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 모델만 놓고 본다면 혼다 시빅과 폭스바겐 골프는 각각 일본과 독일을 대표하는 차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시빅과 골프 모두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차를 표방하며 1970년대부터 꾸준히 판매되어온 스테디셀러다. 두 차량 모두 1세대가 해치백으로 개발되었고, 고성능 버전이 존재하는데 그 이름 뒤에 R이 붙는 것마저 닮았다.

하지만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서 살펴볼 모델은 해치백이 아니라 왜건이다. 얄궂게도 시빅과 골프 모두 스포티한 왜건 모델을 내놔 마치 경쟁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혼다 시빅 투어러 콘셉트







Y자 모양의 독특한 프런트만 봐도 시빅 9세대 모델의 유럽형을 베이스로 만든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콘셉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양산형 시빅과 스타일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머지않아 양산이 개시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주선을 연상하게 되는 날카로운 스타일링은 왜건은 뚱뚱하고 둔해 보인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특히 윈도와 루프의 경계가 만들어내는 라인은 차량의 후미로 갈수록 날렵하고 늘씬하게 빠지는 느낌을 준다. 테일게이트 스포일러와 해치백의 스타일을 이어받는 엉덩이를 가로지르는 테일라이트가 스포티함을 더욱 강조한다. 뒷좌석 문의 손잡이를 살짝 숨겨 쿠페 비슷한 느낌을 준 것도 가산점을 줄 만 하다.

아직 정확한 스펙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혼다 시빅의 엔진을 참고할 때 1.4리터/1.8리터 I-VTEC 엔진, 2.2리터 I-DTEC 엔진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엔진의 출력은 각각 100마력, 142마력, 150마력이다. 참고로 시빅 유럽형 모델은 영국에서 생산된다.

폭스바겐 골프 바리언트(이스테이트)






한편 폭스바겐은 골프 7세대 바리언트 모델을 선보였다. 콘셉트가 아닌 양산형이며, 넓은 실내공간으로 실용성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외관을 보면 한눈에 이 차가 골프임을 알 수 있다. 살짝 치켜 올라간 헤드라이트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얇은 그릴, 뒤가 더 뚱뚱해지고 루프레일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해치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골프답게 외관을 꾸미기위한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균형미가 돋보인다. 게다가 7세대 바리언트 모델은 6세대와 비교해 실내공간을 더 키웠다. 하지만 차체 무게는 무려 105kg이나 더 가벼워졌다고 한다.

엔진 사양은 골프 해치백과 동일하다. EA211 직분사 가솔린 터보엔진은 배기량과 출력이 세분화되어 85/90/105/122/140마력을 제공한다. EA288 디젤 엔진은 105/110/150마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골프 바리언트 블루모션 모델의 경우 110마력 디젤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된다.

혼다 시빅 투어러와 골프 바리언트, 성능도 장르도 비슷하지만 선택의 호불호는 크게 갈릴 것 같다. 왜건답지 않은 스포티함을 원한다면 시빅 투어러가, 담백한 디자인의 균형 잡힌 실용차를 원한다면 골프 바리언트가 더 매력적일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 왜건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아 수입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기호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머지않아 두 왜건이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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