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이던 모터사이클이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에게 있어 심장과도 같은 엔진이다. V-STROM 1000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V트윈 엔진을 상징으로 작명됐을 정도로 엔진 특성을 강조했다. 특유의 고동감, 매끄러운 고속에서의 엔진 필링 등을 고려해 주도면밀히 설계한 신형 V트윈 엔진은 어떤 과정으로 제작됐을까? 지난 기획 담당자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V-STROM 1000 프로젝트에서 엔진 디자인을 맡은 사사키 에이지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모터사이클 영업부 모터사이클 엔진 디자인 부문
엔진 테스트 엔지니어
사사키 에이지
Q. 스즈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1987년 스즈키에 입사해 2002년부터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의 엔진 개발을 담당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SV650, GSX-R600, GSX-R1000 등의 엔진 테스트를 담당했습니다. 이번 V-STROM 1000도 동일하게 저희 그룹에서 엔진 출력의 특성을 개선하는데 총력 했습니다.
개인적인 모터사이클 라이딩 경력으로는 허슬러50으로 시작해 RGV250 감마, GSX-R750 등으로 레이스에 출전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에 출전했고요. 현재는 Bandit1200S ABS 모델로 투어링을 즐기고 있습니다.
Q. 엔진개발에 있어 팀의 주요 임무는 무엇인가요?
엔진 설계 작업 과정에는 도면을 그려 기본 설계를 진행하는 작업과, 그 도면을 기초로 만든 엔진을 테스트해 개발을 진행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저는 후자를 담당하고 있고요. 쉽게 설명 드리자면 엔진 성능과 특성을 테스트하며 개발해 나가는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제품의 성능 목표에 따라 검토 단계에서 파워 커브나 토크 커브를 디자인한 다음 목표 성능을 위해 설계 및 협의를 거칩니다. 테스트 엔진 완성 후에는 결과를 토대로 엔진 특성을 구성하고, 우리가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개선안을 제안하고 결정합니다. 또한 시험 과정에서 내구성 테스트도 겸하고 있습니다.
Q. 새로운 V-STROM 1000 엔진의 중점은 무엇인가요.
V-STROM이라는 제품명에 ‘V’라는 네이밍이 들어갈 정도이기에 그 어느 모터사이클보다도 V-트윈 엔진만의 특징을 제대로 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90도 V-트윈은 저속에서도 기분 좋게 느껴지면서도 고속 영역 또한 막힘없이 쭉 뻗어주는 파워를 가진 즐거운 엔진입니다만, 배기량이 커질수록 1기통마다 폭발이 크기 때문에 저속 영역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특성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저속에서의 안정감과 고속에서의 강한 출력을 어떻게 조화롭게 균형 잡을지가 중요한 테마였습니다. V-STROM 1000의 엔진은 본래 스포츠 바이크를 위해 개발된 고성능 고회전형의 V-트윈 엔진을 베이스로 하기에 고속 영역에서의 뻗어주는 특성은 이미 충분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저속에서의 편안함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주력했죠. 평소에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저속 영역의 특징을 더욱 사용하기 쉽도록 해 거친 노면에서도 부담 없고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에 임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연료 공급계인 퓨엘 인젝션(FI)의 세팅이나 피스톤 움직임에 따른 관성을 고려했고, 트윈 스파크 플러그 시스템이나 마그네토의 개량 등의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구형 V-STROM 엔진을 개량하는 작업이었습니다만 거의 엔진을 새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내부를 철저히 재검토하여 본래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전혀 다른 모터사이클의 엔진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부분에 개량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쾌적함과 달리는 즐거움을 엔진에 어떻게 연출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테마였습니다. 테스트 그룹에서는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별도의 섹션이 있습니다. 해당 섹션에서는 기분 좋은 엔진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것에 집중하죠. 전 영역에 걸쳐 부드럽고도 생동감 넘치는 엔진 필링을 구현해 만족스럽게 마무리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쾌적함의 크게 향상시키는 데에는 스즈키 최초의 트랙션 컨트롤을 도입한 것도 큰 부분이었습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쾌적한 라이딩을 지속할 수 있도록 테스트라이더와 해당 담당자가 무척 긴 시간을 두고 최적의 세팅을 찾아 적용했습니다.
Q. 개발단계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기억나는 것은 배기관 레이아웃을 설정하는 작업입니다. V-트윈 엔진 레이아웃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배기관의 길이와 휘는 각도를 정하는 작업인데요. 저/중속 영역 파워를 더욱 살리기 위해 배기관을 가능한 한 길게 하고 싶지만, 리어 서스펜션이나 최저 지상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엔진 아래에 복잡한 형상으로 연결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 엔진 형식을 다루는 개발자들이 모두 그렇듯 저 또한 고전했습니다만, 아마 실제 양산 과정에서는 더욱 까다로운 공정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핸들링에 영향을 적게 하기 위해 사일렌서를 단기통으로 설계해 콤팩트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Q. V-STROM 개발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 있나요?
네. 저는 무엇보다도 투어링 성능 및 V-STROM 고유의 주행성을 떠올려 ‘전 영역대의 파워’라는 키워드를 중요시했습니다. 비록 어드벤처 모델이라도 경량화와 콤팩트함 그리고 경쾌한 핸들링으로 와인딩을 자유자재로 클리어하며 즐거움을 맛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러기 위해선 저속부터 고속까지 전 영역대의 파워를 살린 엔진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물론 크루징 특유의 기분 좋은 고동감 또한 중요시하여 개발 목표 요소 중 하나로 삼기도 했습니다만, 굳이 하나를 고른다면 V-STROM은 온로드를 달리기 위한 스포츠 어드벤처 바이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4,000rpm 이하의 낮은 회전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도록 다듬었죠.
아마 트렌드에 따라 오버 리터, 즉 1,100cc나 1,200cc 배기량을 적용하지 않았냐는 의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배기량을 크게 늘리면 필연적으로 엔진도 대형화되고 차대도 크고 무거워집니다. 목표로 하는 경량화와 콤팩트함을 위해 스포티한 어드벤처 기종으로써 목표와 반대편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버 리터는 배제해 왔습니다.
또한 좀 더 높은 최대출력을 원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탈로그 상의 최고 출력 수치보다는 실제 영역대의 회전수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러한 점을 가장 중요시하여 개발을 진행해 왔습니다.
Q. 어떤 분들이 V-STROM 1000을 경험했으면 하시는지요.
물론 모터사이클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경험해보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특히 젊은 생각을 가지고 모터사이클을 소중히 하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라이더야 말로 V-STROM의 가치를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공공연한 스펙 수치나 화려한 겉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실질적인 면을 바라는 라이더에게 부담 없이 한번 타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시승해보셨으면 좋겠어요. 한번 타보시게 되면, 왜 저희들이 V-트윈 엔진을 고수하는지, 또 배기량 설정에서 1,000cc에 매진했는지 알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사키는 엔진 디자인 및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전 영역대의 충분한 파워’를 가장 중요시 했다고 한다. 또 V-STROM을 온로드 중심의 스포츠 어드벤처 바이크로써 가치를 높게 유지하고자 여러 가지로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 때 레이서로 활동했던 그는 엔진 특성의 변화에 따라 라이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디자인하고 테스트한 V-STROM의 엔진은 실제 라이딩을 즐기게 될 운전자에게 가장 설득력 높은 해답을 내놓았으리라 기대된다.
특히 그의 인터뷰에서 언급된 ‘수치상의 출력에 연연치 않는 베테랑 라이더가 타깃’에 대한 부분은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시금 곱씹어볼만한 대목이다. 특히 몇 마력에 몇 킬로그램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들에 현혹된 젊은 라이더들에게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는 말인데, V-STROM은 그러한 강박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운전자가 ‘즐겁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구현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스즈키의 모터사이클은 장르를 불문하고 일상에서 다루기 편한 엔진 특성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수퍼바이크나 수퍼스포츠 기종은 물론, 작은 배기량의 스쿠터까지 대부분 모델이 그렇다. V-STROM은 많은 장르를 넘나들어야 하는 다기능 모터사이클로써 그러한 특성이 더욱 강조되었음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실효 엔진’이 어떻게 다듬어졌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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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성진 jin@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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