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서쪽의 하노버(Hannover)시에는 폴크스바겐 그룹이 운영하는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가 있다. 자동차 테마파크는 유명한 곳이 꽤 많다. 가장 대표적인 BMW 벨트, 일본에는 토요타 메가웹이 토쿄 오다이바시에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도 상당히 유명한 명소 중 하나다. 아우토슈타트는 폴크스바겐이 건설한 테마파크로 개장한지 10년이 조금 넘은 장소이다. 하지만 이곳이 단시간내에 명성을 얻은 것은 국민차라는 이름의 폴크스바겐 그룹이자사의 철학을 가장 확고하게 표현하면서도 실용적인 차량 출고센터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토슈타트는 개장 10년째인 지난해 2월 25일을 기준으로 관람객 2천만명을 돌파해 명실상부한 최고의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독일 내에서도 2번째로 인기가 높은 체험형 테마파크로 선정되어 독일 관광청이 선정한 10대 관광명소에도 포함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사람들의 기업(The People's Company)가 되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국민차 그룹답게 ‘타입 1’과 ‘타입 2’로 독일 자동차 시장에 발을 내딛였다. 그 차는 비틀과 폴크스바겐 미니버스였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 영국의 벤틀리도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에 있다. 연간 1천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그들의 목표는 그리 무리한 목표가 아닌 듯 싶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철학을 전달한다, 콘제른벨트
아우토슈타트는 자동차 인수센터를 비롯해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의 브랜드 파빌리온, 박물관 그리고 중심 건물인 콘제른벨트(KozernBelt)가 있다. 콘제른벨트는 폴크스바겐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법과 디자인에 대한 소개 그리고 브랜드의 철학을 표현하고 있는 각종 공간들로 가득 차 있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모든 모델들은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클레이 모델로 외형에 대한 조절을 마무리한다. 이런 과정 모두가 테마형식으로 표현되어 관람객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대의 자동차가 나오기 까지 제조공정에 대한 것들이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들을 절개차로 들여놓아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브랜드 철학을 표현한 장소에는 ‘레벨 그린(Level Green)’이름의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 콘제른벨트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실제 자동차와 거의 비슷한 모형자동차를 운전한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용 운전면허증도 수여돼 어린이들의 인기가 아주 높다.
자동차의 역사, 자이트하우스
모터팬 입장에서 봤을 때 아우토슈타트라는 자동차 테마파크의 가장 큰 백미는 아우토슈타트 자이트하우스(Zeithaus) 박물관이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처럼 클래식 자동차를 진열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은 자동차의 역사를 나름의 컨셉에 맞게 배열해 놓음으로서 그 발전상을 여실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예를 들어서 가장 처음 만나는 자동차는 100년이 훌쩍 넘은 1기통의 초기 자동차다. 그리고 점차 2기통, 3기통, 4기통으로 커지다가 16기통을 장착한 엔진자동차까지 진열되어 있는 식이다. 그리고 1층에는 어린이용 자동차 역시 꽤 옛날 모델을 들여놓아 역사를 알 수 있게 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나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동차의 면면을 살펴보면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시대를 대표하는 1954년식 벤틀리 R타입 컨티넨탈 쿠페, 1966년식 포르쉐 911, 1932년식 란치아, 부가티 757 SC 아틀란틱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클래식카가 눈을 즐겁게 한다.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그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들을 대동한 부자지간이라는 점이다. 간간이 영어와 비슷한 단어를 제외하고는 독일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은 함께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워 보였다.
아우토슈타트의 명물, 카 타워
폴크스바겐 측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본사로 직접 방문해 차량을 출고하는 소비자의 비중이 전체 30%가 넘는다고 하다. 폴크스바겐은 내수시장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므로 숫자로만 보면 매해 10만명에 이르는 고객들이 본사를 방문해 차량을 직접 출고하는 것이다. 이들이 방문하게 되는 곳이 바로 카 타워(Car Tower)다. 매일 400여대가 출고와 입고를 반복하는 카 타워는 개성 있으면서 실용적인 공간으로 고객들은 이곳을 방문해 자신의 차량을 쿤덴센터에서 인도받기 전 꺼내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곳을 찾은 한 폴크스바겐 고객은 “지극히 단순한 과정이지만 주인공이 자동차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자동차라는 점에서 애정이 커지고 출고의 전 과정을 지켜본다는 의미를 부여한다”고 전했다. 아우토슈타트 쌍둥이 건물로 더 유명한 카 타워는 이미 지역의 명물로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VW 그룹 산하 브랜드 파빌리온, 골라보는 재미
독일은 운하의 나라로 유명하다. 아우토슈타트를 가르는 운하의 건너편에는 1세대 오리지널 비틀을 생산했던 폴크스바겐 공장이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런 토대 위에 폴크스바겐은 아우디, 포르쉐, 부가티, 벤틀리, 스코다, 람보르기니 등 다양한 브랜드를 산하에 거느리고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아우토슈타트에는 그런 브랜드들의 개별 파빌리온이 독립된 건물로 들어서 있다.
크진 않지만 브랜드의 철학을 전달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이 건물의 취지다. 가장 대표적으로 폴크스바겐 파빌리온에는 3대의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골프다. 그리고 나머지 2대는 골프 R400과 골프 GTE다. 물론 출입구 앞에 크로스 폴로가 전시되어 있지만 메인은 골프다. 폴크스바겐은 골프로 브랜드의 철학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아우디의 브랜드관이 있다. 아우디는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 답게 아우디 자동차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강력한 퍼포먼스를 가진 RS모델부터 엔트리급 A1모델에 이르기 까지 고유한 기술력과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있었다. 간단한 플라스틱 볼을 들고 다니면서 해당 섹션에 가져가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포르쉐 역시 근사한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다. 수변공간과 잘 어우러진 이 공간은 출입구에 페르난디 포르쉐의 유명한 문구가 적혀 있다. 대략적인 내용은 포르쉐 박사의 마음에 드는 차가 없어 직접 만들기로 했다는 의미다. 그의 말처럼 포르쉐는 독일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최고급 스포츠카, 모든 세그먼트의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자부심은 그들의 역사를 바탕으로 이어져온 정신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토대에는 모터스포츠가 자리잡고 있었다.
자리를 옮겨 프리미엄 클럽하우스로 이동했다. 이곳은 부가티 베이론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으로 부가티만의 독보적인 프리미엄을 표현한 곳이다. 전시물은 부가티 베이론 1대와 16기통 터보엔진 1기다. 온통 거울로 이루어진 이 곳은 굵고 강렬한 한줄기 빛이 전시장을 휘감아 돈다. 관람객의 동선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안셀름 레일(Anselm Reyle)이 제작한 네온등으로 만든 작품이 같이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스코다, 람보르기니도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고, 아우토슈타트 한켠에서는 오프로드 시승코스도 마련해 놓았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각종 시설도 마련되어 있으며, 유기농만을 고집하는 레스토랑도 13곳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각 건물에는 브랜드가 없다. 커다란 브랜드 로고 노출이 없는 것은 폭스바겐이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새로운 소통의 방식,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의 해외PR 총책임자인 리노 산타크루즈는 아우토슈타트를 소개하면서 “우리는 아우토슈타트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윤보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판다는 것을 알리기 보다는 철학을 전파하고 폴크스바겐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점차 자동차 회사와 고객간의 이해와 소통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아우토슈타트의 변화 방향은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해외PR 총책임자 리노 산타크루즈 그의 말처럼 이제 자동차 회사는 신차를 내놓는 것만으로 가치를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동차는 팔 수 있을지 몰라도 브랜드를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아우토슈타트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 BMW 벨트, 토요타 메가웹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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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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