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드라이빙 클래스: 레이디 스킬업 현장을 가다

'김여사'라는 말을 좋아하는 여성운전자는 없을 거다. 운전이 서툰 여자를 비꼬는 말이니 좋아할 리가 없다. 문제는 왜 '김여사'로 불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가속이나 차선 변경을 느리게 한다거나, 주차 실력이 부족한 것과는 별개다. 다른 운전자에 대한 배려가 적고, 자기중심적인 운전을 일삼기 때문에 입에 오르내리는 거다. 왜그럴까.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본질적으로는 교통법규를, 차의 여러 기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여성운전자 입장에서 차를 바라보면 어려운 것투성이다. 결국, 여성운전자 재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완성차 업체와 지자체와 손을 잡고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현대 드라이빙 클래스 '레이디 스킬 업'



지난 5월29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에서 '현대 드라이빙 클래스 - 레이디 스킬 업(Hyundai Driving Class - Lady Skill Up)' 행사가 열렸다. 지난 3년간 '김여사 탈출기'라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지만, 이제는 '김여사'를 뗐다. 여성 운전자의 운전 실력을 높인다는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초보 운전자들이 어려워하는 주차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현대는 여성운전자 60명을 초대했다.


'장롱면허'는 면했지만, 주차는 어려워

이날 모인 여성운전자들은 대부분 30~40대다. 스무 살 대학생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운전면허를 땄다는 한 여성 운전자의 얘기도 공감이 됐다. 면허만 땄을 뿐, 아버지가 자동차 키를 내주지 않아 결국 장롱면허로 10년이 흘렀다. 지난해 결혼 후 운전을 하려 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특히 주차에 자신이 없었는데, 남편이 이번 행사를 알려줘 신청하게 됐다고.



눈에 띄는 다른 참가자도 있었다.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아기를 안은 여성이 있었다. 생후 7개월 된 아기를 안고 참가한 임민주 씨다. 육아휴직 중에 행사를 신청했는데, 육아휴직이 끝나고 행사에 선정됐다. 임 씨는 이날 휴가를 냈고, 운전을 배우는 동안 아기를 돌볼 사람이 필요해 친정어머니까지 함께 왔다. "육아에 운전이 필수라고 생각해 임신기간 동안 면허를 땄고, 운전과 주차를 잘 하고 싶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참가자들은 일반 도로에서 차를 몰고 다니는 건 어렵지 않다고 자신 있어 했다. 하지만 주차만큼은 어렵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대형마트의 입구 쪽은 주차된 차가 많아서 차가 없는 곳까지 멀리 주차를 해야만 했다. 후진주차가 쉽다는 사람이 많지만, 옆 차에 흠집을 낼까 두려워 전면주차만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들에게 주차는 분명 어려운 숙제다.


이론을 겸비한 실전, '안전'부터 배우자

실전에 들어가기 전, 사전 교육이 있었다. 운전에 대한 이론 교육이다. 카레이서 장현진 씨와 개그맨이자 카레이서인 한민관 씨가 교육을 담당했다. 둘은 서한-퍼플모터스포트 레이싱팀 소속으로 활약 중이다. 그들은 바른 운전자세, 고속도로 진입 방법, 사고가 났을 때 대처 방법, 타이어 점검법 등 운전에 필요한 정보들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장현진 씨가 강조한 건 고속도로에서의 주의사항이다. 고속도로 1차로는 추월차로니 1차로에서 속도를 지키며 달리는 건 다른 차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는 곧바로 본선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충분히 속도를 올린 뒤 진입해야 뒤에서 오는 차와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잘 몰라서 위험을 부르는 행동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아울러 고속도로 중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차가 움직일 수 있다면 바로 갓길로 이동한 다음, 트렁크를 열어두고 다른 차들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안전 삼각대를 세우는 등 사고를 알려야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여성 참가자는 "고속도로 운전 중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번 교육이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전했다.


주차에도 '공식'이 있다!

참가자들이 가장 귀 기울여 들은 내용은 바로 '주차공식'이다. 운전이 서툰 사람은 어느 시점에서 스티어링휠(운전대)을 어느 정도 돌려야 할 지 잘 모른다. 때문에 이런 공식은 유용해 보였다. 물론 허리가 길쭉한 리무진 모델 등 일반적이지 않은 차들은 예외다.



후진주차는 주차하려는 옆 차와 50cm 간격으로 다가가 내 차의 뒤 범퍼가 옆 차의 가운데에 오면 운전대를 진행방향 끝까지 돌려 후진한다. 사이드미러도 잘 살피며 이미 주차된 양쪽 차와의 간격을 조절해야 한다. 내 차가 옆 차들과 수평이 됐을 때 운전대를 바로 하고 그대로 후진하다가 옆 차와 내 차의 사이드미러가 나란히 됐을 때 멈추면 된다. 후진주차는 주차 방법 중에 가장 쉬운 편에 속한다.



전진주차는 주차하려는 쪽의 옆 차와 1m 간격을 두고 진입해 내 차의 사이드미러가 옆 차의 끝선과 일직선이 되면 잠시 멈춘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끝까지 돌려 주차 공간으로 진입한다. 좌우를 살피며 옆 차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 차가 옆 차와 수평이 되면 운전대를 바로 한 다음 앞으로 가면 된다. 전진주차는 진입 각도가 크기 때문에 한 번에 안 될 경우가 많다. 그럴 땐 두 번에 나눠 진입하면 쉽다.



많은 여성 운전자들이 어려워하는 주차가 평행주차다. 주차하려는 공간의 앞차의 옆으로 1m 간격으로 진입하고, 옆 차와 나란히 되면 잠시 멈춘다. 운전대를 주차 공간 쪽으로 최대한 돌려 후진하다가 옆 차의 뒤 범퍼와 내 차 가운데(앞 창문과 뒤 창문 사이쯤)가 만나는 점이 45도가 되면 운전대를 바로 하고 그대로 후진한다. 앞 차 뒤 범퍼와 내 차 앞 범퍼가 스치듯 만날 때 운전대를 도로 쪽으로 돌려 후진한다. 앞뒤 간격을 보며 정렬하면 평행주차가 끝난다. 역시 배울 땐 참 쉽다.


전문 드라이버 강습 받고 자신감 쑥쑥!



곧이어 대형마트 주차장으로 이동해 실전에 들어갔다. 참가자들은 오전, 오후로 나눠 운전 교육을 받았다. 준비된 차는 15대. 한 명의 전문 드라이버와 참가자 두 명이 각각 차에 올랐다. 전문 드라이버는 현재 카레이서로 활동 중인 베테랑들이다. 넓은 주차장엔 공사장에서 쓰는 주황색 고깔들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간격을 조정해 다른 차와 겹치지 않게 운전 강습을 받았다. 넓은 공간에서 전문 드라이버의 친절한 주차 강습을 받은 탓일까. 그녀들의 얼굴에 여유가 생겼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엄미정 씨는 "주중엔 지방에서 지내다가 주말에 서울 올라오면 주차가 제일 힘들었다"면서 "이번 주차 강습은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여유가 있어서 편하게 연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롱면허에서 탈출한 지 얼마 안 되는 임청 씨는 "그동안 몰랐던 주차 공식을 실전에 대입하니 주차가 쉬웠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전문 드라이버의 친절한 강습 덕분에 주차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여성 카레이서 권보미 씨도 교육을 진행했다. 권 씨는 "운전은 가족에게 배우면 감정싸움이 나고 운전에 주눅 들기 쉽지만 이번 행사에선 참가자들이 편히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가르쳐 준 대로 참가자들이 잘 따라해 주차 실력이 금방 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또 "여성이라고 긴장하거나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 있게 운전할 때 안전운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실생활에 유용한 주차 프로그램으로 여성 운전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앞으로 두 차례 더 진행해 총 180명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많은 여성들이 '김여사' 꼬리표를 떼고, 당당한 여성운전자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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