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피터 슈라이어였다. 1990년대 아우디 디자인의 황금기를 이끌다 2006년 홀연히 기아차로 자리를 옮긴 그는 K5, K7, 모하비 등 여러 히트작을 남기며, 브랜드 터닝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죽하면 ‘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확실히 그의 손 아래 기아차는 세련된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개선된 디자인 속에서 판매량도 급증했으며,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순간이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과 함께 ‘디자인 역량 강화’라는 목표 아래 세계적인 디자이너 세 명을 연달아 영입했다. 벤틀리에서 경력을 쌓은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그리고 부가티 치론 외장 디자인을 담당했던 알렉산더 셀리파노브가 그들이다. 현대기아차는 더 나아가 브랜드 영역을 확장하고, 더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로 BMW M의 알버트 비어만을, 제네시스 전략 담당자로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영입했다.

 

 

다시 말해 현대기아차의 디자인부터 차량성능, 여기에 브랜드 전략을 짜고 수립할 담당자까지 외국 인재 영향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회사의 미래가 이들 손에 좌지우지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인재가 아닌 외국인이 주요 직책에 채용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이제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한 다국적 기업이고, 따라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필수조건인 디자인에 큰 공을 드린다는 점은 향후 이 회사의 발전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라 볼 수 있겠다. 

 

 

피터 슈라이어-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 기아차 성장의 핵심인물. 타이거 노즈 그릴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세계 속에 기아차를 알린 디자이너다. 그의 활약 속에서 회사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2005년 판매실적 110만대가 2015년, 305만대로 크게 증가한 것이 그 증거다. 그가 디자인한 대표 차종으로는 K시리즈가 있고, 이외에도 모하비, 쏘렌토, 스포티지 등 다양한 히트작이 있다. 특히, K시리즈의 K5는 혁명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여느 수입 세단 못지않은 조형미를 과시했다. iF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 수송 디자인 분야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 수송 디자인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현대기아차는 그의 그런 활약을 인정, 지난 2012년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국내 본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제 현대기아차는 물론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까지 총괄하는 인사로 거듭난 셈. 이와 관련해 그는 요즘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미래는 밝다. EQ900을 시작해 G80, G80 스포츠까지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품고 있고, 이와 더불어 “높은 비용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는 가치가 있는 것에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는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철학도 함께 녹아들어서다.

 

 

루크 동커볼케-현대디자인센터장.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였던 루크 동커볼케. 그는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로 자리를 옮겼다. 직함은 현대디자인센터장. 회사는 그의 디자인이 소비자와 시장을 이해하는 디자인, 단순 명료한 디자인, 엔지니어링을 이해하는 디자인으로 정의된다며, 이런 디자인 철학이 인간 중심의 진보를 방향성으로 제시한 제네시스 브랜드 철학과도 어우러진다고 소개한 바 있다. 루크 동커볼케도 이에 대해 “나의 비전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경험과 능력을 토대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리드해 나가는 것”이라며, “젊고 강력한 브랜드인 현대기아차가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인 피터 슈라이어 역시 “루크 동커볼케는 각 브랜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고, 또 대중차부터 고급차, 그리고 슈퍼카까지 모든 세그먼트를 디자인해왔다”면서 “그의 역량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현대기아차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피터 슈라이어를 도와 제네시스 브랜드는 물론 향후 현대기아차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1990년 푸조에 입사, 디자이너 경력을 쌓기 시작한 루크 동커볼케는 1992년 아우디로 이직한 후 올해의 유럽 디자이너 상을 수상,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람보르기니, 벤틀리에서 수많은 명차를 디자인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알렉산더 셀리파노브-제네시스 유럽 디자인팀 디렉터. 2017년 1월부터 현대기아차 디자이너로 근무할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그는 람보르기니와 부가티에서 외장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렸으며, 최근 부가티 치론 외장 디자인을 마무리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디자인 경력은 다음과 같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아트 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에서 운송기기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이후 폭스바겐 디자인센터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졸업 후 폭스바겐 그룹에 입사, 외장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0년에는 람보르기니에서 우라칸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2014년 부가티 외장 디자인 부문 수석 디자이너가 되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부가티 치론 등 슈퍼카를 중점적으로 디자인한 알렉산더 셀리파노브의 현대기아차 입사에 대해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미 디자이너로는 정평이 나 있는 피터 슈라이어, 루크 동커볼케를 차례로 영입한 상태에서 알렉산더 셀리파노브까지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디자인 역량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게 될지 대중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얘기. 현대기아차가 대중차는 물론이고 고급차, 더 나아가 슈퍼카 영역까지 노린다는 소문이 헛소리는 아닌 듯하다. 아우디가 R8을 만들고, BMW가 i8을 만들었듯, 머지 않은 미래에 제네시스 엠블럼이 부착된 슈퍼카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 주목할 만한 인물: 이상엽-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 이처럼 외국인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현대기아차 디자인 부서 속 한국인의 감각을 뽐내는 인물도 있다. 주인공은 전 벤틀리 외장 및 선행 디자인 총괄이었던 이상엽 디자이너. 그는 현대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케 전무와 함께 현대기아차 및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하는 동시에, 두 브랜드에서 개발되는 모든 차의 내외장 디자인, 컬러, 소재 등 전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는 중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럭셔리카를 디자인한 경험으로 바탕으로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익대 조소과와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 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 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와 독일 포르쉐 디자인센터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어 1999년 GM 선임 디자이너로 이직한 뒤 미국형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카마로와 콜벳 스팅레이 등을 제작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2010년 폭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2년 말부터 벤틀리의 외장 및 선행 디자인 총괄을 맡아 최근까지 근무했다. 이와 관련해 이 상무는 "해외 활동 중 항상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을 지켜 봐왔다”면서, “앞으로 현대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 성장에 내 모든 역량을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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