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차 호주 투어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2차 호주 모터사이클 일주를 계획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에 두루 적합한 트레일 바이크 가와사키 KLX650을 준비했고 무엇보다 같이 할 일행이 생겼다.

 

일행의 이름은 '쿠레'. 일본에서 유학 뒤 현지 취업하여 일본에 살고 있었다. 나와는 다르게 자동차를 타기로 했으며 미쯔비시 b2600 4WD모델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런 준비가 아쉬울 정도로 2차 호주 모터사이클 일주 루트는 험난했다. 총 주행거리는 12000km였지만 약 4000km가량은 오프로드. 그중 호주 북부 정글지역 'cape york'는 악명이 자자한 곳이었다.

 

첫날, 시드니에서 마지막 결의를 다지고 우리는 동부 해안 도시 '골드 코스트'로 향했다. 골드 코스트는 다른 도시들과 다르게 오래된 건물이 보이지 않았고 고층빌딩이 주를 이루는 신설 도시였으며, 무엇보다 정말 크고 아름다운 해변 옆에 도심이 형성 되어 있었다.

 

Tip.1

호주를 빙 둘러서 일주하고 중간에 울룰루 까지 들리는 코스는 약 18000km에 달합니다. 제가 보기엔 비포장도로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2개월, 포함되었다면 3개월이면 충분합니다.

 

한국인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으며, 젊은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도시 옆에 바로 해변이 있었기 때문에 평일에는 일을 하다 휴일에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만약 도시적인 생활과 젊은 외국인들과의 교류, 해변의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골드코스트에 거주하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골드코스트를 떠나서 동부해안을 끼고 계속 달렸다. 호주의 대부분의 인프라는 이 곳 동부해안에 형성 되어 있었는데, 따라서 인구 대부분이 이곳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그다지 주변 풍경이 볼 것이 없었으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구간이 반복 되었다. 그리고 차량의 유동도 많았으며 중간에 거쳐야 하는 톨게이트 구간이 많았기에 정말 재미없는 구간 이었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인프라가 정말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번다버그' 라는 한적한 농장도시에 도착했다. '번다버그'는 토마토 농장이 굉장히 많은 곳이었고 한국의 시골과 같은 풍경을 감상 할 수 있었다. 이 곳 부터 호주의 온화하고 건조한 기후는 없어지고 덥고 습한 기후가 시작되었다.

 

번다버그에도 많은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농장 취업을 목표로 온 사람들이기에 도심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드물었고, 농장은 많으나, 시급제가 아닌 성과제로 운영하는 농장이 많으며 일거리가 항상 풍부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엔 적합하지 않고 3개월간 1차 산업에 종사하면 주는 비자, 1년 더 거주 할 수 있는 '세컨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취득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Tip 2. 여행 경비

호주의 물가는 무척이나 비쌉니다. 도시나 큰 타운에 있는 대형마트. coles나 woolwarth, iga같은 곳에서는 한국과 큰 가격차이 없이 물건을 구입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곽 로드하우스나 작은 타운으로 가면 초코바 한 개에 3aud정도하고 1.5리터 음류수 한 병에 5aud정도합니다. 맥도날드 빅맥 세트가 8aud정도 됩니다. 숙소는 대도시에 가면 하루에 20aud~30aud정도 하는 저렴한 호스텔이 있습니다. 캠핑장은 10aud에서 20aud정도 합니다.

 

유류비. 호주는 옥탄가 별로 기름을 팝니다. 보통 91, 95, 98인데 도시보다 고속도로에 있는 로드하우스가 더 비쌉니다. 남부해안에서는 리터당 1.5aud정도 됩니다. (유가 변동 여지 있음) 동부해안 에서는 리터당 1.5~1.6aud정도 합니다. 그러나 북부로 갈수록 비싸집니다. 약 1.7aud정도 합니다. 그리고 서부 퍼스지역은 1.5aud인데 그 외 로드하우스 같은 곳은 1.8aud정도 됩니다. 몇몇 오프로드 오지에 있는 로드하우스 같은 경우는 2.0aud를 넘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최고 리터당 2.5aud까지 봤습니다.

그렇게 습한 기후 속에 우리는 재미없기로 정평이 난 '케언스'로 도착했다. 케언스는 퀸즐랜드 주 북부에 위치한 도시. 개인적으로는 가볼만한 관광지도 없고 기후도 좋지 않은 재미없는 도시였다. 그래서 인지 호스텔 가격은 어느 도시보다 쌌다.

 

그렇게 우리는 케언스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케이프 요크를 향했다. 우리의 목표는 호주 북녘 가장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표지판 Tip of Australia(줄여서 T.I)까지 가는 것이었다.

케언스 북부에 위치한 포트더글라스 까지 가는 산 지방 도로는 주행하기 아주 좋았다. 옆면에는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 산비탈을 와인딩하며 지나가는 것은 색다른 경험 이었다.

 

그렇게 포장도로를 한참 주행하다 '로라' 라는 곳에 있는 큰 개울을 건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이 시작되었다. 케이프 요크의 오프로드는 명불허전 이었다. 진흙은 굉장히 깊고 점성이 강했으며 폭격을 맞은 것처럼 군데군데 움푹 페어 있었으며 깊이를 알 수 없는 진흙탕 물이 고여 있었다.

 

'험난한 진창길 에서는 고어텍스나 방수제품은 쓸모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을 케이프 요크에서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쿠레는 자동차를 운행 했지만, 진흙이 너무 튀고 흙탕물이 본넷을 넘어 유리까지 침범하는 바람에 맑고 쾌청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졸지에 와이퍼를 켜고 달려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우리는 첫날 목적지 '코엔' 에 도착했다. 코엔은 에버리진이 살고 있는 조그마한 동네였고 펍이 하나 있었다. 그 날 저녁엔 비가 미친 듯이 많이 내렸다. 살면 서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 이 날 이후로 이런 산발적 집중호우는 계속 되었으며 정글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알 수 있었다.

 

코엔에서 캠핑을 마치고 우리는 계속 T.I를 향해 달렸다. 이 때 부터 길은 더욱 더 험난해 지기 시작했다. 전날 폭우 때문인지 고인 흙탕물은 더욱 깊어졌고 진흙은 엉망진창 이었다. 그리고 기어코 사고가 나고 말았다.

 

 

앞서가던 쿠레의 B2600이 진흙길에서 중심을 잃고 바퀴가 홱 틀어 지더니 옆에 있던 흙벽을 들이받고 사진처럼 전복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쿠레는 다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 에서 차가 온 터라, B2600의 휠축에 끈을 묶어서 다시 뒤집어 놓았다.

 

쿠레는 더 이상은 무리라며 이쯤에서 돌아가기로 했고, 나는 혼자서 T.I까지 가기로 했다. 지난 1차 투어 때와 같이 외로운 주행이 시작되었다.

 

Tip 3. 여행 중 치안

제 경험상 굳이 위험한 곳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크게 문제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몇몇 오프로드 트랙을 제외한다면 어느 지역이건 간에 모든 시기에 오토바이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나는 케이프 요크의 화룡점정 'Old Telegraph'로드를 앞에 둔 로드하우스에 도착했다. old telegraph로드는 현재의 메인 로드가 열리기 전까지 T.I까지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케이프 요크의 메인로드도 충분히 험난하지만 old telegraph로드는 기존 오프로드와는 조금 달랐다. 이곳은 여러 개의 creek이라고 하는 포인트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크릭은 넘느냐 못 넘느냐의 문제이지 얼마나 험준한가는 논외였다.

 

올드 텔레그래프 로드는 원색적인 정글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첫번째 크릭 palm creek을 마주하게 되었다. palm creek이 얼마나 괴상하고 악랄하게 생겼는지 글로 표현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사진으로 봐야 한 30%정도나 이해될 수준 이었다.

 

웅덩이 모양의 palm creek을 내려가다 모터사이클을 넘어뜨리고 다시 세우고 지나가기 까지 거의 30m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혼자서 씨름 하느라 30분 정도 걸렸던 듯하다. 그렇게 모진 고생을 하며 palm creek을 넘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다음 creek으로 가기 위한 언덕이 있는데 도저히 그곳을 넘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palm creek을 넘어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이었다. 올드 텔레그래프 로드는 나의 KLX650 같은 트레일 바이크는 올 수 없고 모토크로스와 같은 바이크로 적어도 3명 이상 팀을 이루어서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어주고 해야 넘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오도가도 못 하게 된 나는 그야말로 고립된 신세였다.

 

그러나 다행히 그 쪽을 지나던 라이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나의 상황을 보고 도움을 주었고 나의 KLX650을 palm creek에서 다시 꺼내어 주었다. 그들이 말하길 모터사이클은 다른 샛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무로 다리를 놓고 개울을 하나 건너야 하는데 전날 밤 폭우로 인해서 물살이 매우 강해져 있으니 떨어지면 답이 없으니 그냥 메인 로드로 돌아가라고 했다.

 

어차피 나는 진작 올드 텔레그래프 로드를 완주 하겠다는 생각은 포기 하였고 비록 실패로 돌아간 올드 텔레그래프 로드 탐험 이었지만 palm creek을 넘은 것에 만족하기에 돌아가기로 했다.

 

Tip 4. 호주의 포장 도로, 바이크가 달리기에는?

전체적인 포장 도로 상태는 양호하나 표면이 굉장히 거칩니다. 고속도로에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 합니다. 어떤 면에 있어선 동물원에 가지 않고도 야생동물을 볼 수 있지만, 늘 충돌 사고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다시 T.I를 향해 달렸다. T.I를 목전에 두고 다시 정글 숲 사이를 지나가야 했고, 마침내 해변가에 도착했다. 모터사이클은 이곳에 주차하고 걸어서 가야 했다. 짧은 길이었지만 지난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갔다. T.I표지판 앞에서 바닷바람을 맞았던 느낌은 잊을 수 없었다.

 

지나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내려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 하였다. 첫날 오프로드의 시작을 알렸던 '로라'의 개울이 지속적인 폭우로 인하여 물살이 불어났던 것이다. 물살이 약해지길 기다리며 차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모터사이클을 세워두고 직접 건너보니 무릎위에서 허벅지 정도까지의 깊이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쿠레는 이곳에서 번호판을 유실 했다고 한다.

 

나는 바이크로 이곳을 넘기로 하고, 조심조심 주행을 하여 건넜다. 급한 물살을 이겨내고 건넌 덕에 모터사이클 하부에 붙어있던 진흙이 모조리 씻겨내려 갔다. 케이프 요크가 나에게 준 작별 선물 이었던 셈이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론더(Roande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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