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신호 체계인 신호등. 정지를 의미하는 빨간색, 주의를 뜻하는 주황색, 진행의 초록색이 번갈아 빛을 발하며 교통질서를 만든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색상은 어디서 유래된 걸까. 왜 보라색, 파란색, 하얀색 등이 아닌 빨간색, 주황색, 초록색으로 정해진 걸까.

 

 

빨간색. 빨간색 신호등은 철도 신호 체계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마찬가지로 정지의 의미를 품고 있었으며, 이것이 도로로 유입되면서 자연스레 같은 뜻으로 사용되었다. 아울러 이 색은 예부터 많은 문화권에서 피 색깔과 같다고 하여 위험의 신호로 여겨지기도 했고, 그만큼 눈에 확 들어오는 색상이기에 정지 신호로 제격이었다는 것이 정설로 내려오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혹자는 굳이 철도 신호 체계의 유입이 없었더라도 빨간색은 도로 신호 체계에서 정지 신호가 됐을 거라고 얘기한다.

 

 

주황색. 빨간색 신호와 마찬가지로 주황색 신호도 철도 신호 체계에서 유래되었다. 1800년대 초 본격적인 철도 시대가 시작됨에 따라 신호 체계도 확립되었는데, 빨간색이 정지, 초록색 주의, 하얀색 진행 순이었다. 그러다 1900년대 초 한 기관사가 겉표면이 깨져있는 빨간색 신호를 하얀색 신호로 착각, 앞서 있던 기차와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진행 신호가 하얀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주의 신호로 주황색이 오게 되었다. 참고로 주황색은 초록색과 색감 대비가 커 주의 신호가 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초록색.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록색이 원래 주의 신호였다. 제동거리가 긴 기차는 초록색 불이 들어오면 서서히 속도를 줄여 나갔다고. 어찌됐건, 1900년대 초 일어난 열차 사고로 하얀색 대신 진행 신호가 되면서 지금은 운전자가 제일 반기는 불빛으로 자리 잡았다. 초록색이 진행 신호가 된 이유로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색파장이 빨간색과 주황색 대비 강하지 않고,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심리적으로도 세 가지 색상 중 가장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색이라고.

 

세계 각국의 신호등

 

 

저마다의 이유로 신호등 색상으로 결정된 빨간색, 주황색, 초록색 신호 체계는 세계 어디를 가나 동일하다. 차이점이라면 크게 세로 배치 혹은 가로 배치인데, 보통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가시성의 이유로 세로 배치 신호등을 주로 사용한다. 좁은 차선이 많은 지역에서도 가로보다는 세로 배치 신호등이 설치된다고. 이외에는 지역적인 특색에 따라 다른 신호 디자인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1985년부터 세로 배치에서 가로 배치 신호등으로 도로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다만, 우회전 신호등은 운전자 시야를 고려해 지금도 세로 배치 신호등이 쓰인다.

 

우리나라의 신호등

 

 

일제강점기인 1940년 이 땅에 처음 신호등이 도입된 이래, 미군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신호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경제 발전에 따른 차량 대수 증가와 복잡해진 도심 교통 상황으로 1978년 네트워크 신호 체계가 들어섰다. 1990년대에는 교통량이 기존 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져 더욱 발전된 실시간 신호 제어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신호등 전구는 2005년부터 LED가 촘촘히 박혀 있는 형태로 변화했는데, 일반 전구보다 눈에 잘 들어오고 무엇보다 전력 절감 효과가 크다는 이유에서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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