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관련해서 'ICON'이라는 브랜드는 우리나라에 꽤 생소하다. ICON은 모터사이클용 헬멧, 재킷, 장갑, 신발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터사이클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회사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ICON은 단지 모터사이클 용품만 개발하는 단편일률적인 회사는 아니다. 때때로 그들만의 특별한 색깔을 부여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 독특한 성격을 외부로 드러내려 하는 것도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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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종종 ICON의 ‘특별함’을 표출할 수 있는 커스텀 모터사이클을 제작해 홍보 영상을 제작해 왔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제작한 커스텀 모터사이클은 특히 눈에 띈다. 무려 40년 전인 1970년대에 내구 레이스를 달리던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를 멋지게 복원해냈다. 현대의 할리데이비슨은 마치 여유 넘치는 사람들이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사치품 정도의 이미지가 짙어졌지만, 당시에는 스피드로 초를 겨루던 레이싱 인스트럭터 중 하나였다.
아이콘의 디자인 디렉터인 커트 월터는 특히 그 당시의 스포스터를 눈여겨봤다. 물론 차체와 엔진까지 1970년대 것을 가져다 쓸 필요는 없었다. 그 당시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1991년식 스포스터 엔진을 중심으로 차체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Iron Lung, 요즘의 모터사이클과 달리 쇠로 된 기계 본연의 느낌에 충실하며 무엇보다도 달리기에 충실한 과거 레이서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자 노력했다.
차체의 기본은 XLH883을 바탕으로 했지만 엔진은 스포스터 1,200cc를 얹었다. 이로써 엔진룸의 존재감은 명확해졌고, 배기시스템은 슈퍼트랩 제품을 지원받았다. 강렬한 직선형 디자인을 갖춘 두 개의 사일렌서는 마치 총구가 긴 대구경 산탄총 같은 느낌을 냈다. 페어링은 전반적으로 유선형을 고집했으며 얇고 가벼운 재질을 사용했다. 특히 첫 인상이 귀여운 두 개의 헤드라이트는 Iron Lung의 얼굴이자 포인트가 됐다.
짧고 굵은 프론트 쇽은 커스텀 트리플 클램프에 묶여 레이시한 낮은 자세를 연출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서브프레임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고 리어 서스펜션은 큰 엔진과 차체와 어울리는 긴 스윙암에 연결됐다. 클래식 스타일다운 가느다란 각 파이프형 스윙암은 폭이 높은 와이드 타이어와 대비되는 가냘픈 모습이 매력이다.
그 덕에 주행감은 무척 부드럽고 편안하다. 그 상태로 높은 속도도 받아낼 수 있게 설계됐다. 휠은 경량화 된 마그네슘이다. 단순히 보기 좋은 복원형 클래식 바이크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Iron Lung은 완성단계에 다다르자 미 남부 오리건 타원형 트랙에서 성능 시험에 들어갔다. ICON이 선정한 모터사이클 테스터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능을 의심했지만 몇 바퀴를 달린 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무척 가냘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전혀 달랐다”며 짜릿한 성능에 만족해했다. 아담한 차체에 총 배기량 1,200cc에 달하는 빅 보어 엔진을 달아놨기 때문일 것이다.
타이어 림에 무뚝뚝하게 갈겨 쓴 듯한 'AVON'은 타이어 메이커다. 당시 이 스포스터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제작된 Iron Lung의 총 중량은 약 270킬로그램에 달한다. 지금 기술력으로 이해가 안 되는 수치다. 하지만 당시에는 레이서로 달려도 문제가 없는 수치였다. 수치에 집착하는 현대인에게는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경주의 짜릿함은 지금이나 그 당시나 똑같았다.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ICON은 오리건 스피드 트랙에서 촬영한 이 복원 레이서의 멋진 영상을 공개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구닥다리를 왜 만들지?’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커스텀 제작에 열정을 쏟는 것은 그 반대편에 가치를 알아보고 충분히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헬멧 만드는 브랜드가 왜?’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오히려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하고 싶다. 실제로 이들이 시도하는 커스텀 프로젝트는 ICON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단순한 어패럴 메이커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유명 매체가 그들이 정기적으로 만들어 내는 커스텀 바이크에 주목하고 있으며, 다음 모델에 기대감을 표하기도 한다. ICON 커스텀 프로젝트 팀에 의하면 내년 봄에 새로운 커스텀 바이크를 공개한단다. 우리도 여유롭게 다음 ‘물건’을 기다려보자.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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