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을 타면서 가장 불편한 점 하나를 꼽으라면 적잖은 사용자들이 내비게이션의 부재를 꼽을 것이다. 저배기량 모델이야 주로 출퇴근 등의 용도로 사용되니 매일 일정한 코스를 다니게 되어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지만, 미들급 이상의 모델인 경우 투어를 다니며 잘 모르는 곳에 갈 경우 내비게이션의 필요성이 크게 와닿는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인데, 스마트폰을 거치해 내비게이션 용도로 사용하거나 스마트폰이 연동되는 모터사이클을 구입해 내비게이션을 계기판 화면에 띄워 사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거치하는 방법은 주행 중 스마트폰이 분리될 경우 분실하거나 크게 파손될 위험도 있고, 모터사이클의 진동으로 인해 스마트폰의 센서가 고장날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연동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지원하는 모터사이클은 대부분 고가여서 구입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걸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 CF모토에서 등장했다. CF모토가 내놓은 어드벤처 모터사이클 800MT를 타면 이런 고민이 싹 사라진다. 드디어 국내 판매를 시작한 800MT의 시승차가 마련되어 제품을 살펴보고 성능이나 편의기능, 스마트폰 연동 기능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CF모토는 분명 중국 브랜드지만, 800MT의 브랜드 로고와 제품명을 가려놓으면 마치 유럽브랜드처럼 보일만큼 세련된 외관이 인상적이다. 그도 그럴것이 800MT를 키스카 디자인에서 디자인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업체지만, 키스카 디자인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디자인 전문업체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럽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의 제품 디자인도 이곳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런 키스카 디자인이 CF모토와 손을 잡은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800MT로, 어드벤처다운 외관을 갖추면서도 CF모토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어드벤처 모터사이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길게 뻗어나온 부리, 일명 ‘비크’라 불리는 것인데, 800MT는 비크를 대단히 짧게 설계해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했다. 여기에 상단에 주간주행등을 더한 좌우 일체형 헤드라이트가 조합을 이뤄 대단히 개성 넘치면서 박력있는, 근미래적 느낌의 전면부를 완성했다. 측면에서는 스포티함을 강하게 드러내는데, 비크에서 연료탱크로 치켜올린 라인과 시트에서 후미부로 치켜올린 라인들로 모델의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

계기판은 7인치 풀컬러 TFT 터치스크린이 적용된다. 동급 중 이 정도의 고사양 스크린을 탑재한 제품은 800MT가 처음으로, 단순히 내수 시장만을 노리는 것이 아닌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느껴진다. 계기판에는 다양한 주행 정보를 표시하는 건 물론이고, 차량의 다양한 기능들을 설정할 수도 있다.

계기판 기능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서두에 언급했던 스마트폰 연결, 커넥티비티 기능이다. 800MT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모두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자동차에 지원하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이폰의 경우 자동차와 동일하게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해 전화 송수신, 음악 재생, 내비게이션 안내 등이 가능하고, 이는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을 화면에 표시하는 것이어서 국산 내비게이션이 설치된 아이폰을 연동시키면 국내 어디서든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고, 해외에서라면 구글맵을 연동시켜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문제없이 사용 가능하다. 연결 방법은 자동차에서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첫 연결 때는 USB 케이블로 연결해주기만 하면 되고, 이후로는 무선 연결을 지원하기 때문에 더욱 편리하다. 애플 카플레이로 내비게이션을 표시하면 화면을 나눠 좌측에는 간략화된 주행 정보를, 우측에는 내비게이션을 표시해 주요 사항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다만 안드로이드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자동차처럼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카빗(Carbit)’이라는 이름의 다른 앱을 사용한다. 이 카빗 앱은 별도의 화면구성을 제공하는 대신 스마트폰의 화면을 그대로 연동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그렇다 보니 애플 카플레이 연동과 달리 내비게이션 화면이 조금 작게 표시된다. 조금 아쉬움이 들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지원해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 다만 유튜브 등 동영상 앱도 연동시켜 계기판에 띄우는 것이 가능하나 안전을 위해 사용을 자제하자.

이와 함께 주목할 기능 중 하나는 후방 및 후측방 차량에 대한 경고 기능이다. 의외로 모터사이클도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차선 변경 시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를 확인하는 숄더 체크를 반드시 해줘야 하는데, 이를 놓칠 경우 후측방 차량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800MT는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후방과 후측방 차량의 상황을 테일라이트 상단의 레이더 시스템으로 감지해 경고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차량이 후방이나 후측방에 접근할 경우 계기판 좌우 끝쪽으로 노란색 불이 들어온다. 이를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만일 이를 놓치고 차선 변경을 시도할 경우 계기판의 노란색 알림이 빨간색으로 바뀜과 동시에 강한 경고음을 내보내는데, 소리가 상당히 커 제법 높은 속도로 주행하고 있어도 바로 인지할 수 있을 정도여서 몇 번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만일 계기판 하단으로 노란 불이 들어오면 후방에서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이 접근한다는 의미인데, 도심에서 종종 위험한 동차선 추월을 시도하는 경우 이런 경고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주행에 화가 나겠지만, 일단 안전한 주행이 최우선인 만큼 정차중에도 계기판을 한번씩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이 외의 편의사양으로는 우선 조절식 윈드스크린이 탑재됐는데, 2개의 다이얼을 풀어 조절하는 방식이어서 주행 중 조절은 불가능하다. 주행 중 손을 보호하는 너클가드가 기본 사양이고, 열선 그립과 열선 시트도 기본 적용되어 기온이 낮은 상황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안개등이 기본 장착되어 있고, 차체를 보호하는 가드 역시 기본 탑재됐다. 그리고 타이어 상태를 감지하는 TPMS, 스마트키, 12V 시거잭 및 USB-A타입 포트 2개가 장착되어 주행 중 전자기기 충전도 문제 없다.

이렇게 빵빵한 편의사양을 갖추고도 성능이 별로라면 문제겠지만, 800MT의 주행 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파워트레인은 799cc 수랭 2기통 엔진이 탑재되어 최고출력 91마력/9,250rpm, 최대토크 75Nm/8,000rpm의 성능을 내는데, 이 엔진은 국내에도 판매중인 유명 오스트리아 브랜드에도 공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브랜드들이 이제는 예전과는 다른 상당한 기술 혁신을 이뤘음을 느끼게 한다.

이런 유래가 담겨있는 만큼 성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동을 걸고 한적한 도로에서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자 2기통 엔진 특유의 엔진 필링과 함께 속도계가 빠르게 치솟는다. 거친 클러치 연결에 앞바퀴가 들썩거릴 만큼 힘이 상당해 요령만 있다면 앞바퀴를 들어올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만큼 파워가 우수하다. 여기에 규정속도를 넘기면서도 속도가 붙는 것이 느려지거나 하는 기색이 없어 온로드 투어링을 즐기는 것도 문제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상황에 따라 파워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800MT는 전자식 스로틀이 채용되어 레인과 스포츠, 오프로드 3개의 주행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출력 특성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출력 특성의 변경은 멈춰서야만 가능하다는 점인데, 레인에서 스포츠로 변경하는 경우야 그럴 수도 있다지만, 반대의 경우, 즉 출력을 낮추기 위해 스포츠에서 레인으로 바꾸는 경우까지도 멈춰서야 한다는 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행 중 갑작스레 젖은 노면을 만난 경우 일단 안전한 주행을 위해 얼른 출력을 낮춰야 하는데 반드시 멈춰서야 하는 과정이 더해지면 오히려 이로 인해 위험한 상황을 겪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이런 부분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KYB제로, 앞뒤 모두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는 고사양 제품이 적용됐는데, OEM 서스펜션에 비해 대응 범위가 넓어 와인딩과 같은 스포티한 주행에서도 아쉽지 않은 운동 성능을 보여준다. 오프로드를 달리면서도 노면에서의 진동이나 충격을 잘 걸러주기 때문에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주행에만 열중할 수 있는 점도 좋다. 브레이크는 앞 320mm 더블디스크와 J.후안의 4피스톤 캘리퍼, 뒤 260mm 싱글디스크와 2피스톤 캘리퍼 조합인데, 기본적인 제동력도 우수한데다 보쉬 코너링 ABS를 더해 커브 주행 중 급제동을 하는 상황에서 제동력을 조절해 안전하게 차량을 멈춰 세울 수 있다.

휠은 앞 19인치, 뒤 17인치 구성으로,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를 염두에 둔 구성이다. 노면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스포크 휠이 적용된 제품이 국내에 들어오는데, 튜브리스가 아닌 튜브 방식인 점은 아쉽다. 물론 튜브리스 스포크휠을 채용했을 때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점은 잘 알지만, 주행에서의 불편함 등을 해소하기 위해 별도의 비용을 들여 튜브리스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도록 별도로 외부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잖은 만큼 향후 제품 업데이트 때나 옵션 파츠로 튜브리스 스포크휠이 포함되길 기대해본다.

이런 구성에도 불구하고 800MT의 가격은 패니어 케이스가 포함되지 않은 제품이 1,549만 원, 포함된 제품이 1,729만 원에 판매된다. 자세한 사양을 알기 전까진 대단히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제품을 직접 타보고 편의기능들을 테스트해보니 그 가격이 결코 아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초행길에서도 길 잃을 일 없이,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파손시키거나 고장내는 일없이 경로 안내를 보며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여기에 유럽 브랜드 못지 않은 외관 디자인과 오스트리아 기술력의 엔진까지. 이 정도면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부담없는 어드벤처를 원하는 사람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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