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나라별로 선호하는 이동수단이 있다.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혹은 기차 등 종류도 제각각이다. 이동수단에 대한 선호도는 국가의 환경이나 생활 풍토, 그리고 역사가 다방면에 걸쳐 작용하기 마련이다.
대부분 많은 나라들이 자동차를 가장 선호하는 이동수단으로 꼽긴 하지만 아직은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을 애용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특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권역이 그렇고 태국이나 대만과 같이 생활수준이 평균 이상인 나라도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자동차보다는 모터사이클을 애용한다.
유럽 대륙에서 모터사이클이나 스쿠터가 오랜 시간 인기를 끄는 이유는 생활수준에 근거하기보다는, 길이 좁고 공간이 협소한 오래된 도시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교통흐름 탓이 크다. 대만의 경우 스쿠터가 주 교통수단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비용대비 효율적인 유지관리 보수, 높은 기동성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대만은 1인 1스쿠터라고 생각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스쿠터 보급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현지 대리점 운영자의 말을 빌리자면 모터사이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마치 성인식 선물을 하듯 새 스쿠터를 구입한다고 하니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다.
SYM은 대만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모터사이클 제조 메이커 중 하나다. 대만 내수 모터사이클 시장 점유율 2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제품에 대한 현지인의 신뢰도는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높다. 최근에는 유럽 및 남미, 인도 시장에서도 크게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SYM 스쿠터는 품질 면에서 높이 평가받으며 점차 바운더리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SYM은 산양 공업의 모터사이클 브랜드 네임이다. 1954년에 산양 전기 기계 공장으로 시작해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자전거 다이나모 라이트 세트를 제조하는 것으로 긴 역사가 시작됐다.
1962에는 일본을 대표하던 혼다 모터사이클과 협력한 것은 물론 5년 뒤 혼다 자동차를 생산하기도 하며 여러 모로 혼다와 기술적 협력관계를 가져 동반 성장했다. 그리고 1976년이 되어서는 곧 독립적으로 엔진 개발을 실시할 만한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도 성공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새롭게 개발한 합금 실린더는 역으로 혼다에 수출하기도 했다.
또 혼다의 대표 세단인 시빅을 조립 생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산양은 일본 혼다와의 협력 관계를 종결하고 완벽한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롭게 파트너로써 손을 잡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대 자동차다. 기술 협력을 통해 세라믹 실린더와 EFI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SYM 모터사이클의 모든 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2005년에는 군에 납품하는 전술용 트럭을 제조 납품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곧 특허 엔진 기술인 STCS를 개발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하며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해 스쿠터의 상품성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파이터 150, GTS 300I EVO가 상품적 가치를 인정받아 각종 수상대에 오르는 등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만 내수 시장 뿐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차차 인정받아 왔다. SYM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꼽는 그리스에서도 베스트 브랜드로 선정되었고, 눈높이가 높은 독일 현지에서 SYM이 스쿠터 카테고리 베스트 브랜드로 수상했기 때문이다. 또 브라질 에서는 SYM 시티콤을 최고의 맥시 스쿠터로 선정하기도 해 주목받기도 했다.
또 저 탄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환경 활동에도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어 친환경 기업으로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기도 하다. 도로에서 달리는 스쿠터가 많은 만큼 SYM이 판매한 제품이 발생시키는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최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현대 자동차와 협력관계를 맺은 후로 자동차 생산 라인도 꾸준히 가동하고 있다. 산양 공업 내 공장에서는 현재 전체 부품의 75퍼센트를 한국에서 조달받고 나머지 25퍼센트를 대만에서 자체 생산에 조립 생산하고 있다. 생산 차종은 현대 자동차 대표 차종인 엘란트라(아반떼), ix35(투싼)과 기아 자동차 모닝이다. 대만 내수로 팔려나가는 이 차종들은 조립 생산 및 성능 테스트, 납품까지 모두 이 곳 공장에서 책임지고 있다.
대형 스쿠터도 지속 출시되고 있다. 특히 맥심400i ABS는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모든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는 맥심600i ABS를 개발해 출시 준비 중에 있다. SYM 모터사이클을 통틀어 가장 큰 엔진을 장착한 맥심600i ABS는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전기 동력 부문에서도 타 브랜드를 선도하고 있다. 전기 스쿠터 E-WOO는 일찌감치 생산을 시작했으며 다양한 제품군으로 파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가솔린을 쓰는 기존 엔진도 국가로부터 높은 효율을 인정받아 ‘연료 경제 가이드’에서 GTS 에보 모델을 선정하는 등 활약했다.
33만 평방미터의 면적을 자랑하는 SYM 본사는 모터사이클 생산동과 자동차 생산동이 나뉘어 운영 중이다. 유독 엔진 생산 조립 과정이 눈에 띄는 이유는 아마도 세라믹 실린더 코팅 기술 등 다양한 특허 기술을 적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We are SAN YANG!"이라 외치는 임직원들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담뿍 묻어난다.
소형 모터사이클과 대형 모터사이클로 나누어 일사분란하게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모습은 한편으로 활기차기도 하고 한편으로 숙연하기도 했다. 마치 자신의 가족이 탈 모터사이클을 다루듯 친숙하고 작업에 익숙해 진 듯도 보였지만, 사람의 목숨을 책임지는 기계인 만큼 정확하고 신속하게 작업하는 데 한 명 한 명이 열중이었다.
특히 주력 대형 스쿠터인 맥심400i ABS의 생산 라인을 유심히 지켜보니 스쿠터 한 대를 완성하기 위해 수십 명이 집중하며 하나하나 조립해 완성차 형태를 갖춰나가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가슴 벅차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최종 차량 검수 및 테스트에 임하는 담당자들의 얼굴은 사람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환자를 살피듯 무서울 정도로 진지함이 느껴졌다.
작업 종료와 동시에 퇴근 종이 공장 내에 울려 퍼지고, 기다렸다는 듯 차례로 각 라인을 밝히던 조명이 꺼지고 직원들이 웃는 얼굴로 현장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정갈하게 주차된 ‘상품’들이 몇 남지 않은 작은 조명 아래 고객에게 배달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마치 하루 동안 아기가 갓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본 것 같았다. 은빛 실린더 하나로 시작했던 기계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집중 속에 뼈와 살이 더해져 상품으로 완성되는 모습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공장 밖에서는 고작 하나의 스쿠터 일 뿐일지 모르지만, 고객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기계라는 점을 전 직원이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듯 했다.
반자동화 된 SYM의 공장은 기계의 차가움보다 사람의 열기가 가득한 공간이다. 기계는 해당 부품들을 운반해주는 일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개입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시간 SYM 모터사이클에 대해 ‘내구성이 좋다’던지, ‘조립품질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말로만 듣다가 장대한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없던 애정도 생길 정도다. 대만 현지인들이 60년 간 SYM 스쿠터를 신뢰해 온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우리나라에서 대만제 스쿠터가 알려진 것도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짧은 시간에 급속히 국내 스쿠터 시장에 퍼져나갔고 단순한 홍보나 마케팅 특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품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품질 중심의 흐름을 만드는 데 SYM이 큰 역할을 했다고 인정한다.
십 여 년 가까이 된 SYM 스쿠터들이 대만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활기차게 달리는 것을 보면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공장을 방문해 직접 두 눈으로 SYM 모터사이클의 탄생 과정을 확인한 지금, 품질에 대한 의심의 여지라곤 조금도 없다. 그만한 열정과 품질에 대한 집착이라면 충분히 가치를 지불할 만하다는 판단이다. 상향평준화 된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SYM 모터사이클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본을 잘 지켜서다.
SYM보다 큰 규모의 브랜드도 많고 고성능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도 여럿 있지만, 그것보다도 기계적 신뢰 하나로 소비자와의 오랜 약속을 지켜나가는 그들이 더 빛나 보이는 것은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기본에 대한 집념을 바탕으로 한다면 더욱 많은 시장에서 더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SYM 모터사이클을 타고 도로를 누비는 모습을 만나게 되는 일도 그리 멀지 않다고 본다. 앞으로 이 공장에서 어떤 신기종 모터사이클이 새롭게 생명을 얻을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완성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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