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그리고 911. 차를 좋아하는 사람 치고 포르쉐라는 메이커명과 911이란 모델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이 모델이 태어난 지도 벌써 반세기, 즉 5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포르쉐의 911이란 모델에게 이 시간은 단순히 하나의 자동차가 같은 이름으로 오랫동안 생산되고 판매됐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았다는 것보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356 B 하드탑 쿠페 (1962)

1. 초대 911 (901) : 모터스포츠 영역과 소비자 시장, 양쪽에서 성공을 추구하다

포르쉐가 명성을 확립한 것은 1950년에 양산된 356이었다. 1950년대 미국에서도 잘 팔렸지만, 곧 시장에 경쟁 차량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1960년대에 성능과 쾌적성 측면에서 모두 라이벌에게 처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래서 포르쉐의 경영진은 배기량이 큰 엔진을 탑재한 새로운 스포츠카를 계획했다. 그것이 911 (당시는 901로 명명될 예정)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911의 모형을 다듬고 있는 페르디난드 알렉산더 포르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에는 356이라는 2인승에 주력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695로 명명된 4인승 시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당시 포르쉐를 이끌었던 페리 포르쉐(설립자의 아들)가 2+2(현재 911처럼 보조적으로 뒷자리가 있는 레이아웃)라는, 즉 356의 후속이 되는 차세대 주력 모델로 방침을 궤도 수정했다. 페리의 아들 페르디난드 알렉산더 포르쉐가 현재까지 지속되는 쿠페 바디를 디자인했다. 이 모두가 지금부터 반세기 전인 1960년대 초반에 정해진 것이었다.


901 T8 프로토타입

포르쉐가 목표로 한 것은, 모터스포츠 영역에서도 소비자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남기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엔진은 4기통 아니라 더욱 부드럽고 더욱 강력한 6기통이 채용되었다. 리어 엔진, 리어 드라이브라는 레이아웃은 356를 계승하는 모델로, 비교적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 같다. 포르쉐는 이렇게 개발한 901를 1963년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전시했고 그 후 911로 모델 이름 변경한 후 1964년 8월부터 고객에게 전달을 시작했다. 901은 코드 네임으로 남아 차세대 930, 964, 993 등으로 전해지며 전세계의 포르쉐 팬에게 모델 구별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911 1세대 모델(1964). 뒤에 보이는 모델은 356B 시리즈다

소비자들은 세련되고 경쾌하고 파워도 있는 911을 쉽게 받아 들였다. 하지만 후면에 비교적 큰 2.0리터 6기통 엔진을 탑재한 911은 테스트 드라이버와 섀시, 서스펜션 엔지니어들에게 다양한 과제를 던졌다. 특히 코너링에서의 거동을 최대한 중립으로 쉽게 제어하게 하는 것이 고민이었다. 심지어 범퍼에 웨이트를 넣는다는 고육지책도 있던 것 같지만, 결국 1969년에 휠베이스를 연장하는 것으로 오버스티어 특성은 많이 개선됐다. 이렇게 포르쉐 911은 파워와 환경 그리고 라이벌과의 경쟁이라는 여러 가지 조건이 소용돌이 치는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930 타입이 출시된다.

2. 2세대 911 (930) : 1970~1980년대 포르쉐의 황금시대를 열다


2세대 911 S 2.7 쿠페 (1975)


911 카레라 3.0 쿠페 (1977)


911 SC 3.0 카브리올레(1983). 최초의 카브리올레 모델이다.


911 카레라 3.2 스피드스터 (1989)

차체가 커지고 이미지가 크게 바뀐 것은 1974년이다. 신형 범퍼를 채용한 모델로 930 타입은 “빅 범퍼”라고도 불린다. 모델 체인지의 배경에는 주요 시장의 하나인 북미에서 차량 충돌안전 기준과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된 데 있다. 마이너 체인지를 반복하면서 오랜 기간 생산된 만큼, 2세대 911은 엔진 배기량에도 변화가 있었다. 1974년에는 2.7리터였던 것이 1976년에는 3.0리터, 1984년에는 3.2리터로 확대되었다.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고, 넓어진 소비자층의 일부 세그먼트가 요구하는 쾌적성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운전편의성을 추구한 것이다. 여기에 라이벌과의 성능 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배기량을 늘리는 것 말고도 다양한 요구 사항을 수용했다. 차종 베리에이션은 표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쿠페, 루프만 분리된 타르가 이외에 1983년 대망의 카브리올레가 추가되었다. 동시에, 1988년에는 소량 생산되어 지금도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 있는 스피드스터가 발표되어 보다 많은 팬을 끌어 모으는 목적은 성공했다.


911 터보 RSR 레이스카 (1974)


911 터보 3.0 쿠페 (1975)
 

911 터보 3.0 쿠페 (1975). 대형 스포일러가 강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930 타입을 특징짓는 것은 1975년에 발표된 터보 버전이다. 양산차로 처음 터보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포르쉐는 그 이전부터 레이싱에 터보 차저를 채용하고 있었다. 포르쉐 라인업의 다른 차종에 터보 모델을 적용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성능에 어울리는 시그네쳐 모델인 911이 적격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터보 모델은 고속 회전시 오버스티어를 방지하기 위해 넓은 리어 타이어를 장착하고, 그것을 커버하는 오버 펜더와 고속에서 리어 부분에서 공기 흐름이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대형 리어 스포일러 장착했는데, 이는 가히 전세계에 충격이라고도 할 정도의 강한 인상을 주었다. 대담하게 펜더가 불거진 개성적인 스타일링은 정말 인상적이다. 개성적인 스타일링의 포르쉐 911이었지만, 그 디자인에 어떤 종류의 정통성을 확립한 것은 터보 모델의 역할이 컸다.

911은 그 등장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한 4단 수동 기어박스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특징은 독특한 구조를 가진 싱크로 나이저였다. 기어 변속시 양쪽의 회전을 맞출 때 레버의 반응이 모호한 것을 단점으로 생각하는 사용자도 적지 않았다. 포르쉐는 911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채용한 시스템이어서, 쉽게 변경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엔진 배기량이 커지고 토크도 늘면서, 포르쉐 싱크로라고 불린 포르쉐의 기어 박스는 기어 오일의 냉각 문제 등에 대응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930 타입의 마지막 해인 1987년 모델부터 보르그 워너의 5단 기어를 채용하였다.


911 S 2.7 타르가 (1975)

911은 스포티하지만 편안하기도 했다. 따라서 많은 팬을 획득했다. 터보 모델도 예외는 아니었다. 에어컨도 오디오도 표준 장비였다. 부스트를 낮게 억제하여 자연스러운 드라이빙 감각을 실현하고, 2,000 rpm에서도 기분 좋게 운전할 수 있는 것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드라이빙 경함을 제공한 것이 911 터보만의 특징이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자동차 시장은 다양화가 이슈였다. 모델 베리에이션을 확충하면서, 언제나 가장 고성능이면서 편안한 스포츠카라는 포르쉐의 원칙이 911의 황금 시대를 쌓아 올린 것이었다. 시그니쳐 모델로서의 존재 가치를 더욱 어필한 모델이다.

3. 3세대 911 (964) : 선명한 인상을 남긴 911


911 터보 3.3 쿠페 (1991)


911 터보 S 3.3 쿠페 (1992)

1963년 등장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911에는 세 번의 큰 혁신이 있었다. 첫 번째는 터보의 등장, 두 번째는 엔진의 수냉화, 그리고 마지막은 4륜 구동 버전의 추가다. 세 번째 변화는 964 타입에서 일어났다. 펜더의 봉긋함이 강조된 스타일은 선대의 930 타입에서 상속받은 것이지만, 964 타입은 범퍼가 바디와 같은 컬러로 등장하여 크게 바뀐 인상이 강했다. 바디 칼라도 당시의 유행을 반영하여 선명한 컬러가 많았던 것도 964 타입의 인상을 강렬한 것으로 남긴 것이다. 공냉식 6기통 엔진은 3.6리터로 커졌다. 선대 930 타입의 3.0리터 엔진에서 배기량이 커진 것은 큰 관심을 불렀다. 최고 출력도 180마력에서 250마력으로 크게 올랐다. 바디 사이즈는 930 타입보다 조금 콤팩트해졌지만, 안전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차체를 모노코크 구조로 변경하는 등 수정이 가해 차량 무게는 150kg 이상 증가했다.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차체가 무거워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한 포르쉐는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세대 모델부터 배기량을 단숨에 확대한 것이었다.


앞쪽부터 911 카레라 4 3.6 카브리올레, 타르가, 쿠페 (1990)

서스펜션의 대폭적인 개선도 당시에는 큰 화제가 됐다. 930 타입까지 사용했던 토션바 스프링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폐지하고 일반적인 코일 스프링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스펜션 설계의 자유도는 높아져서, 다양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었다. 즉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전개하는 것이 손쉬워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카레라 4로 명명된 풀타임 4륜구동 버전의 등장이다. 카레라 4는 1989년 데뷔했는데, 포르쉐의 대담한 변화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911 카레라 2 3.6 쿠페 (1990)


911 카레라 RS 3.8 쿠페 (1993)

카레라 2라고 명명된 후륜구동 모델은 1년 뒤 1990년에 발표됐다. 풀타임 4륜 구동 모델인 카레라 4는 악천후나 고속에서 주행 안정성에 기여했지만, 그 수준의 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이라도 가벼운 기존의 포르쉐 911의 캐릭터를 지향하는 팬들에게 대환영을 받았다. 모델 종류가 늘어난 것도 964 타입의 특징이다. 1991년에는 터보가 등장하였고, 1993년에는 배기량을 3.3리터에서 3.6리터로 확대하여, 360마력을 발생하는 터보 3.6 버전이 추가되었다. 또한 RS라고 불리는 모델도 출시했는데 장비를 단순화하고 경량화를 도모하는 것과 동시에 최고 출력도 260마력으로 높인 고성능 버전으로 지금도 인기가 높다.


911 카레라 2 3.6 스피드스터 (1993)

한편 카브리올레, 타르가, 그리고 낮은 윈드실드에 오픈 바디의 독특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던 스피드스터 등 운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911 모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것도 포르쉐가 변함없이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큰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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