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트랙 라이딩은 짜릿하다. 일반 도로에서 낼 수 없는 속도로 모터사이클의 성능을 다 뽑아낼 수 있다. 그리고 굽이치는 코너를 달리며 모터사이클을 다루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도 있다. 

전 세계 어디에나 트랙라이딩 스쿨은 있다. 하지만 척박한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자기에게 맞는 트랙 라이딩스쿨을 찾아 등록한다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모터사이클 라이딩 제대로 즐기기'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있다.

야마하는 수년 전부터 YRA(야마하 라이딩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모터사이클 라이딩 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다. 파트는 두 가지다. 기본 라이딩 교육과 트랙 레이싱 익스피리언스다. 기본 라이딩 교육은 주로 초보자가 신청해 이륜의 기본 움직임이나 조종력을 습득한다면, 레이싱 익스피리언스는 실제 레이싱을 펼치는 트랙에서 빠르고 안전한 라이딩 테크닉을 배운다. 

최근에는 일본 야마하 본사에서 GP경력의 레이싱 선수로 구성된 교관단이 수업마다 방한해서 교육을 이끌고 있다. 월드 그랑프리 GP125 클래스는 물론 전 일본 레이스에서도 우승 경력이 있는 카토 교관과 후지와라 교관이 그들이다.

이런 식으로 매달 기본 교육 구성을 마련한 국내 교관(인스트럭터)의 기획 아래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은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 5회차 레이싱 익스피리언스를 따라가 봤다.

총 하루로 구성된 레이싱 익스피리언스는 오전의 기본 교육을 시작으로 진행된다. 오후에 레이싱 트랙에서 달리기 전에 기본적인 테크닉을 익히는 순서다. 이들은 카토/후지와라 교관의 지휘 아래 슬라럼 코스 안에서 기본 테크닉 교육을 진행했다. 

구성된 슬라럼 코스는 좌, 우 선회는 물론 S코스가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 풀 가속하고 풀 브레이킹할 수 있는 코스도 넣어둬 레이싱 트랙에서 고속으로 달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응용할 수 있도록 했다. 레이싱 익스피리언스에 참가한 교육생은 최소의 모터사이클 경력을 갖춘 참가자로 구성돼 어려움 없이 적응하고 배워나갔다.  

뜨거운 태양 아래 진행된 슬라럼 교육.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교육생의 라이딩을 지켜보고 있다. 다른 이의 라이딩을 지켜보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장단점을 구별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교관은 유심히 교육생의 라이딩을 지켜본다. 그리고 지적할 점을 냉철히 말해준다. 브레이킹 할 때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왜 깔끔하게 코너를 돌아나가지 못하는지, 발뒤꿈치의 위치나 시선의 움직임이 정확한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교정해주는 작업을 반복한다.

교육생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졌다. 경력도 조금씩 달랐지만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만은 분명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지만 교육생은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 '제대로 타는 법'을 배우겠다고 나선 이들이니만큼, 교육열이 뜨거운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폭염 속에서 교관도 힘들고 교육생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덥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교육에 대한 열정은 굉장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트랙에 들어설 시간이다. 인제 스피디움은 고저차가 있고 복합 테크니컬 코너가 산재한 레이싱 서킷이다. 일본에서 방문한 교관도 난이도가 적지 않은 트랙이라고 설명했다. 

이순수 YRA 교관은 트랙에 들어가기 앞서 "슬라럼 교육을 통해 배운 기본기를 트랙에서도 잘 적용해 볼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배우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레이싱 트랙을 처음 달려보는 이들이 대부분인만큼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트랙에서 마음껏 달리려면 믿을 수 있는 바이크가 필요하다. 야마하 정비팀에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었다. 실력이 좋은 정비사의 손으로 관리받은 모터사이클이라면 라이더도 믿고 달릴 수 있다. 이 교육생의 경우 클러치 미트 간극이 멀어 불편함을 호소했다. 

드디어 트랙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 카토 교관과 후지와라 교관이 가장 앞서 리드하고 그 뒤를 교육생이 따른다. 그다음부터는 한 명씩 순서를 바꾸며 교관의 뒤에서 달린다. 교관의 라이딩 라인을 그대로 따라 달리면서 가속, 감속, 선회 포인트를 습득하기 좋다. 

교관은 한 명씩 교육생의 바로 뒤에서 달려보며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코너에 너무 일찍 파고든다든지, 아니면 라이딩 자세나 브레이킹, 가속 포인트 등을 파악하고 피드백해 주기 위해서다.  

YRA 레이싱 익스피리언스는 현재 아메리칸 크루저 기종을 제외한 모든 기종의 참가를 받고 있다. 두 바퀴 달린 모터사이클이라면 기본적인 라이딩 테크닉이 대동소이하다. 라이딩 포지션에 따라 변형은 되지만 기본적인 움직임을 통제하는 능력을 배우기 위해서는 종류가 상관없다.

피트에 돌아오면 교육생은 의문이 넘친다. 이렇게 달려야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대로 잘 안 되던지, 바이크가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든지 하는 고민이다. 교관은 올바른 피드백을 하기 위해 한 명 한 명을 최대한 관찰하고 지적한다. 

열정이 넘치는 교육생도 종종 있다. 레이싱 트랙에서 최선의 라인을 찾기 위한 궁금점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선생님이 전직 GP선수라면 어떻겠는가?

랩을 거듭할수록 안정된 라인을 찾아가는 교육생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루 만에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처음에는 다음 코너를 못 보고 브레이킹도 언제부터 해야 할지 허둥댔지만 교육 중반이 넘어갈수록 그런 교육생이 없어졌다.

후지와라 교관은 지난달부터 한국 YRA교육에 합류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야마하 팩토리 레이싱에서 개발하던 YZR-M1의 개발 테스트 라이더이기도 했다. 과거에 전 일본 레이스에서 시즌 챔피언을 했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즈카 내구레이스에서 클래스 챔피언을 따내기도 했다.  

직선 주로를 달리며 교육생끼리 자리를 바꾸고 있다. 아마 자신의 바이크로 이렇게 스로틀을 전부 열어가며 마음껏 달리는 것이 처음인 교육생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레이싱 트랙의 매력이다.

교육생은 푸른색 조끼와 붉은색 조끼로 나뉘어 배기량별로 조를 편성했다. 두 팀이 번갈아가며 트랙에 들어가서 라이딩 교육을 받고 피트로 돌아와 교관과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이 반복된다.

여성 라이더였던 한 교육생은 야마하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바이크 YZF-R1M을 타고 교육에 참여했다. 시간이 갈수록 인제 트랙에 적응하고 페이스를 높여갔다.

카토 교관은 일찍이 YRA 레이싱 익스피리언스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는 월드 그랑프리인 GP125전에 꾸준히 참가했던 경력이 있으며 선수로서 은퇴한 지는 오래됐지만 교육자로 전환해 라이딩의 기본기를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교육이 끝나고 수료식이 진행됐다. YRA 레이싱 익스페리언스를 성공적으로 이수했다는 이수증이다. 그리고 늘 YRA 교육에 참가해 진행을 지원하는 모튤코리아에서도 기념품이 담긴 선물 더미를 증정했다. 올린즈코리아도 이번 교육에 참가해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했다.

라이딩의 기본은 어떤 모터사이클이든 똑같다. 하지만 보통 라이더의 입장에서 그런 교육을 찾아 수강하기는 쉽지 않다. 야마하는 적어도 자사 브랜드 고객에게만큼은 확실한 교육관을 갖고 있다. 즐길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겠다는 것이다. 그 여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하게 탈 줄 아는 라이딩 테크닉이다. 수년간 지속해 온 YRA의 방침대로 안전을 기반한 즐거운 라이딩 교육을 실현해오고 있다.

올린즈는 고급 모터사이클 서스펜션을 개발/생산하는 브랜드다. 올린즈 코리아는 이번 YRA 레이싱 익스피리언스에 참가해 야마하에 어울리는 제품군을 전시, 소개했다. 레이스 트랙을 경험하는 참가자에게 퍼포먼스 라이딩을 추구하기 위한 투자로 올린즈 서스펜션을 추천하고 있다.

모튤은 오랜 역사를 가진 오일 전문 브랜드다. 프리미엄급 엔진 오일이 주력상품이지만 최근에는 많은 종류의 케미컬, 관리용품을 내놓고 있어 많은 참가자가 둘러봤다. 특히 모튤 코리아는 YRA의 든든한 지원자로서 매회 빠지지 않고 교육에 참가해 음료나 기념품 등 다방면으로 후원하고 있다. 

레이싱 익스피리언스는 트랙 라이딩을 즐기기 위한 기본 교육을 성실히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에게 소감을 물어보면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교육이기도 하다. 입소문이 퍼져 그 영향력은 적지 않다. 누구나 야마하 모터사이클의 오너가 되면 라이딩 교육은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의식이 생기고 있다. 

충실한 구성으로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트랙라이딩까지 하루 만에 경험할 수 있는 커리큘럼은 흔치 않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해서 새로운 기획이나 교관의 투입 등 변화를 도모하는 YRA 교육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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