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끝 '워남불'을 넘어서 다음 도시 '애들레이드'를 향해 달렸다. 이때부터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 진입하게 되었는데, 넓게 펼쳐진 들판이 장관을 이루는 길이었다.
애들레이드는 다른 도시와 다르게 독특한 정취가 있는 곳이었다. 커다란 도심지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스러운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간직한 도시였다. 편안한 마음으로 애들레이드 대학과 여러 박물관을 관람했고 로댕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는 와인 생산지가 많았는데 라이딩중 보는 풍경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멜버른과 시드니와는 다르게 애들레이드는 한국인의 수가 적은 편 이었다. 물론 그만큼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겠지만, 도시적인 분위기는 선호 하지만 한국인을 멀리하고 싶다면 애들레이드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따뜻한 애들레이드의 햇살을 뒤로하고 다음 목표지 '걸러 레인지'로 향했다. 걸러 레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남부의 약 500km 정도의 사막 오프로드 트랙이다. 이때부터 풍경이 점점 황무지로 변해갔고, 햇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걸러레인지 사막지역은 모래가 아주 곱고 깊었고, 인적이 드물었다. 나의 혼다 CB125E는 온로드 전용 모터사이클 이었는데, 이런 작은 모터사이클은 걸러 레인지를 지나가기 매우 어려웠다. 힘이 약하여 모래 더미를 헤쳐 나오지 못했다.
한참을 달리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그다지 빠른 속도도 아니었고, 풀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부상은 없었으나 웬일인지 혼다 CB125E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보통 호주는 대도시 지역을 벗어나면 전화가 안 되는데. 이런 인적이 드문 곳을 지나면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것은 곧 조난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한참을 씨름 끝에 도저히 안 되겠다 판단하고 작은 가방 속에 물과 몇 가지 식량만 챙기고 무작정 앞으로 걸었다. 지도를 확인하니 적어도 다음날에는 중간 경유지에 도착할 수 있어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마주오던 트럭을 만났다. 트럭을 세운 뒤 사정을 설명하자, 트럭기사는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였고, 그 트럭을 타고 다시 내 혼다 CB125E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트럭기사의 이름은 폴, 풍차기술자다. 그의 조카 트리스탄과 함께 상하수도관이 없는 이른 오지 트랙을 다니며 우물과 풍차를 고치는 일을 하는 기술자였다.
그렇게 일단 내 모터사이클을 폴의 트럭에 싣고, 얼떨결에 폴의 풍차 수리 일을 돕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 폴은 정해진 일정이 없다면 자신의 집에 가자고 제안 하였다. 나는 당연히 수락하였고 그렇게 폴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폴의 집은 애들레이드 에서 250km 떨어진 '제임스 타운' 이라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목장과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집에서 말 목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폴은 주기적으로 오지에 있는 풍차를 고치러 다니며 생활을 꾸려갔다. 3일간 폴의 집에서 머물면서 호주 현지인들의 생활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폴의 깊은 은혜를 뒤로하고, 나는 다음 목적지인 '울룰루'를 향했다. 울룰루는 지구의 배꼽으로 불리는 호주의 대표적 심벌, 둘레 8.8km 의 거대한 암석 을 부르는 말이며, 영어식 명칭은 '에어즈락' 이다.
애들레이드에서 다윈까지호주 중부를 가로횡단 하는 고속도로의 이름은 '스튜어트 하이웨이'다. 호주의 주요 도시들은 거의 다 해안가에 위치한다. 따라서 이 중부 '노던테리토리' 주는 북쪽 도시 '다윈'을 제외하면 거주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호주의 원주민 '에버리진'들의 주였다.
스튜어트 하이웨이는 호주 사막의 진수를 보여줬다.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지평선이었으며, 햇볕은 굉장히 강렬했다.
그렇게 몇 일간 주행 끝에, 울룰루에 도착하게 되었다. 울룰루에는 거대한 리조트가 형성되어 있었고, 이곳에서 숙박을 하거나 캠핑 싸이트를 임대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흥행했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의 영향 때문인지, 울룰루를 찾는 일본인이 정말 많았다.
울룰루는 등반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게 항상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매일 아침 관리직원이 기후를 측정하여 등반을 금지 시키는 경우가 잦다. 울룰루를 빙 둘러 걷는 데는 약 4시간 가량 걸린다. 울룰루 뿐만 아니라 근처에 '카타츄타 산' 이라는 곳도 있는데, 역시나 빼어난 장관을 보여준다.
내가 첫날 캠핑을 했을 때, 혼자서 자동차 여행을 하던 젊은 일본인 여행자와 신혼여행중인 부부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아무래도 외진곳에 오다보니 비슷한 아시아인 끼리 뭉치게 되었다.
그리고 둘째 날, 한국인과 만날 수 있었다. 그 한국인은 여기 리조트에 일자리를 구하러 온 사람이었다. 워킹홀리데이를 통해서 취업을 하는 방법 중에 이러한 리조트에 취직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보통은 시드니 같은 대도시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정 수수료를 지불해서 일을 구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오기도 한다. 정식 업체에 취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주의 비싼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서 비싼 물가와 주택 임대료를 내고나면 남는 돈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통 한국인이 운영하는 직업소개소는 이러한 점을 속이거나 과장하는 경우가 많으니 무작정 맹신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 ROANDER'S RIDE 3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론더(Roande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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