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도로에서 운행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번호판이 달려있어야 한다. 신차를 구입하던, 중고차를 구입하던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차에는 번호판이 부착되어 있다. 자동차의 번호판에 새겨진 글씨와 숫자는 각각의 법칙에 의거해서 조합된 것이다. 여기에 사용 용도에 따라 번호판에 색까지 달라진다. 각기 다른 숫자와 다른 색, 다른 글자가 새겨진 번호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번호판의 숫자는 이렇게 조합

앞에 언급한 것처럼 자동차 번호판은 용도에 따라 색이 구분된다. 일반적인 자가용으로 이용되는 자동차에는 흰색 번호판이 부착된다. 자동차 번호판의 시작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으로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이후 1973년에 등록지역, 차종 기호, 용도 기호, 일련번호가 각각 조합되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등록지역에 따라 한글로 지역이 표기됐고, 차종에 따라 승용차는 1~4, 승합차는 5,6, 화물차 7,8, 특수차는 9의 숫자가 표기됐다. 숫자 뒤에 붙는 한글은 사용 목적에 따라 구분됐었다. 최초 시행령 제정 시에는 자가용은 ‘가~마, 거~머, 고~모, 구~무’의 한글이 쓰였고, 사업용은 ‘바~하, 허, 호’ 등 총 11개 글자가 부여됐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조합된 번호는 예를 들어 ‘서울 1가 0000’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용 용도에 따라 자가용과 렌터카는 녹색 바탕에 흰색 글자였고, 사업용은 흰 바탕에 녹색 글자, 관광버스 같은 전세용은 주황 바탕에 흰색 글자로 구분됐다. 이후 1996년에는 일부 지역의 부여 번호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차종 기호 번호를 한 자리에서 두 자리로 늘렸다.

번호판의 조합 방식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의 번호판의 형태로 탄생했다. 2004년 1월 자동차 등록 번호 조합 방식이 개정됨에 따라 등록지역의 표기를 없앤 형태의 전국 번호판으로 변경됐다. 과거에는 자동차를 중고로 거래하거나 소유주가 지역을 옮겨 전입할 경우에는 번호판을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전국 번호판으로 변하면서 신차 구매 후 폐차까지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번호판을 바꿀 필요가 없어졌다.

또 차종과 사용 용도에 따라 부여되는 번호 및 기호에도 살짝 변화를 맞이했다. 차종 기호와 용도 기호는 승용차는 01~69, 승합차 70~79, 화물차 80~97, 특수차 98~99로 변경됐고, 용도 기호 역시 가~마, 거~저, 고~조, 구~주로 변했다.

건설기계 번호판도 법칙이 있다

건설기계 번호판은 1976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고, 건설기계관리법에 의해 ‘건설기계등록번호표’라고 이름이 정해졌다. 승용차와 화물차와 다르게 건설기계는 자가용과 사업용, 관용으로 구분된다. 이 구분을 번호판에 표기하기 위해 사업용 건설기계 번호판에는 원안에 ‘영’이라는 글자가 표기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설기계의 차종 기호는 불도저가 01, 굴삭기 02, 지게차 04, 덤프트럭 06 등 01번부터 27번까지 기종 별로 각기 다른 기호가 붙여진다. 건설기계 번호판 역시 사용 용도에 따라 색이 다르다. 일반적인 자가용은 녹색 바탕에 흰색 글자, 사업용 혹은 영업용은 주황 바탕에 흰색 글자, 관용차는 흰 바탕에 검정 글자로 표기된다.

이 밖에 군용차량에 부착되는 번호판에도 비밀이 숨겨져 있다. 군용차량은 위장 무늬가 없을 경우에는 번호판을 부착하고 위장 무늬가 있는 군용차량은 번호판을 붙이지 않는다. 군용차에 부착되는 번호판은 ‘국’, ‘합’, ‘육’, ‘해’, ‘공’이라는 글씨가 새겨진다. 이는 각각 국방부 및 직할부대, 합동참모본부 및 직할부대,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을 의미하는 것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번호판?

일반 사람들에게는 번호판을 높은 가격에 사고 판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업용 자동차 쪽에서는 현실인 것이다. 정부가 화물차 공급 중단을 선언해 번호판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심지어 ‘영업용 번호판 재테크’라는 말이 돌 정도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화물운수법에 따라 영업용 번호판 발급 기준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됐기 때문에 야기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한 영업용 번호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2천만 원 초반에 번호판을 구입할 수 있다는 글도 있고, 웃돈을 더 주고 번호판을 구입해 생업을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이렇게 번호판을 사고 파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높아진 번호판의 프리미엄 탓에 곳곳에서 번호판 양도양수를 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자자하다. 최근 관련 부처에서는 높은 가격에 이뤄지고 있는 번호판 매매를 점차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언제쯤 이 방안이 실행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