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 랠리는 인간과 머신을 가장 가혹하게 몰아치는 경기다. 과거 혼다의 아프리카 트윈은 이 경기에서 전설적인 존재였다. 아프리카 트윈은 4년 연속 다카르 랠리의 우승 메달을 걸며 80년대 후반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양산형 모델은 지속적인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수정 및 개량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다.
 

혼다는 1989년 다카르랠리 우승을 뒤로하고 다카르 랠리에서 철수했다. 랠리 팀 철수 이후에도 양산 모델인 아프리카 트윈은 기술적 신뢰 및 많은 적재능력을 바탕으로 모터사이클리스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아프리카 트윈은 2003년을 마지막으로 생산이 중단됐다. 물론 단종 이후에도 인기는 끊이지 않았다. 뛰어난 성능으로 월드투어 모델로써 명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 향수를 기억하는 이가 많다는 것이 당시의 명성을 증명하기도 한다.
 

▶ CRF450 베이스로 제작한 CRF450 Rally
 

아프리카 트윈은 종적을 감춘 지 오래지만 최신 모토크로스인 CRF시리즈를 개량한 랠리 바이크가 그 자리를 대신해왔다. 최근 혼다는 CRF450 랠리 바이크를 주인공으로 모로코 랠리를 다시 시작했다. 이를 통해 각종 오프로드 데이터를 수집하던 혼다는 곧이어 다카르 랠리 참전 소식을 발표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많은 랠리 마니아들은 전설적인 아프리카 트윈이 부활하지 않을까하고 많은 기대를 모았다. 바람은 현실이 됐다. 2014년 지상 최대 모터쇼인 EICMA에서 혼다가 ‘True Adventure’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 속에 공개된 ‘True Adventure’의 양 옆에는 아프리카 트윈과 혼다의 다카르 랠리머신인 CRF 450 Rally가 함께 전시되었다. 새 모델의 외관은 카모플라쥬 패턴으로 위장되어있어 공식 발표이전까지 상세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막 진흙탕을 달리고 온 듯한 연출 또한 랠리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아프리카 트윈의 후속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모델의 정식 명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원 또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모델의 심장으로 1,000cc 급 V-트윈 엔진 탑재를 점치고 있다. 최대출력은 오프로드에서 충분한 파워를 자랑하는 110마력 전후로 추측하고 있다.
 

트랜스미션 채택은 6단 변속 시스템이 유력하다. 또 자사의 NC시리즈 등 다양한 모델에 적용한 듀얼 클러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에 듀얼 클러치가 적용되면 기존 대비 스트레스 없는 변속으로 장거리 주행에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명마인 아프리카 트윈을 계승한 신형 모델의 휠 사이즈는 전작과 다를 바 없이 앞 21인치 뒤 17인치 장착이 유력하다. 필수장비가 된 ABS는 물론 다양한 편의 장비는 VFR1200F의 옵션을 그대로 옮겨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듀얼퍼포즈 바이크를 선두로 다양한 조건의 노면을 주파할 수 있는 바이크가 대세를 이뤘다. 물론 혼다가 해당 카테고리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고속 스포츠 투어러 VFR1200F를 기반으로 한 VFR1200X 크로스투어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카테고리를  제패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한 오버리터급 V4엔진 파워와 무거운 차중 등 부적격 요소가 많았다.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듀얼퍼포즈 카테고리는 보다 가볍고 다루기 쉬워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 이 점에서 혼다는 아프리카 트윈의 가치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신형모델 공개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True Adventure’라 불리는 이 모델은 기다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아프리카 트윈의 오마주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역사적인 혼다의 기념비적 머신이 부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본 모습이 언제 공개될지 모르지만 과거 아프리카 트윈의 명성에 걸맞는 후속작이 될지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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