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초청으로 렉서스가 생산되는 공장 중 가장 큰 토요타 자동차 큐슈 공장을 방문했다. 렉서스 브랜드의 자동차 10대 중 8대는 이곳 토요타 자동차 큐슈공장에서 생산된다. 다시 말해 이곳은 렉서스를 위해 특화된 공장이다. 지난 2013년 6월 생산누적대수 500만대를 달성했으며, 미국 JD파워 등 소비자 조사기관에서도 많은 상을 휩쓴 저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자본금 450억엔, 연 면적 113만 제곱미터의 이곳은 연간 43만대의 자동차와 22만기의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렉서스는 토요타 그룹 내의 버추얼 컴퍼니와 같은 존재다. 다시 말하면 실체가 있다기 보다는 토요타 자동차의 고급 브랜드로서 기존 회사 안에 브랜드만 따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자동차를 만드는 장소는 기존 토요타의 제조방식과는 다른 더 고차원적 이어야만 한다는 내부 결정에 따라 큐슈에 공장만 따로 설립하게 된다. 흔히 생산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으로 불린다. 이 중 자본을 토요타 자동차가 대고 나머지 요소는 큐슈의 것을 모두 활용한 공장이다. 다시 말하면 지분을 토요타 자동차가 모두 보유하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 큐슈공장은 1991년 2월 토요타 자동차의 제 2 생산 거점으로 생산을 시작한다. 현재 공장은 차량공장인 미야타 공장과 기간 유닛 공장인 고쿠라 고장과 간다공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렉서스는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아시아, 유럽 등 세계 70여개 국가로 향한다.
렉서스의 기술장인 타쿠미를 만나다
일본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모두 한결 같이 놀라는 점은 철저하게 정돈된 거리와 일사불란한 시민들의 모습이다. 물론 이것이 일본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본은 전통적으로 기술 장인에 대한 높은 대우로 제품의 혁신을 거듭해온 역사가 있다. 또 대를 이어서 가업을 이어나가는 문화를 통해 도제식 기술전수방법으로 한때 세계 최고의 기술대국으로 부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도 이와 같은 전통이 살아 있다. 바로 기술 장인이라고 말하는 '타쿠미‘가 그것이다.
토요타 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타쿠미의 장인정신이 가장 철저하게 베어든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렉서스 출범 초기부터 이런 방식의 제조공법이 진행되었다. 10월에 출시하는 렉서스 NX의 생산과정에서도 타쿠미의 장인정신은 그대로 발휘된다. 자동차는 첨단 기술의 총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감성이 베어든 물건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혁신적인 첨단기술을 적용한 계기판을 탑재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감성을 기반으로 해 섬세한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시트와 대시 보드, 도어트림 등은 고급차의 필수요소 가운데 하나다.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시트나 대시보드 그리고 스티어링휠을 감싸고 있는 스티칭이 완벽하게 마무리되면 심플하고 우아한 곡선이 살아난다. 그리고 이것이 자동차의 감성품질을 담당하게 되고 감성품질이 높으면 높을수록 프리미엄 자동차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오랜 경력의 직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토요타 자동차 큐슈공장의 미야타 공장에는 7,700명에 달하는 기술인력들이 있다. 하지만 타쿠미는 고작 19명에 불과하다.
렉서스 NX 1대가 출고되기에 이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검사과정은 모두 500여 가지다. 이런 엄청난 검사과정에 타쿠미들의 전문성은 빛을 발한다. 손으로 도장면을 만져서 일반인들이 확인하기 어려운 0.1mm의 오차까지 발견할 수 있는 이들의 능력은 기본 경력 수십년 이상 된 베테랑들이다. 특히 인테리어의 고급감을 책임지는 스티칭 타쿠미 들은 종이로 90초안에 한손으로 종이 개구리를 접을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만 한다고 한다. 기자단을 안내하던 검사과장은 종리 개구리를 접는 것이 검사과정과 전혀 상관없는 일일지라도 이를 통해 선천적인 손의 감각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전달했다.
철저하게 계산된 매뉴얼과 작업지시 그리고 기업의 미래를 향한 방침아래 맞추어진 일정속에서 일본 고유 장인정신의 상징인 타쿠미들은 세계를 향한 렉서스 NX에 자부심을 불어넣고 있었다.
렉서스 NX, 폭발적 수요 감당키 어려워
일본 내에서 렉서스 NX의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다. 그리고 전세계로 공급되는 렉서스 NX 역시 현재 대부분 토요타 자동차 큐슈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렉서스 기술개발 프로젝트 매니저인 오츠카 켄지에 따르면 일본내에서 렉서스 NX 하이브리드와 터보모델의 비중은 절반정도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유럽을 비롯해 북미에서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에서도 하이브리드 비중은 전체 80%에 육박하고 있다.
렉서스 NX 출시 후 예상수요량보다 14배가 많은 물량을 주문받아 현재로서는 월간 1,7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의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 참고로 9월에는 1,458대가 생산된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 렉서스 NX를 주문해도 5개월가량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스기야마 신지(토요타자동차 규슈, 생산부문 총괄 전무)토요타 자동차 큐슈공장은 모두 1공장과 2공장으로 나뉘는데, 1공장에서는 렉서스 HS, CT, NX, 토요타 SAI자동차가 생산된다. 2공장에서는 RX, ES, IS가 생산된다. 2교대로 생산 인력을 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기야마 신지 생산부문 총괄 전무는 “생산능력은 2개월 단위로 늘리겠지만 현재로서는 대기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자단은 렉서스 NX 생산 공장과 출고 전 주행시험장을 둘러봤다. 시설은 정돈돼 있고, 반복되는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자들의 눈에는 진중함이 빛났다. 주행시험은 두꺼운 로프를 깔아놓은 도로, 맨홀이 많은 도로, 유럽형 돌바닥 도로, 범프도로 등을 시속 40km의 속도로 통과한다. 공장 밖으로 나가기 전 모든 렉서스 NX가 이 주행시험을 받는다. 불량률은 800대 가운데 1대 꼴로 발생한다고 한다.
렉서스의 차세대 디자인 아이콘이 될 NX는 분명 지금까지 렉서스와는 한 차원 다르다. 날렵하다 못해 손을 베일 것 같은 공격적인 인상은 정숙함을 강조하던 지난날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측면 캐릭터 라인부터 리어범퍼와 리어램프는 초기 콘셉트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배경에는 역시 타쿠미가 버티고 있는 렉서스의 생산기술 부문에 대한 신뢰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감행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어떠한 일이든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가치에 주목해 회사의 장인제도를 숭고하게 바라보고 키워온 그들의 정신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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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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