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컴매거진에서는 중고차를 자신이 원하는 제 때 팔기를 원하면 사람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컬러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보도했었다. 기사의 내용처럼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무채색의 비중은 매우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그 어떤 지역의 도로에 나가 지금 당장이라도 지나가는 차량의 컬러를 세어보면 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흰색, 검정색, 회색 등 무채색 차량을 세는 것 보다 그에 속하지 않는 유채색 컬러의 차량을 세어 전체 차량의 수에서 빼는 것이 훨씬 빠르고 수월하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을 살펴보면 무채색 일색이던 차량들의 컬러가 점차 화려해지고 다양해지며 색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부 브랜드들에서 젊은 층에 어필해야하는 특정 모델들은 컬러의 선택권이 매우 다양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메이커인 현대자동차 벨로스터의 경우 화이트크리스탈, 소닉실버, 그린애플, 썬플라워, 비타민C, 벨로스터 레드, 블루오션, 팬텀블랙의 8가지 컬러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벨로스터 터보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컬러는 더욱 늘어났다. 스톰트루퍼, 베틀쉽, 영건(무광), 마멀레이드, 시나몬, 썬플라워, 벨로스터레드, 블루오션, 팬텀블랙의 9가지로 컬러가 늘었는데 특히 이 중 영건 컬러는 흔히 무광이라 불리는 컬러로 국내 메이커로서는 최초이거니와 해외 메이커에서도 순정 선택사양으로 여간해서는 내놓지 않는 독특한 컬러이기도 하다. 컬러의 다양함도 다양함이지만 컬러의 이름들도 재미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가져온 스톰트루퍼, 잼 이름에서 가져온 마멀레이드, 이름만으로도 친근한 비타민C 까지 약간 장난스럽기도 한 재미있는 컬러 명들이 눈길을 끈다. 
 

해외 메이커로 눈을 돌려보면 컬러는 더욱 화려해진다. 최근 화려함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는 모델인 시트로엥의 DS3를 보면 차체의 컬러가 지붕의 컬러와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붕의 컬러와 사이드미러를 각기 같은 컬러로 통일했고 일부 컬러의 경우 지붕에 재미있는 문양을 넣어 개성을 표출했다. 아시아 지역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 론칭 한 DS3 RASING 모델은 눈에 확 띄는 오렌지 컬러를 지붕, 사이드미러, 그릴, 휠, 대시보드 주위에 사용해 포인트를 줬다. 개성으로 치자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은 브랜드 미니 역시 선택할 수 있는 컬러가 다양하다. 미니 매장에 방문하면 종이에 인쇄 된 카탈로그를 보면서 컬러를 선택하지 않고 벽면을 가득 채운 컬러표를 보면서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다. 

컬러의 변화에 대한 중요한 사실은 컬러의 다양화가 벨로스터, DS3, 미니 같은 개성 충만한 모델에만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형 세단인 기아자동차의 K5에는 어비스 블루라는 컬러를, 현대자동차의 소나타에는 레밍턴 레드라는 컬러를, 쉐보레의 말리부에는 물랑루즈 레드라는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중형을 넘어 대형세단인 제네시스에도 벨벳레드라는 유채색 컬러를 추가하는 다소 파격에 가까운 선택을 했다. 예전부터 중형 세단의 경우 30~40대의 중년 남성들이 주 고객이라 이 같은 유채색 컬러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경우는 기본 선택 컬러에 유채색 컬러를 1종 이상 구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변화는 메이커들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자동차 컬러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요즘에는 유채색의 중형 세단을 타고 다니더라도 사람들의 시선 자체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누군가 유채색의 중형 세단을 타고 나타나면 컬러와 관련된 직업을 가졌다든지 메이크업(뷰티), 혹은 패션 쪽 계열의 직업을 가졌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다. 자동차 컬러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에 이 같은 컬러의 선택권이 다양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해석은 다소 분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제조사에서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응으로 컬러 선택권을 늘린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유채색 컬러 차량의 판매량이 너무 적어 그러한 이유라고 단정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브랜드와 모델별 차별화 전략으로 컬러를 이용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현대·기아의 중형 세단인 소나타와 K5, 쉐보레의 말리부에는 각기 선택할 수 있는 유채색 컬러가 있으나 르노삼성자동차의 뉴SM5 플래티넘에는 유채색 컬러가 지원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컬러에 따른 전략이 메이커마다 다르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간에 차량의 컬러가 다양해지면서 도시의 모습은 밝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 시장이 생긴 이후로 가장 화려해지고 있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여기에 메이커가 제공하는 기본 컬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도색, 랩핑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애마 컬러를 바꾼 이들의 차량들이 더해지면 도로 위는 다양한 컬러의 자동차들로 더욱 화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또 어떤 메이커의 어느 모델이 화려한 컬러의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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