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상대해야 하는 모든 메이커들은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려 한다. 특히나 소통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 같은 세상에는 예전보다 소통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때와 장소를 크게 가리지 않으며,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소통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메이커라면 거의 대부분 그렇다. 물론 자동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기아자동차에게서 취재 요청이 왔다. 블로거들을 상대로 소통을 하려고 하는데 그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그냥 있는 그대로 와서 가감 없이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블로거 마케팅이야 그간 워낙 많이 진행돼 안 봐도 비디오란 생각이 들어 솔직히 흥미가 없었는데 블로거들이 화성 공장을 탐방한다는 설명을 듣고 슬쩍 생각이 바뀌었다. 게다가 라이드매거진의 기자 중에는 아직 화성 공장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도 있었기에 공장도 둘러보고 그들이 블로거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직접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현대•기아자동차는 소통에 그리 열심히인 메이커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소통의 시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이후에도 소통을 그리 열심히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거의 독과점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통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었지 싶다. 지금은 꽤나 열심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현대•기아자동차는 소비자들의 소통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실제로 그랬다. 그래서 소통 창구에서는 소통에 소극적인 현대•기아자동차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에어백이 터지고 안 터지고, 물이 새고 안 새고를 떠나 소통에 소극적인 점을 꼬집어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과거 그런 현대•기아자동차였기에 블로거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직접 차를 끌고 화성공장으로 가려다가 마음을 바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블로거의 시각에서 행사를 보려면 그들과 동일한 입장에서 행사를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난히도 추웠던 12월 27일 서울역 광장에서 다른 블로거들과 함께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행 버스에 올랐다.



점심때가 다 되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화성대란 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말 그대로 기아자동차의 홍보관 역할을 하는 곳으로 금일 블로거 행사도 이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입구에서부터 화성공장 방문을 환영한다는 인사말을 볼 수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전형적인 홍보관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입구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영상이나 프리젠테이션을 볼 수 있는 극장 식 전시관과 우측에는 완성차와 함께 공장의 이모저모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프레스공장, 차체공장, 도장공장, 조립공장, 검수 등으로 나뉜 공정을 표현한 작은 모형들은 아기자기하니 볼만해 눈길을 끌었다.



간단한 점심식사가 끝나고 홍보영상을 감상했다. 말 그대로 홍보영상을 틀어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런 과정이 큰 의미가 없을까? 분명 아니다. 기아자동차의 브랜드가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이 영상은 누구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명색이 파워블로거로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콘텐츠들은 각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다. 역시나 파워블로거들 답게 누구는 가져간 디지털 디바이스로 녹화도 하고, 누구는 메모를, 또 누구는 녹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영상을 본 그들의 손끝에서 또 어떤 콘텐츠가 나오게 될지 살짝 궁금해졌다.



홍보영상을 감상하고 이어서 화성공장 미니어처 형태의 조감도를 보여주며 공장의 이모저모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는 그 뒤에 이어질 공장 견학에 대한 프리뷰이자 공장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이라고 보면 된다. 세세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이곳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어느 정도 감이 오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는 블로거들 역시 담당 안내자의 레이저포인터를 따라 눈길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설명에 집중했다.



이어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실제 공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공장 환경이 시끄러운 관계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이어리시버를 나눠주고 두 줄로 공장견학라인을 따라 걷는 것으로 진행됐다. 행사의 다른 일정과는 달리 사진 촬영이 극히 제한됐고, 나름 보안에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특히 중요 공정이라 할 만한 생산라인의 촬영은 절대 금지됨을 계속 강조했고, 또한 도장과 관련된 공장은 보안의 문제로 견학조차 불가능했다.



그렇게 공장견학이 끝나자 금일 행사의 본 순서라 할 수 있는 K3 디젤과 관련된 내용들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K3 디젤을 개발한 담당자가 직접 K3 디젤의 특장점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했는데 특히 디젤이라면 누구나 흔하게 생각하는 소음과 진동에 대한 설명이 생각보다 디테일하게 이루어졌다. 행사장에는 자동차와 관련된 블로거가 있기도 했지만 꼭 자동차와 관련된 블로거들만 온 것은 아니었기에 설명은 전문적이기 보다는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실내에서 진행된 순서가 끝나고 곧바로 야외 행사장에서 준비된 순서로 이어졌는데 말 그대로 블라인드 테스트였다. 행사의 요는 소리와 진동의 체감으로 K3 디젤과 나머지 두 차량에 대한 차이점에 대한 소감을 주최측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크게 두 과정으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천막 밖에서 시동소리를 듣고 가장 좋은 디젤 엔진을 선택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눈에 안대를 하고 차량에 탑승 후 엔진소리와 진동을 느끼고 가장 좋은 디젤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두 차례 블라인드테스트를 경험하고 난 참가자들은 상황판에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디젤 차량에 대한 결과물을 스티커로 전달했는데 첫 번째 테스트에는 가운데 차량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선택을 받았고 두 번째 테스트에는 그래도 첫 번째 테스트보다는 표가 분산되긴 했지만 가운데 차량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가운데 차량이 K3 디젤 차량이었고 첫 번째 차량은 쉐보레의 크루즈 디젤, 마지막 차량은 BMW의 320D 모델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담당자에게 이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더니만 내부에서 가상테스트를 했던 결과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대했던 것과 다르면 어떻게 하려고 했느냐고 물어보니 그런 돌발 상황이 일어나도 어쩔 수는 없다고 했다. 어차피 블라인드 테스트는 결과가 기대한 대로 나와도, 그렇지 않아도 말이 많은 테스트라는 사실을 다들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사실 블라인드 테스트는 언제나 결과에 말이 많다. 기아차가 신형 쏘울을 런칭 했을 때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것이 바로 미니와 비교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였다. 그걸 잘 아는 기아자동차가 이런 행사를 또 기획했다는 사실은 이슈가 됐던 신형 쏘울의 블라인드 테스트의 효과가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알고 넘어가야 할 점도 있다. 바로 신형 쏘울 때 진행했던 블라인드 테스트와의 차이점이다. 쏘울의 블라인드 테스트가 단순히 참가자들의 의견에 따른 테스트였다면 이번 K3 디젤의 블라인드 테스트는 나름 계측기를 통해 증명이 가능한 객관적인 영역의 테스트였다는 사실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디젤 모델은 시끄럽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행사를 준비한 담당자들은 이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의 이슈화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 차례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는 K3 디젤의 승리로 끝났으니 이제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행사를 지켜보면서 기아자동차가 블로거들과 어떤 소통을 어떻게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블로거들을 통해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려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물론 블로거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이 기아자동차가 원하는 바대로 나올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행사에서 기아자동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는 크게 감지되지 않았으니 아마도 부정적인 포스팅은 크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런 예상대로 결과물들이 나온다면 이번 행사는 기아자동차가 원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물론 변수는 있다. 블로거들이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에 대해 환경이나 차량의 상태 등을 이유로 테스트 결과를 문제 삼을 수도 있고, 기아자동차의 바람처럼 기아자동차에게 유리한 포스팅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그것은 이번 행사를 주최한 기아자동차가 넘어야 할 산이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게다가 이번 행사의 결과를 온라인에서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신경 써야만 한다. 최근 뭐를 해도 우선 덧글에서 한바탕 욕부터 먹고 보는 현대•기아자동차이니 아마 이마저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행사에 참석한 블로거들이 이번 행사를 어떤 관점에서 풀어낼 것인지, 그래서 어떤 결과물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과연 그날 행사장에서 마주했던 얼굴들은 각자 자기의 블로그에 어떤 결과물을 남길까? 기아자동차가 블로거들과 진행한 소통의 결과물들이 과연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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