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y
케이시 역시 로스앤젤레스의 헤어 스타일리스트다. 펑크 스타일을 사랑하는 그녀는 한 눈에 보기에도 매력이 넘친다.
빈티지 스컬 캐릭터를 좋아하는 그녀는 긴 금발을 휘날리며 검은색 할리데이비슨에 앉았다. 검은 가죽 재킷과 청바지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거기에 말끔한 스타일의 번쩍거리는 바이크까지.
스포스터 883은 할리데이비슨이 자랑하는 작고 날렵한 바이크다. 짤막하게 잘린 휀더가 뒷모습을 더욱 예쁘게 해준다. 금발 미녀와 섹시한 바이크의 조합은 절대적이다.
Allison Rose Lear
지난 9월 만난 그녀는 무엇보다도 바이크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개조 된 할리데이비슨은 누가 봐도 멋진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무척 빨라보였다.
빈티지 고글을 쓴 그녀는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의 광팬이다. 거대한 델라웨어의 멋진 배경을 뒤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거의 그녀가 달리는 장면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마치 라이딩에 푹 빠진 듯 촬영 내내 달리기만 했다.
낮게 위치한 핸들과 공격적인 라이딩 포지션, 그리고 싱글 시트를 보면 레이싱에 나가도 될 만큼 스포티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두꺼운 앞바퀴는 뭐든지 헤치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터프함을 가졌다. 그녀는 그런 무서운 바이크를 멋지게 휘둘렀다.
Ginger McCabe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가죽 시트를 커스텀하고 있는 그녀는 무척 거칠게 바이크를 다루기 좋아한다. 특히 스턴트는 그녀에게 빠질 수 없는 모터사이클 라이딩만의 재미라고 말한다.
그녀의 모터사이클도 주인만큼이나 독특하다. 무엇보다 시트를 직접 제작하는 직업인지라 시트부터 눈이 가게 된다. 그녀가 만든 시트는 무척 편안하고 스타일리쉬하며, 무엇보다 특색이 가득하다. 주인의 개성을 충분히 표현해 준다.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공랭 4기통 엔진의 CB750 Four도 그녀의 애마다. 싱글 시트로 꾸며진 이 바이크는 클래식한 레드 와인 컬러를 뽐내며 그녀 아래에서 민첩하게 춤춘다. 독특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CB750 Four는 귀중한 클래식 바이크의 원형이다.
Emma Bass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트라이엄프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그녀는 어딜 가나 눈에 띄는 강렬한 인상이다. 깊은 스모키 화장의 눈빛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팔에 새겨진 화려한 문신도 눈길을 끄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미국 라이더 사이에서는 흔한 타투다.
짧은 조끼를 입고 나타는 그녀는 모터사이클을 탈 때 거추장스레 치장하는 것을 싫어한다. 헬멧, 글러브, 부츠면 충분하다며 무표정하게 달리는 그녀와 검은 바이크는 빠르게 달리지 않지만 존재감이 넘친다.
장미가 그려진 헬멧의 진주는 햇빛을 받아 은은히 반짝거린다. 반짝이는 스포크 휠이 시원하게 뚫린 대교에서 바이크를 빛나게 한다. 조용한 엔진음, 기분 좋게 귀를 울리는 배기음이 상쾌한 바람과 어우러져 콧노래를 부르게 한다.
Venice Vixens
사랑스러운 세 아가씨가 바이크를 타고 남부 캘리포니아 도로를 달리면 뭇 남성들이 고개를 돌리기 마련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환상적인 필링의 녹색 모토구찌,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혼다 바이크, 진정한 스크램블러를 자처할만한 트라이엄프 바이크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하다.
귀여운 제트 헬멧을 나눠 쓴 그녀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종종 만나 함께 달리는 사이다.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미국 전역을 통틀어 이렇게 매력 넘치는 트리플이 또 있을까 싶다. 이들은 빠르거나 난폭하게 달리지 않는다. 마치 산들바람처럼 나긋나긋이 달린다. 꽁무니를 쫓아가고 싶을 정도로 평화롭게.
가죽 재킷을 빼 입은 세 라이더, 아니 미녀삼총사로 불릴만한 이들이 가진 생각은 하나다. 모터사이클 라이더로써 여성의 인식을 바꿔놓고 싶다는 것, 그것뿐이다. 이런 개념 갖춘 미녀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레저 인구가 서서히 늘어감에 따라 모터사이클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모터사이클을 취미생활로 즐긴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소위 주말 라이더라 불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저렴하고 난폭한 상업용 수단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모터사이클은 운전자가 항상 바이크보다 먼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동차와 다르게 하나의 모터사이클에는 최소한 한 명의 라이더가 어떤 모습으로 운전하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짙게 틴팅한 유리 안에서 무슨 행동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자동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때문에 모터사이클을 타기 위해 안장에 앉는 순간부터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평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내가 좋아서 타는데 남이야 무슨 상관’이라고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함께 공존하는 세상에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을 취미로 즐기는 인구가 늘어가면서 여성 비율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성별이 다양화됨에 따라 여성 전문 동호회가 활동하는 것은 물론 동네 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헬멧 사이로 길게 내리뜨린 머리칼을 볼 수 있게 됐다.
다양화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여성이 모터사이클을 탄다는 사실 자체가 남성이 그랬을 때보다도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또한 좋은 현상이다. 난폭하고 거친 이미지를 가진 모터사이클에 대한 선입견을 크게 중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이 바라보는 그러한 호기심의 시선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 눈이 부러움의 시선이 될지, 혀를 차는 안타까움의 시선이 될지는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
모터사이클은 근력과 체력으로만 잘 탈 수 있는 쇳덩어리가 아니다. 기술과 적극성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때문에 ‘힘없는’ 여성이 모터사이클을 탄다고 말릴 필요는 전혀 없다. 미국의 여성 라이더들도 사실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모터사이클이 남성의 전유물이라 선입견과 싸우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가냘픈 여성이 모터사이클을 타는 독특하고 섹시한 이미지에 스스로 취하는 것을 극히 경계하고 있다고 한다.
눈에 띄고 싶어서 모터사이클을 탄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들의 모터사이클을 보면 오히려 남성들이 선호하는 모터사이클보다도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모델이 대부분이다. 여성스러워 보이고 싶어서 핑크 컬러 풀 페어링으로 페인팅 한다던가, 귀여운 대형 헬로키티 데칼을 붙이는 일을 스스로 혐오스럽게 생각한다. 그 누구를 위해서 타는 것도 아니고 모터사이클 라이딩 자체를 즐기고 싶은 것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성을 존중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여성 모터사이클 라이더의 입지를 좁아지게 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독특함이 아니라 단순한 모터사이클리스트로 합류하고 싶다는 것이 그 속뜻이다. 이는 우리의 문화 인식과 서양 문화 인식의 차이일수도 있지만 ‘문화 인식 차이’ 핑계를 대기에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모터사이클을 타는가, 만약 지구상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계속 모터사이클을 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단지 멋진 사진을 감상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인간 최고의 가치를 ‘자유’로 꼽는 나라에서는 여성 라이더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지, 또 왜 이런 소수의 문화로 멈춰 있는지에 대해 한번쯤 돌이켜봤으면 한다. 우리 스스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번쯤 돌이켜보고 조금씩 인식을 바꿔나간다면 여성 모터사이클 라이더를 바라보는 색안경 낀 시선 또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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