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1원. 12일, 오피넷(opinet)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다. ‘저유가 시대’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기름값이 많이 떨어졌다. 최근 1년 자료를 살펴봐도 저유가 흐름은 분명하다. 2015년6월 1,675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렇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이런 흐름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편에선 조금이라도 더 뛰어난 효율을 강조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결코 적지 않다.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주요 차종들의 연비 라이벌을 살펴봤다.
[하이브리드] 토요타 프리우스 잡는다! 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자동차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토요타의 ‘프리우스’다. 오랜 시간 하이브리드의 제왕다운 면모를 보여줬고, 교과서처럼 여겨지는 탓에 많은 업체들의 단골 비교분석 대상이기도 하다.
프리우스는 신형이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아 비교하긴 어렵지만, 기존에 팔리던 모델의 연비는 리터 당 21.0km에 달했다. 배기량 1.8리터급 엔진을 탑재하고,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태 총 출력이 136마력(hp)다.
이에 도전장을 내민 건 다름아닌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현대차가 친환경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용차다. 최대 강점은 연비. 리터 당 22.4km(15인치 타이어 기준)의 효율을 자랑한다. 1.6리터급 GDi 엔진과 고효율 모터, 6단 DCT(듀얼클러치변속기)를 탑재한 결과다. 현대는 아이오닉이 신형 프리우스의 연비를 능가할 거라 자신하고 있다.
[소형 SUV] 엎치락 뒤치락... 푸조 2008 VS 르노삼성 QM3
지난해 가장 뜨거운 세그먼트는 단연 1,600cc급 이하 소형 디젤 SUV가 아닐까. 뛰어난 실용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우며 소형차 판매량을 흡수했고, 완성차 업체들의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된 소형 SUV.
소형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는 르노삼성의 QM3를 필두로 쌍용차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티볼리도 디젤 모델이 추가됐고, 이에 질세라 쉐보레도 트랙스 디젤을 내놓으며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같은 세그먼트에서 강세를 보인 차종이 또 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푸조 2008이 주인공이다. 국내 푸조 판매량의 절반이 넘을 만큼 인기가 좋다. 가격도 크게 낮춰서 국내 브랜드의 소형 SUV들과 직접 경쟁 중이다.
이 중 유럽과 우리나라 모두에서 라이벌로 꼽히는 르노삼성 QM3(현지명 르노 캡쳐)와 푸조 2008의 연비를 살펴보면 유로5 시절엔 QM3의 승리다. 유로5 기준 QM3의 복합 공인연비는 리터 당 18.5㎞, 푸조 2008은 17.4km이다.
그렇지만 유로6 모델이 출시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푸조 2008은 공인연비가 리터 당 18.0km로 오히려 상승했고, QM3 유로6 모델은 리터 당 17.7km로 소폭 하향됐다. QM3는 1.5 dCi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가 맞물리고, 2008은 1.6리터 HDi 엔진과 6단 전자제어 자동변속기(EGC)가 맞물린다.
QM3는 LNT방식(질소산화물을 일시적으로 잡아두고 연소시켜 방출하는 방식)으로 유로6에 대응했고, 2008은 SCR방식(암모니아의 화학반응으로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방식)을 써서 질소산화물을 줄였다.
[준중형 세단] 집안 싸움에서 삼파전으로… 현대 아반떼 VS 기아 K3 VS 르노삼성 SM3
1.6리터급 준중형 디젤 세단도 새로운 엔진을 탑재하며 연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이다. 사회 초년생들을 비롯, 다양한 연령대에게 인기가 많은 세그먼트여서 더욱 관심이 높은 탓이다.
유로6 모델의 포문은 현대차가 열었다. 신형 아반떼를 앞세우며 정부 신고 연비와 더불어 구연비 방식도 함께 표기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신고된 구연비 기준 복합연비는 리터 당 19.2km며, 신연비 기준으로는 18.4km다.
이에 질세라 기아차도 부분변경된 K3 디젤에 같은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대응했다. 1.6리터 e-VGT엔진과 ‘7단 DCT’가 적용돼 적용으로 리터 당 19.1km의 효율을 자랑한다. 구형은 리터 당 16.2km였지만, 새로운 파워트레인 덕에 효율이 훨씬 좋아졌다.
한동안 조용하던 르노삼성도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SM3를 내놓으며 아반떼와 K3에 도전장을 던졌다. QM3를 통해 충분히 검증된 르노의 1.5리터 dCi 디젤엔진과 6단 DCT가 조합을 이뤘고, 신고된 복합연비는 리터 당 17.7km로 아반떼와 K3에 밀리지만, 실연비는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저유가와 고효율’… 소비자는 즐겁다
“연비를 개선하고 싶으면 고민하지 말고 새 차로 바꾸면 됩니다.”
환경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오래된 엔진보다는 깨끗하고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엔진의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새로운 성능 경쟁에 나섰다.
예전엔 차 급에 관계 없이 배기량이나 최고출력 따위의 주행성능과 관련된 부분을 강조했지만 요즘엔 효율과 배출가스를 앞세우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차 컨셉트에 맞춰 차별화 하는 전략까지 펴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회사들의 피나는 노력을 부추긴 건 세계적인 저유가 기조다.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의 유지비 부담이 줄었고, 그만큼 돌아다니는 거리가 늘어 신차 구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강력해진 환경규제를 충족하면서도 언제 다시 올라갈지 모르는 유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선 높은 효율은 필수다. 반대로 보면 기름값이 낮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주유소에 가는 일이 줄어든 셈이다. 지갑이 얇아지는 속도가 느려지니 소비자는 즐겁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덧붙인다. 나쁜 차는 없다. 나쁜 운전자만 있을 뿐이다. 제아무리 좋은 자동차라 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트렁크에 쌓아둔 짐을 덜어내고, 운전 습관부터 여유 있게 바꿔보면 어떨까.
글
박찬규 star@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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