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큰 모터사이클 시장 중 하나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인도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잠재 소비력을 가진 나라다. 인구가 무척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모터사이클 시장은 그 어느 단일 국가보다도 높은 보급률을 자랑한다.
인도는 국토가 넓고 유동인구가 많은데 그에 반해 이렇다 할 교통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 도시 이상의 크기만 되더라도 엄청난 유동인구가 매일 움직이는데, 이 모두가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교통 체증에 매일같이 시달리게 될 것이다.
모터사이클은 이런 이유로 인도에서 일상생활에 가장 잘 접목된 이동수단으로 꼽혀왔다. 많은 외부 여행객들이 인도를 돌며 모터사이클을 처음 배우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전철이 잘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버스 노선이 획일화 되어있지도 않다. 개인 이동 수단인 모터사이클 없이는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하지만 보급률이 높은 대신 법규에 대한 제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흠이다. 모터사이클 사고 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헬멧 미착용 탓이다. 인도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상자가 한 도시에서만 매일 100명에 가깝다. 특히 헬멧만 썼더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던 사망자가 많다고 한다.
스스로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지만 헬멧 착용이 쉽지 않은 이유는 오랜 시간 길러진 습관과 무더운 날씨로부터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도에서 돌아다니는 모터사이클만 현재 기준 약 1억 3천만 대다. 많은 수로 보이겠지만 12억 명을 가뿐히 넘는 세계 2위 우량 국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아무튼 전체 인구의 10퍼센트가 조금 넘는 사람이 모터사이클을 운행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워낙 숫자가 많다보니 일일이 단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도 지역 경찰과 캐스트롤이 합작해 만든 캠페인 'No Helmet, No Ride', 즉 헬멧 없이는 라이딩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이 더욱 기발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원리는 생각 외로 복잡하지 않다.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전파로 헬멧과 모터사이클 사이에 릴레이를 설치해 헬멧을 착용하고 나서야 모터사이클 전기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헬멧에 삽입된 무선 전파 시스템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며 태양 전지판을 이용해 충전한다. 즉, 주행을 시작하면 자연스레 충전이 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주행을 마치고 헬멧을 벗으면 자연히 모터사이클에 무선 연동된 전기 시스템이 차단되고 주행할 수 없는 상태로 바뀐다. 말 그대로 헬멧 자체가 모터사이클 전기 장치의 일부로 인식되는 것이다. 널리 보급된 자동차의 스마트키 시스템과도 유사한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인도 내에서는 이미 1년 동안 시제품을 홍보해 왔다. 반응은 생각이상으로 뜨겁지만 이를 대중화시킬만한 기업과 연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도 내 헬멧 제조업체와 협업해 이 시스템을 보급한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이를 의무화 시켜야만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러 개인이 돈 들여 구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캠페인을 벌인 지방 경찰 측은 설령 의무화 법안으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안전에 대한 어느 정도 의식 개선만 있으면 충분히 보급률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결국은 개인의 안전 의식 문제다.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노벨상 감이다. 하지만 아이디어에서 사회에 유익한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려면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헬멧 착용에 대한 의식이 상당부분 개선되어 있다. 물론 직업상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헬멧을 쓰고 벗어야 하는 운전자들은 아직도 안전 의식에 대한 개선 의지가 거의 없지만 결국은 개인의 책임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다수의 인식이 흔들리는 것은 안타깝지만 법규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편의를 추구한다면 딱히 말릴 방도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인도에서 진행 중인 이 캠페인은 이미 수 만 명이 참여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생활 밀착형 운전자들이 대부분인 관계로 아직까지는 젊은 층 위주로 캠페인을 지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디어가 사회적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중국 다음으로 떠오르는 인도 모터사이클 시장은 많은 글로벌 모터사이클 메이커들이 눈독 들이는 황금의 땅이다. 그런 시장을 움직이는 소비자들의 높아진 안전 의식 또한 멀리 내다보면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인해 인도 모터사이클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이 얼마나 개선될지 지켜볼 일이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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