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ZR-M1은 야마하의 레이스 웨폰(Race Weapon)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 레이스, MotoGP에 출전하는 챔피언 머신 중 하나다. 지난 번 스페인 헤레즈(Jerez)에서 99번 엔트리를 달고 출전한 호르헤 로렌조(Jorge Lorenzo)가 우승했고, 이번 프랑스에서 열린 르망 레이스에서 또 한번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YZR-M1을 탄 라이더는 올해 2015년 시즌 중 단 한 번도 포디움을 떠나지 않았다. 즉, 최소한 3등 안에 항상 들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25명의 라이더 중 항상 3위 안에 들었다는 뜻. 이건 라이더의 집중력과 머신의 전투력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YZR-M1이 처음부터 잘 나갔던 머신은 아니다. 월드 그랑프리(WGP)의 최고봉 레이스였던 GP500 시리즈에 출전했던 야마하 대표 머신 YZR500의 후계다. 레이스 레귤레이션이 바뀌면서 4스트로크 엔진을 장착한 YZR-M1으로 출전을 시작했다. 처음엔 어떤 머신이 그렇듯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많은 경력을 가진 정상급 레이서들이 머신을 완성시켜갔다. 실전이든 연습이든 다양한 변수를 겪으면서 교정되어 왔다.
특히 그 과정이 일취월장한 것은 발렌티노 롯시가 혼다에서 야마하로 이적한 후다. 발렌티노 롯시는 이미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던 혼다 RC211V보다 야마하의 새 머신에 큰 애정을 가졌다. 그는 랩을 거듭하며 조금씩 머신을 끌어올렸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강한 부분을 더욱 보강했다. ‘닥터’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정교한 지적으로 머신 개발팀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결과는 지금과 같다. 가장 강력한 세계 최고의 온로드 바이크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우리같은 일반인에게도 혜택이 돌아왔다. 야마하는 올해 겉부터 속까지 YZR-M1을 쏙 빼다박은 신형 YZF-R1을 양산 판매하기 시작했다. YZF-R1은 1998년 첫 양산을 시작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야마하 슈퍼스포츠 그 자체다. 하지만 이번 신형 바이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결의가 넘친다.
YZF-R1은 겉모습부터 완벽히 탈바꿈했다. 헤드라이트 위치만 봐도 느낄 수 있다. 레이스 머신이 트랙에서 막 튀어나온 듯 하다. 998cc 병렬 4기통 엔진은 YZR-M1이 사용하는 크로스플레인 크랭크샤프트가 사용됐다. 270-180-90-180도 순서로 연속 폭발해 높은 트랙션 성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압축비를 13:1로 높여 최고 200마력을 달성한 것은 기본, 높은 내구성을 위해 티타늄 콘로드와 알루미늄 단조 피스톤을 적용했다. 레이스 파츠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수준을 양산차에 적용한 것이다. 차체에 연료를 가득 넣은 중량은 199킬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YZF-R1M의 경우 차체에 다양한 카본 파츠를 대폭 적용해 무게를 낮췄다.
발렌티노 롯시와 호르헤 로렌조는 같은 야마하 팩토리 레이싱 팀 소속이면서도 치열한 경쟁구도를 갖고 있다. 나란히 1위, 2위를 다투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종종 보이며 혼다나 두카티 등 유력한 라이더들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레이스는 라이더와 머신의 혼연일체로 성적을 결정지을 수 있는 여러 요소간의 경쟁이다. 라이더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머신이 받쳐주지 않으면 우승은 불가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발렌티노 롯시는 오랜 시간 YZR-M1을 타고 수년 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랙을 누비며 가장 쉽고 빠르게 탈 수 있는 머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분신인 YZF-R1을 개발하는 데도 일조했다.
어마어마한 종류의 전자장비는 화려함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라이더가 좀 더 쉽고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투입한 것이다. 대부분 전자장비는 라이더가 개입해 수치를 조절할 수 있으며 라이더가 원한다면 아예 작동을 막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라이더의 의지대로 하는 야마하의 모토가 슈퍼스포츠 머신인 YZF-R1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베테랑 레이서 발렌티노 롯시, 그리고 거칠고 공격적인 주행 능력으로 세계 챔피언 자리를 밟아왔던 호르헤 로렌조. 그들의 머신과 가장 가까이 닮아있는 모터사이클을 일반인도 쉬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사실이다.
글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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