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드매거진은 지난 김남호의 F1 STORY 첫 번째 기사에서 F1이 왜 남의 잔치만은 아닌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었다. 이미 F1의 실무 깊숙한 곳의 중요한 요소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활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라이드매거진 김남호의 F1 STORY PART-2에서는 지난 기사에서 예고했듯 앞으로 F1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김남호 박사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를 공개한다. 

라이드매거진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까요? 

김남호 박사 : 안녕하세요. 저는 Lotus F1 Team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김남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드디어 F1 팀에서 현직으로 활약 중인 두 분의 한국인 중 한 분을 만나 뵙게 되는군요. 정말 반갑기도 하고 영광이기도 합니다. 한국인 최초의 F1 엔지니어가 맞으신가요?

김남호 박사 : 영광은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제가 파악한 범위에서 현직 한국인 F1 엔지니어는 김효원 박사와 저, 단 둘 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F1 팀에서 일하셨던 한국인이 계신지에 대해서는 제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최초인지는 알 도리가 없네요. 만일 그런 분이 계시면 독자 분들께서 덧글로 알려 주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본인이 속한 팀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남호 박사 : 제가 속한 팀이니 대놓고 자랑을 좀 하겠습니다. 제가 속한 팀의 정식 명칭은 Lotus F1 Team 입니다. Ferrari나 McLaren 처럼 긴 시간 동안 한 이름을 유지해온 명 팀은 아닙니다. 하지만 삼십 년의 적지 않은 역사 동안 Toleman, Benetton, Renault 를 거쳐 현재의 Lotus 옷으로 갈아입기까지 꾸준히 월드 챔피언을 배출한 알짜배기 팀이라고 자랑하고 싶네요. 타이틀 보다는 내실이 더 알찬 그런 팀이랄까요?

라이드매거진 : 김남호 박사님께서 Lotus F1 Team에서 담당하고 계신 정확한 포지션은 무엇인가요?

김남호 박사 : 저는 팀의 Vehicle Performance Group 에서 Vehicle Performance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좀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자면 자동차 성능 분석 엔지니어 정도 되겠네요.
 

라이드매거진 : 역시 한국어로 풀어서 쉽게 말씀해 주셔도 전문용어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네요. 하시는 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남호 박사 : 트랙에서 레이스를 컨트롤 하는 레이스 엔진니어들이 차량의 셋업을 최적화하거나 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부 장치가 업데이트 되는 경우 실제 성능 이득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트랙에서 실제 차를 시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차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부품에는 적게 잡아 수 백 가지가 있고 이를 일일이 트랙에서 시험해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 F1 규정 상 시즌 중 트랙 테스트는 허용이 되지 않고 시즌이 종료 된 시점이라 하더라도 아주 제한적인 기간 동안 만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여러 엔지니어링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뮬레이션 기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저는 차의 동역학적 특성과 여러 변수들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여 차의 성능을 평가하고 새로운 업데이트의 이득을 예측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그냥 말로만 들어도 상당히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군요. 동역학적 특성과 여러 변수들을 수학적으로 모델링 한다라... 확실히 전문적인 영역임은 분명해 보이네요.
 

김남호 박사 :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도 아주 유용한 성능 평가 툴입니다. 저희 팀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도 제가 모델링하는 자동차 모델이 탑재됩니다. 제가 속한 부서의 또 다른 주된 임무는 트랙에 있는 레이스 엔지니어들이 필요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경기 상황에 가장 적합한 차로 셋업하는 일은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많은 분석이 필요합니다. 저희 부서는 매 경기 시 영국 헤드쿼터에 있는 관제실에서 트랙과 교신하며 차의 문제점과 개선 방법을 분석하고 이를 트랙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도 제 임무 중의 하나입니다.

라이드매거진 :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처음에는 박사라는 타이틀에 약간의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하시는 일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이제는 박사라는 타이틀을 꼭 붙여 드려야겠네요. 하시는 일이 생각보다 엄청 많으시군요?

김남호 박사 : F1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존재해야 진행이 가능한 매우 복잡한 스포츠입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자동차와 선수, 그리고 페독에서 보이는 피트 크루들은 정말 일부에 불과한 것이죠. 저처럼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라이드매거진 : 정말 그래 보입니다. 그런데 F1에는 어떻게 합류하시게 된 건가요? 정말 궁금합니다. 저 말고도 이 점을 궁금해 하실 분들이 가장 많으실 걸로 보입니다.

김남호 박사 : 이건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F1 팀도 여느 엔지니어링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생기면 공신력 있는 자동차 전문 잡지에 채용 공고와 Job description이 광고됩니다. 저도 제 스킬 셋에 맞다고 생각하는 일자리에 지원하여 인터뷰를 거쳐 채용되었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F1 의 다른 직종도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쳐 채용됩니다. 하지만 정규 기계 공학 학위 소지만으로는 F1 엔지니어로 채용되기 어렵습니다. F1 에 진입할 수 있는 여러 경로는 차후에 자세하게 소개해 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저는 한국에서 기계 공학 학위를 마치고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드라이버 모델링을 연구 주제로 석. 박사 학위를 마쳤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역시나 예상한대로 빵빵한 학력의 소지자셨군요. 그런데 학력이 좋다고 F1 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김남호 박사 : 물론입니다. 저는 매우 운이 좋았습니다. 저희 팀이 Renault F1 시절이던 당시 제가 잘할 수 있는 직종에 공석이 생겼고 다행히 Job offer 를 받아 F1 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F1 팀들은 F1 이나 DTM과 같은 톱 클라스 카 레이스 엔지니어링 경력이 있거나 카 레이스 엔지니어링 관련 박사 학위 소지자만을 채용합니다. F1에는 한국의 엔지니어링 기업이나 영국의 BP같은 대기업의 일괄 신입 채용 시스템이 없으며 빈자리가 생길 때 마다 특정 분야, 특정 기능의 전문 인력를 채용하는 매우 폐쇄적인 고용 시스템에 의존합니다. 이렇게 폐쇄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저는 운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라이드매거진 : 그럼 한국에 계셨을 때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김남호 박사 : 그렇게 특이하거나 대단하진 않습니다. 20대 후반 영국으로 유학 오기 전 까지 나름 평범한 과정을 거쳤다고 보시면 됩니다. 20대 초반 군 생활 무사히 마치고 고려 대학교에서 기계 공학 학사 과정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 해 평범한 직장인으로 3년간 근무했습니다. 현대나 기아 같은 자동차 관련 직종이 아니었겠나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예상과는 달리 다소 뜬금없는 대기업의 전산 개발 인력으로 일했었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전산 개발자이셨다구요? F1은 커녕 자동차와도 거리가 먼 것을 떠나 다소 의외인데요? 

김남호 박사 : 자동차와 연관은 없었지만 나름 첫 직장에 대한 애정도 있었고 값진 인생의 경험을 얻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F1 레이스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고, 더 늦으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질 것이라는 조바심에 무모하지만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꿈을 위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오셨군요. 용기와 결단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족이나 주변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김남호 박사 : 물론 말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죠. 남들 다 들어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을 마다하고 갑자기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황당해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F1 의 종주국은 사실상 영국입니다. 영국을 유학 목적지로 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꿈에 다가가기 위한 일종의 시장 탐색전인 셈이었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이 때 부터 꿈을 향한 첫 도전이 시작된 셈이군요? 그럼 F1과 처음으로 조우하신 때는 언제인가요? 

김남호 박사 : 제가 Renault F1 팀과 인터뷰를 봤던 시기가 2009년 말입니다. 말씀 드린 대로 카 레이스 전문 잡지에 올라온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현재의 제 포지션은 제가 처음 지원한 직종이 아닙니다. 제가 F1 엔지니어 분야를 기웃거릴 당시 제 전공 분야나 제가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은 신생팀을 포함한 F1 열 두 개 팀을 통 털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각 팀의 HR 부서에 제 이력서와 소개서, 그리고 관심 분야를 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신생 팀이었던 Caterham 팀이 관심을 보였지만 보기 좋게 탈락하였고, Red Bull 팀은 친절하게도 ‘당신의 관심 분야는 현재 빈자리가 없다’는 연락을 해 주었습니다. 다른 팀들은 답변조차 없었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역시나 예상대로 순탄한 길은 아니었군요.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는것이 쉬울 리 없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절대 만만한 일은 아니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김남호 박사 : 이것이 현실입니다. F1 팀들의 HR 부서는 F1 을 꿈에 둔 어린 엔지니어들로부터 하루에도 수백 통의 지원서를 받습니다. 어릴 때부터 F1을 꿈꾸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 만큼 많으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 지원서의 대부분은 바로 휴지통으로 삭제됩니다. 그러던 중 Renault F1 팀에서 Electronic Control 엔지니어 한 명을 구인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나마 저와 관련이 있다 싶어 지원하였습니다. 하지만 뜻 밖에도 현재 Lotus 팀의 Technical Director 인 Nick Chester 가 제 스킬 셋을 우연하게 보게 되었고, 제게 연락하여 그와 장시간 인터뷰한 후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정확하게 원했던 포지션으로 말입니다.

라이드매거진 : 역시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운이 따라주는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김남호 박사 : 지금 생각해도 역시나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참 간사한 동물인 것이 ‘그 때 Red Bull 팀에 들어갔더라면 더 좋았을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가끔 했었습니다. Red Bull 팀은 2010년 시즌부터 내리 삼 년 동안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해 부럽기도 한데다가 우승 실적에 따라 직원들에게 지금까지 지급된 레이스 보너스만 해도 고급 차 한대를 살 수 있는 수준이어서 약간 배가 아팠다고 할까요.

라이드매거진 : 하하하. 제 입으로 간사하다고 말하기엔 좀 그렇네요. 누구나 그 상황이 되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Red Bull 팀이 내리 삼 년 동안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설마 그렇다고 지금의 팀에 만족 못하고 계신 것은 아니겠죠? 
 

김남호 박사 : 천만에요. Red Bull 팀이 아무리 우승을 많이 하더라도 제게 최고의 팀은 역시나 Lotus 입니다. Lotus 팀은 Ferrari, Red Bull 같은 톱 팀들에 비하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개발 비용을 투자하지만 성능 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최고의 차를 만드는 팀입니다. 또 F1 바닥에서 저희 팀 엔지니어들의 수준은 최고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만큼 자부심도 높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자신의 팀에 대해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사실이 부럽기도 하고 멋져보이기도 합니다. 지금 업무는 어떠신가요?

김남호 박사 : 사실 일은 아직도 배워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사 과정 중 공부했던 자동차 공학 이론들이 F1 실무에서는 어찌 보면 무용지물이 될 때도 있고, 해 마다 바뀌는 기술 규정에 맞추어 쉬지 않고 진화해야 하는 F1의 속성 상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기가 만만치 만은 않습니다. 또한 Lotus F1 차 한 대를 경기에 출전시키는 데 제가 기여하는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차의 설계, 개발, 제작, 조립, 시험, 성능 평가, 그리고 레이스 컨트롤까지 일반 자동차 회사와 맞먹는 세분화된 공정이 기계처럼 맞물려 돌아갑니다. 차량 개발 및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만 총 400명이 넘는데 저는 그 중 한 명에 불과합니다.

라이드매거진 : 겸손이 지나치시네요. 요즘은 어떠신가요?

김남호 박사 : 해마다 첫 레이스 카가 조립되어 회사 엔지니어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면 하나 같이 ‘잘 빠졌군. 올해는 느낌이 좋아. 우승할 것 같이 생겼어’ 라며 기대감을 표시합니다. 하지만 번번이 개발 비용이 넉넉한 팀들을 이기는 데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시즌은 키미가 첫 라운드부터 우승을 하고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엔지니어로서 아주 신이 납니다. 요즘 같으면 정말 일할 맛이 납니다.

라이드매거진 : 하고 계신 업무에 대해 들어보니 경기가 열리는 나라별로 이동도 하시는가에 대해서도 궁금해집니다. 혹시 업무차 한국에도 오시는 건가요?  

김남호 박사 : F1팀에서 일한다고 하면  대부분 TV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피트 크루를 연상합니다. 여러분이 TV 에서 보는 피트 크루 들은 레이스 팀이라고 불립니다. F1 의 경기 규정 상 각 팀은 최대 45 명까지만 트랙 사이드 인력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레이스 팀에는 트랙에서 레이스를 컨트롤 하는 레이스 엔지니어, 차를 조립하고 피트 스톱을 책임지는 메카닉, 기타 홍보 인력 전원이 포함됩니다. 평균적으로 각 회사당 500명이 넘는 인력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트랙 사이드 인력의 수는 일부에 불과하고 이 최소 인력만이 투어에 참여합니다. 저는 영국이 있는 팀의 헤드쿼터에서 통신으로 트랙을 지원하기 때문에 투어에 참가하지는 않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일반적인 사람들은 많은 인원들이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을 텐데 정작 그렇지는 않는군요. 

김남호 박사 : 레이스팀은 보통 일년에 5 개월 정도를 집을 떠나서 생활하기 때문에 가정생활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런 생활을 즐기는 엔지니어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의 제 포지션이 더 만족스럽습니다. 가끔 차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트랙으로 지원을 나가지만 그렇게 빈번하지는 않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외부에서 F1을 꿈꿔오셨을 때와 막상 내부인이 되어 내부에서 F1을 보시는 느낌이 어떠신지요? 많이 다르시죠?

김남호 박사 : 마술은 그 비밀을 알게 되면 시시해지기 마련입니다. F1 이란 스포츠는 대중에게 외부로 보이는 화려함 때문에 동경의 대상이 됩니다. 몇 백억의 연봉을 받는다는 드라이버들, 좀처럼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F1 그리드에는 기꺼이 등장하는 톱스타들과 톱모델들, 헬기로 출퇴근하는 F1 팀의 주인장들, 기 백억을 호가한다는 F1 자동차 등등 F1 을 연상케 하는 모습은 돈으로 화려하게 덧칠해져 있습니다. 때문에 F1 은 대중에게 스포츠라기보다 일종의 Show Biz로 보이는 측면이 더 많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마치 그런 면들이 전부인 것처럼 워낙 포장이 잘 되어있어서,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김남호 박사 : F1에 칠해진 이 글래머러스한 이미지는 사실 F1의 본질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사실 F1의 실체는 대중에게 아무 흥밋거리도 될 수 없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프로젝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F1을 통해 큰 이익을 얻어 가는 중간 도매상, 즉 프로모터 들이 F1 을 아름답게 만들어서 대중에고 팔고 있는 것입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 F1 은 매년 새롭게 시작되는 Painful 프로젝트라고 하고 싶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역시 내부에서 보는 내용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군요. 우리나라의 F1 흥행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계신 곳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죠? 
 

김남호 박사 : 물론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에서 F1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유난히 모든 스포츠를 사랑하는 영국인들의 경우 F1에 대한 애정은 무척이나 각별합니다. 70-80세 할아버지도 웬만한 F1 드라이버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나라가 영국이라고 한다면 쉽게 이해가 되실까요? 사실 모터스포츠의 부흥은 그 나라가 얼마나 살 만한 나라인가를 알려주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먹고 살기 바쁜 마당에 도로에서 탈 수도 없는 차에 비싼 기름을 싣고 둥그런 트랙을 몇 시간 동안 빙글 빙글 도는 기름 낭비를 스포츠랍시고 즐길 수 있을 사람이 있을까요? 영국의 경우 오랜 자동차 문화를 축적해 왔고, 개인의 삶과 행복을 존중하는 노동 가치가 사회 전반에 체화된 데다가, 가옥 구조 자체가 자기의 차를 손수 정비할 수 있는 형태라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무척 많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저도 그런 문화가 너무나 부럽네요. 그런 문화가 미처 존재하지도 않는데 우리나라의 F1 흥행 얘길 하고 있자니 뭔가 씁쓸한데요?  

김남호 박사 : 또 국영 BBC를 비롯해 위성 SKY 방송이 전 경기를 방송합니다. 당연히 F1 에 노출되는 대중의 수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어찌 보면 한국에서 F1 의 급작스런 인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에 한국인의 생활수준이나 노동 강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건 대통령도 해결 못하는 일이고 말이지요. 하지만 가장 단기간에 F1 에 대한 인지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언론에 노출 빈도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이드매거진 : 역시 멀티미디어의 힘을 무시하지 못하는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F1에 대한 방송이 많이 진행된다면 빠르게 정착할 수 있게 될까요?

김남호 박사 : 물론입니다. 제 생각에 비인기 스포츠는 인기가 없어 방송을 안 한다기 보다 방송을 안 해주니 인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린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씨름의 초라한 추락도 이런 경우고,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NFL 과 NHL이 한국에서는 MLB에 비해 형편없는 인지도를 보이는 것도 한국 언론에서의 빈약한 노출 빈도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만 하는 스포츠도 아니고 우리도 엄연히 F1 개최국인데 F1 이 한국에서 열리는 동안 반짝 공중파에서 중계해 봐야 대중의 눈에는 매년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 대중이 시즌 전체를 따라 잡을 수 있도록 언론에서 계속 노출 시켜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아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모터스포츠 시장은 상당히 오랜 시간 아쉽게도 거의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터스포츠를 그들만의 문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F1은 거기서 더 소수만이 관심을 가지는 안타까운 경기입니다.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남호 박사 : 사실 전 한국의 모터스포츠 상황에 대해 사실 잘 알지 못합니다. 저 조차도 한국에 있을 때 모터스포츠 경기를 본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아름다운 레이싱 모델들이 레이스 이벤트 전면에 등장해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꽃이 있으면 보기에는 좋습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한 것 아니겠습니까?

라이드매거진 : 역시 레이싱모델들에게 과도한 관심이 쏠리는 현실에 대해 알고 계시네요. 국내에서 열리는 모터쇼 등에서도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많긴 해요. 

김남호 박사 : F1 에도 각 경기 마다 그리드 걸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미디어의 집중적 관심이 그리드 걸에 쏠려 레이스 자체에 대한 관심이 휘발되어 버리는 상황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레이스 관련 미디어에서 우리나라처럼 그리드 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나라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적어도 제가 구독하는 유럽의 카 레이스 잡지에는 그리드 걸 섹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초적인 아름다움에 카 레이스의 진면모가 가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입니다.

라이드매거진 : 역시 해외와 비교해서 무척이나 큰 차이점이 있네요. 따끔한 지적도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우리 일반인들은 F1과 관련된 관심의 시작을 어떻게 가지는 것이 좋을까요? 
 

김남호 박사 :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직접 카 레이스를 해보는 것이 카 레이스에 관심을 가지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멀쩡한 승용차를 튜닝해 도로에서 불법 경주를 하시라는 말씀은 아니고, 큰 비용 들이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카 레이스가 있습니다. 바로 카트입니다. 직접 한 번 타고 친구들과 그랑프리 경주를 해 보시면 그 재미에 흠뻑 빠지실 것입니다. 어두침침한 술집에서 건강 버려가며 사내들끼리 술 마시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대다수의 F1 선수들이 카트로 선수생활을 시작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역시나 박사님께서도 카트를 추천해 주시는군요. 라이드매거진배 카트 대회라도 한 번 열어봐야 겠는데요? 
 
김남호 박사 : 그럼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 라이드매거진이 일조를 하게 되는 겁니다. 카트를 작고 느리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카트는 어려운 기술도 필요하지 않고 여성이나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자동차 경주 중 하나입니다. 이런 작은 경험이 F1을 좀 더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라이드매거진 : 작은 문화부터 시작해 F1 팬들이 많아지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해나가야 할 상황이니까 이런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시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김남호 박사 : 현재 우리나라의 F1 흥행을 논하려면 문화부터 천천히 성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F1이 왜 흥행이 안 되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분명 시간과 노력, 투자가 모두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라이드매거진 :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라이드매거진을 통해 F1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는 거죠? 

김남호 박사 : 물론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들려드릴 F1과 관련된 이야기보따리들이 무궁무진하니 기대해 보셔도 좋습니다.

라이드매거진 : 그럼 기대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김남호 박사 :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라이드매거진은 김남호 박사와의 단독 인터뷰에 이어 앞으로 김남호의 F1 STORY 연재에 돌입한다. 라이드매거진과 Lotus F1 Team의 엔지니어인 김남호 박사가 함께 진행하는 이 연속 콘텐츠가 국내의 척박한 F1 문화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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