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경을 알면 더 재미있는 자동차 문화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 뵙고 있는 라이드매거진의 이상재입니다. 사무실의 달력이 마지막장인걸 보아하니 올 한해도 이제 다 갔네요. 한 해 동안 쉽고 재미있는 자동차 문화 이야기로 여러분들과 좀 더 자주 뵙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보다 많은 결과물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그래서 이번 콘텐츠는 한 해도 마무리 할 겸 해서 준비해 봤는데요, 어떤 얘기를 해볼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책에 대한 얘기를 해보기로 정했습니다.
 

"책? 인터넷 매체에서 웬 책? 책이나 좀 만들어보고 책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나? 지가 책을 알면 얼마나 알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 같은데 걱정 마세요. 사실 저도 기자생활의 시작은 2004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잡지에서 했고, 첫 편집장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모터사이클 잡지에서 했거든요. 그리고 현재 라이드매거진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모두 오프라인 잡지사 출신이니까 아마도 책에 대해서 이 정도 이야기를 할 자격 정도는 충분히 될꺼라 생각합니다.     


 

라이드매거진의 기자들은 한 해 동안 참 많은 곳을 다닙니다. 모터쇼, 행사장, 시승회, 이벤트, 전시회 등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이 준비한 많은 곳들을 취재하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말 다양한 장소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나면 꽤나 많은 것들이 남습니다. 우선 행사장에서 나눠주는 미디어 명찰도 남구요, 메모리카드 가득 찍어온 사진들도 남지요. 그리고 남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혹시나 피곤한 몸 아니냐구요? 아 물론 그렇긴 한데요 피곤한 몸 말고도 많은 인쇄물들이 남습니다. 인쇄물들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인쇄한 보도자료들과 브로셔 등인데요, 그래도 행사장에서 사무실로 가져온 것 들 중에 가장 오랫동안 버려지지 않고 보관되는 것은 다름 아닌 메이커에서 제공한 책들입니다.

사실 해외 모터쇼를 취재 갔을 때 부스에서 무게가 있는 책을 받게 되면 고민하게 됩니다. "놓고 올까? 아니면 들고 갈까?" 대부분의 자료들은 그들이 알려주는 프레스 전용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같이 나눠주는 USB 메모리에 다 담겨져 있거든요. 그것을 일명 프레스킷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무거운 책을 행사장에 놓고 오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하지만 저는 가급적이면 아무리 무거워도 그 책들을 다 가지고 오는 편이에요. 올해 초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갔을 때도 그랬고, 얼마 전 도쿄 모터쇼에 갔을 때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가져왔어요. 나름 오랫동안 책을 만들어와서 그런지 인쇄물에 대한 애착이 있거든요. 그것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만들어지는지 너무도 잘 아니까 쉽게 버리고 오질 못해요. 그리고 사무실에서 그런 자료들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기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더 버리질 못하고 결국 낑낑대며 다 가져오죠.



그렇게 가져온 책들은 사무실 한편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라이드매거진의 데이터베이스로 활용이 되죠. 물론 책에 따라 사무실로 가져온 후 한 번도 펼쳐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요 그래도 마음속을 든든하게 버텨주는 존재가 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죠. 행사장에서 가져온 책들은 라이드매거진의 소중한 역사이기도 하니까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도 해요. 메이커에서 주는 책들은 크게 몇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메이커에 대한 내용을 담기도 하구요 해당 모델에 대한 자료를 담고 있기도 하죠. 그리고 어떤 책들은 모양은 책처럼 생겼지만 내용이 브로셔와 큰 차이가 없기도 해요. 결국 모양은 책 같지만 고급스러운 브로셔라고나 할까요? 그런 책들은 자리만 차지하고 일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 결국 재활용품 버리는 날 아쉽게도 사무실에서 방출되는 운명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버려지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있는 책들도 많아요. 내용이 충실하던지, 사진이 아주 볼만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메이커가 아주 특이하던지. 이 셋 중 하나라도 만족이 되면 거의 버려지는 일은 없습니다. 특히나 온라인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자료라면 그건 소장용으로 특별한 대접을 받기도 해요. 사실 그런 책들은 잡지사의 입장에서는 자료 정도가 아니라 소중한 재산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이제 라이드매거진 사무실에 있는 책들을 좀 소개해드려 볼까요? 가장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얼마 전 국내에서 진행된 신차발표회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은 신형 S클래스 행사장에서 나눠준 S CLASS 매거진입니다. 이 책은 가로 28cm 세로 37cm의 시원한 사이즈에 총 148페이지로 구성됐고 무게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크기와 페이지는 내용에 비하면 그리 강조할 것이 아닙니다. 메르세데스-벤츠답게 책의 내용이 정말 대단하거든요. 내용의 깊이하며 사진의 수준까지 정말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의 높은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이 책의 정체는 본사에서 만든 매거진인데 이번 신형 S클래스 런칭 때 고객과 딜러, 그리고 미디어들에게 증정하기 위해서 단발성으로 국문번역해서 제작했다고 하는군요. 그냥 증정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고급스럽고 소장가치도 충분하구요, S클래스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보시면 됩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길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다음 소개해드릴 책은 얼마 전 도쿄모터쇼 랜드로버 부스에서 받은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책자입니다. 고급스러운 흰색 표지부터 뭔가 남다른 느낌이 전해지는 책입니다. 사실 부스에서는 이 책자 말고도 브로셔도 전달 받았는데요, 이 책과 브로셔의 내용은 완벽하게 달랐습니다. 브로셔가 해당 모델의 특장점만을 한데 모아놓은 것이라고 한다면 이 흰색 책자는 랜드로버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은 것이라 보면 됩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등 이 모델의 개발에 투입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개발과정부터 역사, 장점 등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합니다.  




확실히 사진도 브로셔보다 더 다양하고 멋지구요, 보다보면 한 장 한 장의 구성에 엄청나게 신경을 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이 모델에 궁금할만한 점들을 Q&A 방식으로 정리해서 친절하게도 책의 중간 중간에 넣어놓은 것입니다. 게다가 Q&A 페이지들은 원래 책의 페이지보다 약간 낮게 만들어서 구별을 했구요. 중간중간에 있는 책속의 책인 셈이죠. 그래서 이 책은 볼거리가 많고 화려하기도 하지만 이 모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의 깊이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다음 소개해드릴 책은 재규어 부스에서 나눠준 F-TYPE 쿠페의 책자인데요 이 책자 역시 브로셔와는 구별이 됩니다. 보시다시피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으로 별도 제공하는 USB 메모리가 책의 표지 우측에 꼽아져 있다는 사실인데요, 물론 이렇게 일체형으로 제공하면 메모리만 쏙 빼고 책은 버리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본 사람이라면 이렇게 공들여 만든 훌륭한 결과물을 버리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일단 이 책의 특징은 사진의 퀄리티가 아주 멋지다는 겁니다. 위에 소개해드린 같은 집안의 랜드로버 책자와 비교해보더라도 사진의 퀄리티가 많이 우수하구요, 모델이 쿠페이니 만큼 시원스럽게 달리는 멋진 사진들이 아주 풍성합니다. 그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들이 많죠. 상대적으로 텍스트는 랜드로버의 책자보다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가슴에 팍 꽂히는 느낌은 이 책자가 훨씬 더 셉니다. 시원스럽게 달리는 사진들이 많아서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마다 아드레날린이 팍팍 나오거든요.



그리고 다음 소개해 드릴 책자 역시 얼마 전 도쿄모터쇼에 가서 받은 책자인데요 가와사키 부스에서 나눠준 ESTRELLA 책자입니다. 이 책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바로 글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책에 있는 텍스트라고 해봐야 중간 중간에 나오는 매우 짧은 중간제목 정도입니다. 그런데 책을 넘겨보다 보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혹시나 모터사이클을 타는 라이더이고, 게다가 클래식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아빠미소가 지어질지도 모르겠네요.





페이지 페이지마다 보이는 사진들은 너무나 감성적입니다. 색감하며 구도, 그리고 그 사진들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가와사키의 ESTRELLA는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제가 일본에서 복귀하던 날 이 책을 들고 와서 사진을 찍는 담당기자에게 이 책 좀 보고 사진 공부 좀 하라고 닥달했던 기억이 나네요. 라이드매거진의 모터사이클 시승기에서 자존심을 다 버리고 한 장 한 장 흉내 내서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예술적인 사진들이 한가득인 사진집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자는 최근에 라이드매거진 사무실에 입성한 책은 아니구요 사무실 한쪽에 자리 잡은 지 좀 된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은 소개하고 싶은 마음 반,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반인 책자인데요 구하기가 좀 어려운 책이기도 해요. 자동차 메이커는 아니구요 바로 타이어로 유명한 피렐 리가 만든 마일즈 앤 밀즈라는 책자인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작년 10월 피렐리가 미디어세션을 했을 때 기자들에게 나눠준 책자입니다. 사실 피렐리는 유명 모델들이 등장하는 캘린더 말고도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진행하기로도 유명한데요 이 책 역시 그런 관점에서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 책은 음식 재료로 타이어, 자동차, 미케닉 등 그들만의 ‘F1 그랑프리’를 표현한 문화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요 피렐리가 F1 그랑프리의 공식 타이어 메이커라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왜 그들이 이런 책자를 만들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피렐리 연구 개발 이사 겸 포뮬러 원 P Zero 및 Cinturato 타이어 개발자인 모리치오 보이오치(Maurizio Boiocchi)는 이 책의 서문에 “좋은 타이어를 만드는 일은 마치 맛 좋은 리조또를 만드는 것 같다”고 소감을 써놨는데요, 어떻게 이런 감성이 나오는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내용을 보면 더한데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침이 꿀꺽 넘어가는 사진들이 많아요.



콘텐츠가 너무 길어져 이제 오늘의 마지막 책자를 소개해야 할 듯 싶은데요, 사실 이번 주인공이 이번 콘텐츠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입니다. 바로 기아자동차에서 라이드매거진 사무실로 보내준 쏘울 책자인데요, 쏘울 신차발표회에 참석했던 덕분에 저희 사무실로 두 권이 배달되어 왔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우편으로 온 책들을 열어보지도 못했었어요. 게다가 노란색 케이스에 박스테이프가 떡하니 붙어 있어 그걸 열어서 보기가 좀 귀찮았거든요. 덕분에 한동안 사무실 책꽂이에서 도착한 그대로 방치가 되어있었죠. 그리고 얼마 후 쏘울 시승을 하게 됐었는데 담당자가 책을 봤냐고 물어보더군요. 대충 봤다고 둘러댈까 하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미안하지만 아직 못 봤다고 시인하고 사무실에 들어가 그제야 케이스를 열어 책을 꺼내 봤습니다.



사실 책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저 역시 한 두해 책을 만들어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물을 보면 이 책을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얼마만큼의 고생을 했는지가 대충 보이거든요.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생각보다 훨씬 알차고 페이지마다 고생한 흔적이 많이 보였습니다. 우편으로 도착 하자마자 보지 않은 것이 살짝 미안해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기아자동차에 전화를 걸어 이 책을 만든 담당자를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혹시나 이 책을 만들었던 흔적이나 과정을 볼 수 있는 자료가 남아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담당자의 대답은 편집본부터 다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이 정도 결과물을 만드느라 이만큼 고생한 사람들은 그걸 쉽게 버리지 못하거든요. 저 역시도 그랬으니깐요. 그래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구경하고 싶었거든요. 퀵으로 몇 시간 만에 저희 사무실에 도착한 종이백에는 쏘울북의 가편집본이 들어있었습니다. 예전에 저도 책을 만들던 생각이 나서 기분이 묘하더군요. 



퀵으로 받아보고 담당자에게 이걸 기사에 좀 소개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군요.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조금 격양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책인지 어떻게 아셨냐고, 이 책을 수백부도 넘게 돌렸는데 그런걸 물어본 기자분은 단 한 분도 없으셨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솔직히 결과물만 봤을 때 어떤 페이지에서는 다른 나라 브랜드북 냄새도 살짝 나고, 참고한 흔적도 보이긴 해요. 라이드매거진에도 많은 책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책이 국내에서는 아주 보기 힘든 브랜드북이라는 겁니다. 이 책 이전에 국내 자동차와 관련된 브랜드북이 몇 권이나 존재하는지는 제가 확인할 수가 없어서 뭐라 말씀 드리기가 뭐하지만 이 정도의 구성을 가진 결과물이라면 솔직히 칭찬 받아도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애석하게도 요즘 쏘울의 판매가 신통치 않다고 하는데 그런 판매량 때문에 이 책을 만든 기아자동차의 노력이 낮게 평가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 역시 오랫동안 책을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그런 노력이 헛되이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고 이런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합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과 비교해 왜 쏘울북만 이렇게 칭찬을 많이 하냐고 물어보신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한 때 책을 만들었던 사람으로서 국내에서 이런 책을 만들려고 조금은 무모하게 도전했고, 고생했다는 사실이 결과물에서 제 눈에 그대로 보여서라고나 할까요? 물론 위에 소개한 책들 모두가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훌륭한 책이지만 특히나 마지막에 소개한 쏘울북은 그 과정을 직접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좋은 느낌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한 콘텐츠에서 총 6권의 책을 소개했더니만 글이 너무나 길어졌네요. 다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저는 내년에도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다시 찾아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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