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 뿐’이라는 말은 평범한 많은 것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며 세상에 하나 뿐인 차라면 아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를 탈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다. 게다가 평범했던 무언가를 특별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보스니아에 사는 모미르 보직이라는 71세 노인이 자신의 낡은 차를 꾸미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그는 직장에서 은퇴 후 취미로 오크나무를 다듬어 낡은 폭스바겐 캐퍼의 보디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가 그의 자동차를 꾸미는 데는 무려 2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었다. 아마 개인이 차 한 대를 완전히 분해하고 정비하는데도 2년씩이나 걸리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폭스바겐 비틀은 단순히 낡은 차를 정비한 것이 아니라 외관을 완전히 새로 만들다시피 했다.
차체의 외부는 비늘모양으로 깎은 오크나무 조각으로 덮었고, B필러와 범퍼를 비롯한 차체의 일부도 오크나무를 다듬어 만들었다. 얼핏 보면 작은 나무 조각을 잘라 단순히 붙인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나무 조각을 차체의 굴곡에 맞춰 자르고 붙이는 것만 해도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닐 듯하다. 게다가 백미러와 라이트, 방향지시등 같은 부분의 나무 장식은 굉장히 디테일이 뛰어나다. 원래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폭스바겐 캐퍼를 새로운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인테리어 역시 외부와 마찬가지로 오크나무 조각을 이용해 꾸몄다. 운전석 전방에는 심플한 계기 하나, 대시보드 중앙에는 라디오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대시보드와 내부의 손잡이, 수납공간 뿐 아니라 스티어링 휠까지 나무로 만든 것이 이색적이다. 물론 윈드실드는 나무가 아닌 유리다.
차체의 내·외부에 사용된 오크나무 조각은 무려 500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아마 원래의 폭스바겐 캐퍼를 완전 분해했을 때 나오는 부품의 숫자를 능가하지 않을까? 이만하면 단순한 자동차의 드레스 업이 아닌, 새로운 공예품으로 보기에도 전혀 무리 없어 보인다.
나무 비늘로 감싼 조각 같은 정교한 외관을 생각하면 고압 물 분사기나 자동세차기에 차를 넣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덕분에 차를 청소할 때는 붓으로 외관의 먼지를 털어낸다고 한다. 아마 만만치 않은 작업이겠지만, 어차피 오픈카인 만큼 비와 진흙을 뒤집어 쓸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무로 만들었으니 녹이 슬 걱정은 없다.
만약 이 폭스바겐 캐퍼를 주문 제작한다면 그 값은 얼마로 매겨야 할까? 정교한 제작 솜씨와 2년이라는 제작기간을 생각한다면, 이미 원래 자동차의 값어치를 훌쩍 뛰어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예술 작품을 타고 달리는 독특한 경험을 위해 아마 충분한 비용을 내고 구입하겠다고 할 이는 지구상에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글 장낙규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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