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눈빛은 살아 있었으며, 말투에서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KSF K3 쿱 챌린지레이스에서 활약한 형제 레이서 권재현(형), 권우현(동생) 선수를 만나고 왔다. 

 

 

KSF K3 쿱 챌린지레이스에서 활약한 권재현, 권우현 선수는 레이서 그 자체였다. 89년생, 97년생의 어린 선수였지만, 차에 대한 열정과 레이스에 임하는 자세는 프로 드라이버 못지않았다. 특히, 2012년부터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시작한 형 권재현 선수는 두 개의 일을 병행하는 바쁜 삶을 택하면서도 레이스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는 레이스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을 본인이 가져가야 하는데, 이 부분을 감수하면서까지 서킷 위의 치열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형의 모습이 동생에게도 전달된 걸까. 올해 처음으로 KSF에 출전한 동생 권우현 선수도 형의 그런 마음가짐을 백분 본받은 모습이었다. 아직 상위권에 오른 적은 없지만, 매 라운드마다 선배 선수인 형의 조언을 무기 삼아 최선의 레이스를 펼쳤다. 그 결과 3라운드에서 결승 14위, 4라운드 결승 14위, 5라운드 결승 15위, 마지막 라운드인 6라운드에서 결승 9위를 기록하는 등 유종의 미를 거뒀다. “10권 안에 올라서는 것이 올 시즌 저의 목표였는데, 원하는 바를 이룬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형인 권재현 선수는 2016시즌 2라운드에서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남은 라운드를 마무리할 수 없었다. 2015시즌에서 1, 2, 3, 6라운드 결승 6위에 오르는 등 높은 기량을 뽐냈었지만, 사고로 인해서 몸에 다소 무리가 갔고 개인적인 일정도 녹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현 상황을 인정하고, 대신 동생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사고도 사고고, 하는 일이 많이 바빠져 도저히 레이스를 뛸 수 없더라고요, 대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직접 뛰지는 않더라도 동생을 도와 함께 레이스를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들의 레이싱 머신 K3 쿱은 1.6리터 T-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04마력(6,000rpm), 최대토크 27.0kg.m(1,500~4,500rp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KSF 대회 출전 규정에 따라 휠 타이어와 롤 케이지 등을 장착했고, 코너를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다운 스프링도 더했다. 기본적으로 부족함 없는 성능을 갖춘 순정 엔진에 추가로 튜닝의 도움을 받아 고속에서 안정성은 물론 역동성까지 향상했다는 것이 권재현 선수의 설명. 서킷에서 본 형제의 K3 쿱은 담담하면서도 민첩하게 코스를 돌파해 나갔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자세를 잃지 않고 매끄럽게 도로를 읽어나갔다. 

 

 

“원 메이크 레이스 특성상 모두 같은 스펙의 K3 쿱을 타요. 제 K3 쿱만 특별하지 않다는 의미죠. 다른 뜻으로 아직 저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아직 순위권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내년에는 실력을 더 키워 꼭 시상대에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권재현 선수의 말이다. 권우현 선수 역시 올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 형제는 오로지 레이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길, 아무런 지원 없이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래도 행복하다는 그들이다.

 

 

두 사람은 힘닿는 데까지 레이스에 참가할 계획이다. 아마추어라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여건만 된다면 K3 쿱 챌린지레이스를 넘어 그 이상의 세계도 도전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레이스에 눈을 뜨면서 삶은 기회로 가득하며, 그 기회를 잡았을 때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아무리 뒤처져 있더라도 순간순간 앞차를 추월할 수 있는 순위를 바꿀 기회가 보이더라고요,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이런 점이 우리 형제가 서킷을 떠날 수 없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권재현, 권우현 선수와의 인터뷰 내용

 

 

Q. 어떤 계기로 형제 모두가 레이스에 빠지게 되었나?
A. (권재현) 어렸을 때부터 차를 좋아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레이스에 참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지난 2012년 KSF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권우현)형을 보면서 레이스에 대한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때 정비를 전공한 것도 레이스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론적으로 배운 내용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그 느낌이 매우 색다르다. 차를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Q. 권재현 선수는 올 시즌 2라운드까지 출전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A. (권재현) 사고가 있었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다. 일이 바빠져서 도저히 레이스 나갈 시간적 여유가 나질 않았다. 내년 시즌에는 참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레이싱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나?
A. (권재현) 두 가지 일을 한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다행인 것은 동생이 올해 취업을 했다는 점이다. 부담을 좀 덜었다.

 

Q. K3 쿱 챌린지레이스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A. (권재현) 국내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도전할 만한 대회는 몇 개 없다.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이왕이면 제대로 된 대회에 참가하고 싶었다. 후원사도 튼튼하고, 경기 운영도 깔끔한 그런 대회 말이다. 때마침 KSF를 알게 되었고, 아마추어 클래스인 K3 쿱 챌린지레이스에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마음에 들어 했던 K3 쿱으로 진행하는 대회여서 더 주저 없이 도전했던 것 같다. 매력적인 쿠페형 디자인에 저속에서 고속 영역까지 막힘없이 구현되는 운동 성능을 동시에 지닌 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드니까 말이다.

 

Q. 레이싱 머신으로 K3 쿱의 주행감각은 어떤가?
A. (권재현) 1,500rpm부터 4,500rpm까지 터지는 최대 27.0kg.m의 토크가 시원시원한 가속력을 선사한다. 엔진 회전계 바늘이 위 아래로 빠르게 움직이고 동시에 속도계 바늘이 거침없이 오른다. 당돌하게 나아간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추월 시나 코너를 돌아 나갈 때 움직임은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다. 한 번은 조금 무리를 해서 급격한 코너를 돌아 나간 적이 있는데, 탄탄한 하체 덕분인지 언더스티어 현상이 덜했고, 내가 의도한 궤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우리 차는 순정과 비교해서 휠 타이어 세팅도 다르고, 다운 스프링이 적용되는 등 약간의 튜닝이 되어 있기는 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파워트레인과 하체 세팅이 마치 한 덩어리인 마냥 잘 조율된 차임에는 분명하다. 

 

 

Q. 원 메이크 레이스 특성상 파워트레인이 모두 같다. 레이서 역량이 승패를 좌우할 것 같은데, 어떤 전략을 갖고 경기에 임하나? 
A. (권우현) 타이어 공기압에 신경 쓴다. 리어 타이어 공기압을 프론트 대비 약 20%가량 높여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 리어 타이어가 노면의 닿는 면적이 프론트 타이어보다 줄어 오버스티어 성향으로 주행할 수 있다. 코너 탈출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Q. 레이스는 누구나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킷에서 벌어지는 승부사가 두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A. (권재현 )기회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레이스를 하다 보면 앞차를 추월할 기회가 간간히 온다. 마지막 순위를 바꿀 수 있는 시간 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살다 보면 성공으로 향하는 기회가 보일 것이고, 이를 잡는 사람이 끝에 가서 웃지 않을까 싶다. (권우현) 나도 그렇게 느끼고 생각한다. 

 

 

Q. 레이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단순 취미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나?
A. (권재현) 단순 취미는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는 삶, 그 자체다. 아직은 아마추어지만, 여건이 된다면 프로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권우현)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은 형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레이스만 보고 살아가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 직장인이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게다가 미필이다. 

 

Q. 레이스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했던 사람은 없었나?
A. (권재현)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아무래도 대중에게 레이스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응원해 주신다.

 

Q. 경기 시작 전, 어떤 생각을 하나?
A. (권재현) 아무 생각이 없다. 온 신경이 경기 스타트를 알리는 신호등에 집중된 탓이다. (권우현) 나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굳이 무언가를 생각한다면, 1번 코너를 인으로 공략할지, 아웃으로 공략할지 정도다.

 

No. 165, K3 쿱 

 

 

No. 165를 부착한 형제의 K3 쿱 파워트레인은 양산형과 같다. 규정상 파워트레인을 튜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R튠’이 되어 있다. 여기서 R튠이란, 안전과 관련한 품목인 롤 케이지, 소화기, 스포츠 버킷 시트, 휠 타이어 세팅을 다르게 한 것을 의미한다. 튜닝에 필요한 비용은 약 600만 원. KSF 파트너사는 참가하는 선수에 한해 튜닝비를 1회 무료 제공한다. 권재현 선수도 이 혜택을 받았다고. 외관은 치열한 레이스의 흔적을 보여주듯 성한 곳이 없다. 웬만한 정비는 자동차 정비를 전공한 동생 권우현 선수가 도맡아 한다.

 

아마추어를 위한 레이스

 

 

KSF K3 쿱 챌린지레이스는 아마추어 대회다. 공용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차량으로 참가하는 대회이기에 모터스포츠 등용문으로 통하기도 한다. 기아차 K3 쿱 1.6리터 T-GDI 모델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자 대부분이 학생, 회사원, 자영업, 공무원,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반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 사항으로는 대회 규정에 맞는 튜닝을 진행해야 하고, (사)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서 승인한 국내 C급 이상의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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