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도시가 교통체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에서의 자동차 행렬은 많은 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뿐더러 비효율의 극치다. 한두 명 탄 커다란 자동차로 가로막힌 길을 보고 있으면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 대륙 또한 도심의 협소한 도로 사정, 부족한 주차 공간 때문에 작고 이동성이 우수한 소형 스쿠터가 인기다. 스쿠터는 그런 환경에서 더할 나위 없는 대안이 된다. 특히 트리시티처럼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스쿠터라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체증과 심각한 주차난, 그리고 배출가스로 인한 환경 보전 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에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 혹은 스쿠터 공유 사업이 한창이다. 

올해 7월 로마에서 시작한 스쿠터 쉐어링 서비스 지그재그(ZIG ZAG)는 3륜 스쿠터인 야마하 트리시티를 180대나 전격 도입했다. 이른바 스쿠터 쉐어링이다. 로마 시내 근거리 이동의 유용한 수단으로 관광객이나 로마 시민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활용되고 있는 야마하 트리시티는 평범한 스쿠터가 아니다. 선회 시 기울어짐은 일반 모터사이클과 같지만 앞바퀴가 두 개이고 뒷바퀴는 여전히 하나로 안정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 작은 차체로 LMW(리닝 멀티 휠)기구를 탑재해 안정감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갖췄다. 이러한 장점으로 많은 대중에게 어필해 효율적인 이동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로마뿐 아니라 이탈리아 도시에서는 최근 모터사이클이나 스쿠터, 소형 자동차 등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크게 유행이다. 이미 로마, 밀라노 등 대도시에는 스쿠터 전문 쉐어링 업체를 통해 약 500대의 쉐어링 스쿠터가 달리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정책적으로 이러한 소형 모빌리티의 공유서비스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그러한 벤처기업 중 하나다. 4명의 젊은이가 만든 이 회사는 트리시티 전문으로 스쿠터 쉐어링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공유 비즈니스의 시장 동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 성장의 포인트를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에 중점을 뒀다. 그러한 착안점에서 보니 소형 스쿠터 중에서도 가장 주행 안정성이 뛰어난 트리시티에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로마 도심은 아직도 매끈한 아스팔트 대신 조약돌이 박힌 옛길이 많아 이륜차 경험자가 아니라면 부담될 수 있다. 그래서 지그재그는 무엇보다 초보자가 타도 안도하고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트리시티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의 반응도 좋다고 했다.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일단 지그재그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그래픽으로 매우 쉽게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지그재그 전용 앱에 미리 결제 정보를 등록해 두면 차량의 위치 정보와 예약까지 모두 스마트 폰 하나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가 예약 차량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차량의 잠금이 해제되어 그대로 트렁크에 담겨있는 헬멧을 쓰고 달릴 수 있다.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스쿠터 쉐어링이다. 스쿠터를 원하는 만큼 이용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인근 공영 주차장에 주차해두면 된다. 

이 트리시티의 가동 횟수는 하루에 약 80회가량이다. 1회당 평균 사용 시간은 25분 내외로 대부분의 사람이 근거리 이동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37세로 전체의 약 20퍼센트는 여성이다. 이 정도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잘 맞는다.

이런 시스템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은 주로 합리적인 시민 성향과 패션 트렌드에 앞서있는 지역이라는 것이 독특하다. 3륜이지만 디자인적인 미학도 버리지 않은 것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가 가장 크게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보편화된 스쿠터 공유 시스템이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스쿠터 쉐어링을 체험한 이들이 트리시티를 타보고 3륜의 안정성, 그리고 LMW의 독특한 기능과 여러 방면의 상품성을 직접 경험해보고 실제로 구입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남의 먼 나라 이야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국내에 성행하고 있는 카 쉐어링과 마찬가지로 스쿠터 쉐어링도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시스템이 국내에 안착하려면 많은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특히 공통의 것에 대해 배려하는 시민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까지 무언가를 함께 공유하고 깨끗이 물려준다는 공공의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스쿠터 쉐어링은 카 쉐어링보다도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분명한 것은 선진국의 스쿠터 공유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움직임은 스쿠터가 가진 모빌리티로서의 가치가 출중하다는 증거라는 것. 더불어 국내에도 환경과 의식이 충분하게 갖춰진다면 가까운 미래에 서울 도심과 같이 교통 체증이 심한 대도시를 기반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훌륭한 방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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