리아의 사장 역할을 해내는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부분은 평소 김효준 사장이 한국인 글로벌 인재 양성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본인이 BMW 본사에서도 현재 수석부사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2003년부터 본사의 임원으로도 활동 해오고 있으니 글로벌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가장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결국 한국이라는 로컬시장의 특징과 상황을 본사에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임기를 위해 2~3년 잠깐 머물다 가는 외국인 사장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본인이 그 역할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자신을 대신해 그 임무를 이어나갈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인사발표는 김효준 사장의 이런 고민과 결정의 결과물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김효준 사장은 회장이 되어 한상윤 사장에게 실무를 내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행보를 보여주게 될까? 업계의 예상은 아마도 아닐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소 김효준 사장이 보여준 것처럼 한상윤 사장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회장으로 바뀐 직함 때문에 임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3년 연장 계약임을 감안해보면 임기가 많이 남지도 않았다. 그래서 김효준 사장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많은 노하우를 한상윤 사장에서 전달하고 2년 후 BMW코리아가 김효준 회장 체제가 아닌 한상윤 사장 체제로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 같은 상황들을 생각해보자면 김효준 사장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20년 넘게 한국을 BMW에게 최고의 시장으로 만들어낸 김효준 사장의 노하우를 단기간 내에 전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BMW 본사에게 한상윤 사장에 대한 신뢰도를 자신만큼 끌어올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많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효준 사장이라면 충분히 해낼 가능성이 높다. 여태까지 그가 BMW코리아에서 보여준 결과물로 보자면 걱정할 것은 없어 보인다.

김효준 사장은 그간 BMW코리아를 이끌면서 남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그가 쌓아온 업적만 봐도 행보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하기에 충분하지만 시장의 다른 메이커들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남다른 정도가 아니라 독보적인 부분들이 많다. BMW 본사를 설득해 독일, 미국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드라이빙 트랙이 존재하는 BMW 드라이빙센터를 한국에 만드는데 성공한 사실은 업계에서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축구장 33개 크기인 24만m² 규모로 오픈해 2020년 까지 총 770억 원을 투자하는 BMW 드라이빙센터는 BMW가 슬로건으로 말하는 JOY라는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즐기기 위한 복합공간이다. 문화와 경험, 고객의 가치, 그리고 충성도 높은 마니아들을 양성해 브랜드 인지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간이다. 오픈 이후 이미 40만 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했을 정도로 BMW코리아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또한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돈을 벌어서 무조건 본사에 송금만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사회공헌과 인재육성 정책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며 남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011년에 미래재단을 설립하고 수입차 시장에서 다소 소극적으로 진행해오던 타 메이커들과는 달리 사회공헌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미래재단 설립부터 2016년까지 누적 기부금은 약 225억 원을 넘어서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와의 격차가 상당해 타사의 브랜드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게끔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만일 BMW코리아가 미래재단을 설립해 운영해오지 않았다면 돈은 한국시장에서 벌지만 한국시장에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수입차 메이커들 사이에 당연시 되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수입차 메이커라고 하면 언제나 사후처리가 아킬레스건처럼 인식되곤 했는데 AS 센터의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부품의 보유와 물류시스템의 완비로 BMW를 타는 사람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BMW코리아의 이 같은 공격적인 시설투자 때문에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많은 수입차 메이커들이 어쩔 수 없이 사후처리 부분에 높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BMW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안성 부품물류센터(RDC)는 수입브랜드 가운데에서 최고 규모일 뿐만 아니라 BMW 해외법인 가운데서도 세계 최대규모이다. 여기에 약 450억원이 투입된 복합문화시설 송도 BMW 콤플렉스가 내년 1월 오픈 예정이고 오는 2020년까지 약 200억원을 투자해 세계에서 5번째로 세워진 BMW의 한국 위성 R&D 센터와 약 200억을 투입해 확장하는 평택 차량물류센터(VDC)도 공격적으로 한국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BMW코리아의 전략을 상징하는 요소들이다.

이 같은 결과물들은 사실 BMW 본사가 한국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대변하는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현재 BMW코리아가 본사로부터 얼마만큼의 신뢰도를 쌓았는지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BMW코리아가 그런 신뢰도를 쌓는데 김효준 사장이 미친 영향을 단순한 지표나 숫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내년 회장으로 취임하는 김효준 사장과 새롭게 BMW코리아를 이끌게 되는 한상윤 사장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시장에서 빛을 발할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벌써부터 궁금해 하고 있다. 아마도 BMW코리아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을 2018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서 설명했던 남다른 행보의 진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BMW코리아가 그간 한국시장에서 남다른 행보로 많은 것으로 앞서나가고 또 이루어 냈듯 새로운 조직으로 한국 수입차 시장의 수준을 또 한 단계 성장시켜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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