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엔진의 모든 부품은 경량화를 위해 새롭게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내구성도 함께 올려야했다. 엔지니어들은 테스트로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선택했다. 최고속을 유지하며 24시간 이상 끊임없이 달리는 레이스에서도 어떠한 문제나 손상이 발생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프레임도 기본구성 부품과 용접 방식을 개선해 약 8킬로그램을 더 내렸다. 이는 결과적으로 베이스가 됐던 GSX 모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 오랜 시간의 인내와 노력으로 파워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튼튼한 내구성까지 성취한 것이다.

1984년 말 마침내 GSX-R이 독일 쾰른 모터쇼에서 첫 공개됐다. 근본적으로 경량화에 중점한 레이스 머신이었으나 독특한 디자인과 기본 부품들이 외신들을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당시 대중들이 가진 스즈키의 이미지는 보수적이고 신중해 개혁을 꺼리는 브랜드였다. 대중들은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음에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GSX-R750이 내구레이스 챔퍼인쉽인 르망 24시 데뷔전에서 당당히 1, 2위를 차지하자 모두의 표정이 달라졌다. GSX-R의 존재감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가만히 앉아 지켜보던 관중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4시간동안 최대한 엔진을 쥐어짜며 달리는 내구레이스에서 우승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 제품의 고성능과 신뢰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검증된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후 GSX-R750은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도로와 트랙에서 크게 수가 늘어갔다. 시미즈 타테시는 1985년 9월에 텍사스에서 열렸던 매거진 ‘사이클 월드’ 내구 테스트 장면을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테스트했던 당시 750 클래스의 최고속도 부분에서 직접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GSX-R750의 모습을 회상했다.

80~90년대에 걸쳐 GSX-R은 고출력 스포츠 바이크의 선구자로 세계에 알려졌다. 팀원들은 한계를 더 넘어서고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개선하며 지원해갔다. 스즈키 사내 레이스 동호회였던 팀 타이탄 이야기도 있다. 수석 고문 혼마 아키노리는 “직접 엔진을 개발하다보니 몇몇 팀원들이 이걸로 내구레이스에 나가보자고 하더군요. 그 덕분에 스즈카 내구레이스까지 참가하게 됐지요”고 웃음 지었다.

당시에는 모터사이클 일본 4대 브랜드인 혼다, 야마하, 가와사키, 스즈키 모두 사내 직원들로 구성된 레이싱 팀이 있었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스즈카 서킷에서 이런 기업 클럽 팀들과 프로들이 함께 경쟁하는 것은 아주 일상적이었다고 한다. 단순히 엔진 설계나 모터사이클 성능 개발 경쟁을 넘어, 그들이 직접 타고 내달리는 레이스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하며 발전해 나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메이커 클럽팀들은 직접 자사의 엔진과 머신을 만들어서 경주에 참여했다. 그렇게 몰두해서 달리자 전문 레이서 팀들과 섞여 10위권 안에 들었다. 엔지니어와 설계자로써 그런 성적은 놀라운 것이었다.

엔진 설계 부서인 아라카와 히데토시는 “아직도 나는 86년 당시 GSX-R750 모델을 타고 있어요. 개발에 참여했던 모델이죠. 개발 당시부터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할지 항상 고민했으니까요”라며 당시의 열정을 내비쳤다. 약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에 걸쳐 스즈키는 지속적으로 GSX-R을 보완했다. 새로운 개선점들은 세계 각지의 레이스트랙에서 얻은 새로운 기술과 개선을 통한 것이었다.

1996년은 GSX-R시리즈가 경쟁 모델들과 다투면서 10년째 되던 해였다. 스즈키는 트윈 스파 프레임을 탑재한 GSX-R을 처음 선보였다. 트윈스파 프레임은 기존 방식과 달리 큰 엔진을 프레임이 감싸 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지금은 4기통 스포츠 바이크에 상식적인 형태지만, GSX-R이 첫 탄생했던 80년대에만 해도 엔진 부피가 너무 커 양산차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레이아웃이다. 설비와 기술력 발달로 엔진 부피를 줄이자 1985년에 처음 개발했던 트윈스파 프레임 아이디어를 10년 후인 1996년에 처음 양산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GP바이크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이 개발된 1996년형 GSX-R은 무게를 181킬로그램 까지 끌어내린 경량화에 성공하며 부드러운 기동성, 그리고 짧아진 휠베이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렇듯 작은 해안 마을 하마마츠에서 태어난 바이크는 전 세계 라이더가 사랑하는 머신으로 발전하기까지, 온갖 크고 작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과 노력이 스며들어갔다.

30년째 이어져 온 DNA를 강조하는 것도 거기에 있다. 멋진 외모와 화려한 스펙의 전자장비의 신형 바이크에 몰두하는 요즘 세대가 한번쯤 들어볼만한 이야기다. 잠시나마 ‘돈 주고 사는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써 시각을 달리해보자. 이제 백발이 성성한 그들이 왜 이 한가지에만 이렇게 몰두해 긴 인생을 바쳐왔는지 알 수 있다.

<3편>에서 계속.

글 임성진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라이드매거진(www.ridemag.co.kr)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