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어드벤처 바이크는 약 1,200cc 내외의 대배기량으로 크게 상향평준화 되어 가고 있다. 반면 미들클래스는 어떤가? 역시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추세다. 미들클래스인지 리터 클래스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약 900cc 내외의 준 리터클래스와 배기량이 엇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MT-09를 미들 로드스터라고 부르는 야마하는 상당히 히트를 치고 있다. 특히 독특한 주행필링과 새롭게 투입한 3기통 엔진의 파워가 시장에 꽤 잘 먹히고 있다. MT-09를 베이스로 한 스트리트 랠리 등 다양한 버전의 에디션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커스터마이징 여지도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풀 카울링을 덮어 어드벤처 바이크로 탈바꿈한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 본적 있다. 불현듯 야마하가 직접 그 꿈을 실현했다. 스포츠 어드벤처 바이크의 조건을 갖춘 든든한 심장과 섀시가 준비되었기 때문에 작업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 우리 앞에 놓여진 MT-09 트레이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존에 쓰던 847cc 3기통 엔진을 가진 MT-09 트레이서는 MT-09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스포츠 어드벤처 바이크다. 한눈에 봐도 작고 날렵해 보이는 차체에 파워풀한 엔진은 얹은 경량 어드벤처임을 알 수 있다. 최대 파워는 무려 115마력으로 출력도 퍼포먼스 모델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 토크는 낮은 회전부터 부드럽게 솟으며 고회전으로 갈수록 무척 날카로워지는 응답성을 가졌다. 야마하는 MT-09의 세팅을 조금 완만하게 다듬었을 뿐 지루하지 않은 특성은 그대로 가져간다고 했다.

 

표준장비인 ABS와 트랙션 컨트롤은 마음대로 켜거나 끌 수 있다. 계기반은 신형 슈퍼테네레가 사용한 것과 같다. 대형 LCD 디스플레이는 투박한 모양새로 랠리 레이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기교를 부린 다른 계기반보다 멋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시인성도 무척 탁월해 큰 장점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또 한 가지 자랑거리는 라이더 포지션에 걸맞게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어저스터블(조절가능한)’ 설계다. 조종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핸들바의 위치를 앞이나 뒤로 움직여 쉽게 체형에 알맞게 조절할 수 있는 점은 무척 반갑다. 시트 높이 또한 2단계로 조절해 사용자에 따라, 혹은 때에 따라 높게 혹은 낮게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스크린도 조절 가능한 방식으로 간단한 조작으로 주행풍을 조절할 수 있다. 인간 중심의 이런 여지를 두는 것은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연료탱크는 MT-09보다 4리터가 늘어난 18리터다. 큰 변화이긴 하지만 동급 어드벤처 투어러를 경쟁상대로 봤을 때 그다지 매력적인 부분은 아니다. 야마하는 연료 효율을 강조하며 약 250킬로미터 이상 순항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주행 연비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워낙 고출력 엔진인데다 리터클래스처럼 순간 토크가 넉넉하지는 않기 때문에 연비를 고르게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이브 셀렉트 모드가 준비되어 있어 언제든 출력을 바꿀 수 있고 장비 중량은 210킬로그램으로 미들클래스 어드벤처와 유사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100마력을 훌쩍 넘는 출력을 생각하면 전혀 무거운 무게는 아니다. 무게는 가벼운 CF 알루미늄 다이캐스트 프레임 덕이 크다. MT-09에 채용되어 밸런스에 호평을 받았던 그 섀시 그대로다. 3기통 엔진의 이점을 잘 살린 슬림한 설계가 돋보인다.

 

LED 듀얼 헤드라이트는 기본이다. 또한 기본 콘셉트인 ‘어저스터블’에 맞게 라이트 조사각 또한 별도의 공구없이 간단히 조절할 수 있다. 주간 주행등은 낮은 전력을 소모하는 LED로 꾸며졌다. 공격적인 트레이서의 이미지와도 잘 들어맞는 인상을 심어줬다.

 

투어링 타이어를 기본으로 하는 MT-09 트레이서는 전 120, 후 180밀리미터의 평균적인 미들클래스 사이즈를 확보했다. 메인 스탠드는 표준 장비되어 정비 및 주차시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정품 액세서리로는 열선 그립이나 리어 케이스, 여느 어드벤처 바이크에나 장착되는 다양한 종류의 크래쉬 가드 등이 준비되어 있다.

 

색상은 매트 그레이, 마그마 레드, 레이스 블루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야마하 유럽은 내년부터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에 언제 판매를 시작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짜릿한 엔진 감각으로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MT-09의 제대로 된 커스터마이징 버전, 트레이서는 2015년을 맞아 미들클래스 스포츠 어드벤처 바이크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