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이커가 만든 자전거들

자동차 메이커에서 만드는 브랜드이미지상품 중에 자전거가 있다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다. 자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탈것으로 일상생활에서 친근한 브랜드로 다가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각 메이커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콘셉트에 따라 자전거의 종류와 형태도 다르다. 부담 없이 탈 수 없는 시티바이크에서 사이클링 마니아를 위한 하이퍼포먼스 레이싱바이크까지 무척이나 다양하며, 그 중에는 웬만한 자동차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의 자전거도 있다.



1. BMW : 마운틴바이크 엔듀로 - 엔듀로 모터사이클의 동생

"산악을 정복하거나 도시의 정글을 헤쳐 나갈 때, BMW 뉴 X1과 BMW 자전거는 모험을 위한 완벽한 동반자가 됩니다."
BMW의 산악자전거를 소개하는 쇼핑몰의 문구다. 전문 자전거 메이커도 아닌 자동차 메이커가 만든 자전거를 타고 거친 산을 타려니 자전거의 성능이 의심스러울 법 하건만, BMW의 산악자전거라면 그런 걱정을 접어두어도 괜찮다.

BMW는 자동차 뿐 아니라 모터사이클 메이커로도 유명하다. BMW의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은 사막과 산악을 비롯한 거친 코스를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고성능을 자랑하며, BMW의 산악자전거에는 BMW 모터사이클의 유전자가 그대로 담겨있다.

마운틴바이크 엔듀로는 이름 그대로 엔듀로(장거리 산악 경주)에 적합한 모델. 앞뒤에 장착된 에어서스펜션은 장거리 주행 시 피로를 줄일 뿐 아니라, 점프 후의 착지 충격도 거뜬히 흡수한다. 자전거 부품 메이커 시마노의 XT 구동계 부품과 크랭크브라더스의 경량 휠을 장착하였다. 본격적인 산악자전거 대회에 참가하기에도 부족함 없는 사양이다. 국내 소비자가격은 563만 2,000원이다. BMW 자전거는 BMW 라이프스타일 숍(www.bmwshop.co.kr)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2. 포르쉐 : BIKE RS - 911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스트리트바이크

포르쉐 마니아라면 'RS'라는 이름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1973년 한정 생산되었던 911 카레라RS는 가장 아름다운 포르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델이며, 2011년에는 911 GT2/GT3 RS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다. 포르쉐의 스트리트바이크 BIKE RS는 포르쉐 카레라RS 스포츠카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자전거다.

911 모델로 대표되는 포르쉐 스포츠카의 생김새와 비교하면 BIKE RS의 어디가 포르쉐를 모티브로 디자인 되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프레임의 상단부에서 뒤쪽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실루엣은 영락없는 포르쉐 카레라의 느낌 그대로다.

BIKE RS의 프레임은 탄소섬유 복합소재(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 CFRP)로 만들어져 무척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 자전거의 전체 무게는 불과 8kg에 불과하다. 웬만한 스포츠용 자전거보다 가벼우니 도심용 출퇴근자전거로만 쓰기에는 과분할 정도의 스펙. 29인치 휠을 장착해 빠른 속도를 내기 유리할 뿐 아니라, 타이어만 바꾸어 오프로드를 달리더라도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없을 정도의 강도를 자랑한다. 핸들에서 변속기까지 탑재된 부품 또한 최고급 사양. 시마노사의 XTR 구동계와 크랭크브라더스사의 산악자전거용 부품을 탑재했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BIKE RS의 가격은 4999유로, 약 700만원 정도. 최고급 산악자전거와 비교하면 다소 비싸다. 하지만 자전거에 장착된 부품만 해도 국내 소비자가격으로 500만원은 넘으니 터무니 없다 할 정도의 가격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3. 페라리 : 콜나고 CF6 - 페라리 60주년 기념 모델

더슈퍼카 메이커인 페라리의 브랜드이미지를 활용한 상품 중에는 물론 자전거도 있다. 국내의 한 자전거 메이커에서도 라이선스를 통해 페라리 마크를 붙인 생활용 자전거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 '페라리'하면 떠오르는 자전거는 전혀 뜻밖에도 페라리 브랜드로 판매되는 자전거가 아닌, 콜나고라는 메이커의 'CF'라는 모델이다.

콜나고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자전거 명가 중 하나로 1954년 설립되었다. 1960년 이탈리아 사이클링대표팀이 콜나고 자전거를 타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서부터 유명해졌고, 많은 명선수들이 애용한 자전거 메이커다.

CF는 콜나고-페라리의 앞 글자를 따온 이름이다. CF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1년. 당시의 경주용 자전거들은 주로 알루미늄을 비롯한 경금속 합금으로 만들어졌는데, 콜나고는 금속 이상으로 가볍고 강한 신소재를 이용한 자전거 개발에 착수한다. 콜나고는 탄소섬유 복합소재에 많은 노하우를 가진 페라리의 기술적인 도움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해마다 페라리 한정판 모델을 소량 생산하는데, 바로 CF 시리즈다.

콜나고 CF 모델은 실제 페라리 슈퍼카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탄소섬유로 제작되며, 페라리의 오리지널 컬러로 칠해진다. 페라리와 콜나고 두 브랜드는 각각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레이싱 브랜드라는 공통점도 있다. 때문에 페라리 상표를 달고 판매되는 자전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니아들 사이에서 콜나고 CF는 페라리 숍에서 판매하지 않는 '진짜 페라리 자전거'로 통한다.

2008년에는 페라리 탄생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CF6의 특별 한정판 모델이 나오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단 60대가 판매된 이 모델은 국내에도 출시되었는데, 가격은 1700만원이었다. 터무니없는 자전거 가격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겨우 17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페라리'라고 생각 한다면 납득이 가지 않을까?

페라리 60주년 기념모델은 현재 구입이 어려우며, 현재는 후속모델인 CF9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 공식 수입사는 참좋은레져(주)(www.cellosports.com)다.



4. 메르세데스-벤츠 : 피트니스 바이크 - 스타일리시하면서 실용적

메르세데스-벤츠는 로드바이크와 산악자전거 등 다양한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가장 개성 있는 모델은 피트니스바이크다. 비록 고성능 콘셉트로 디자인되지는 않았으나 다양한 기능과 깔끔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알루미늄합금으로 만들어진 피트니스바이크의 프레임에는 곳곳에 '장고 포트'라는 액세서리 장착 마운트가 달려있다. 바퀴에 묻은 물과 진흙이 옷에 튀는 것을 막아주는 머드가드와 가벼운 짐을 실을 수 있는 짐받이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장고포트에 손쉽게 장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자전거 전용 액세서리뿐 아니라, 자전거 전문 브랜드의 장고 포트에 호환되는 액세서리도 장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장착한 액세서리에 따라 자전거의 기능과 스타일이 바뀐다. 출퇴근용 자전거에서 여행용 자전거까지 다양한 용도로 변신하기도 한다.

또 다른 특징은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은 변속기조작케이블과 유압브레이크호스가 모두 프레임 내부로 수납되어있다는 점. 심플함과 깔끔한 스타일이 더욱 돋보인다. 국내 소비자가는 320만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자전거는 메르세데스-벤츠 컬렉션 쇼핑몰(www.benz-collection.com)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5. 맥라렌 : 스페셜라이즈드 벤지 S웍스 맥라렌 - F1기술로 완성한 에어로다이내믹스

엄밀히 말해 '벤지 S웍스 맥라렌'은 자동차 메이커의 자전거가 아니다. 미국의 자전거 메이커인 스페셜라이즈드는 선수들이 더 적은 힘으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도로경주용 자전거를 개발하기위해 슈퍼카 메이커 맥라렌과 손잡는다. 맥라렌은 F1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F1 레이스카와 경주용 자전거의 공통점은 바로 공기저항이 적고 가벼울수록 유리하다는 점이다.

벤지 S웍스 맥라렌은 레이스카를 만들며 쌓아온 맥라렌의 에어로다이내믹스 기술이 빚어낸 경주용 자전거다.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자전거 프레임의 옆모습은 납작하지만, 앞이나 뒤에서 보면 무척 얇게 디자인 되었다.

또한 가벼우면서도 강한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밀한 설계기술이 필요하다. 벤지 S웍스 맥라렌은 내구성이 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불필요하게 강한 부분은 조금이라도 더 깎아내어 무게를 줄이는 감량을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경주용 자전거로 완성되었고, 만들어진 직후 참가한 첫 대회인 '밀란 산 레모' 레이스에서 벼락같은 우승을 차지하며 그 성능을 과시한다.

벤지 S웍스 맥라렌은 완성된 자전거가 아닌 프레임으로 판매된다. 전문 숍에서 자전거에 어울리는 부품을 골라 조립하여 완성하게 되는데, 부품의 사양에 따라 자전거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최고급 경주용 부품으로만 꾸며진 사진의 자전거 가격은 약 2,000만원 정도다. 스페셜라이즈드코리아(www.specialized.com)를 통해 국내 정식 수입되었다. 



6. 애스턴마틴 : ONE-77 - 디지털기술 집약된 초고가 자전거

ONE-77, 애스턴마틴의 슈퍼카 이름이며 또한 동명의 슈퍼카를 모티브로 제작된 자전거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국의 팩터사이클이란 회사의 '팩터001'이라는 자전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자전거의 핸들에 디지털 터치스크린 계기판이 내장되어 다양한 주행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 특징.

계기판은 자전거가 달리는 동안 GPS를 통한 주행속도와 위치정보, 자전거 탑승자의 심박 수와 좌우 다리의 파워를 표시해준다. 게다가 기온과 기압, 습도, 고도정보가 계기판에 표시되며,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도 있다. 듀라에이스Di2라는 디지털 전동변속기가 탑재되어 손가락 하나로 간단히 변속할 수도 있다.

프레임과 바퀴를 비롯한 대부분의 부품은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만들어졌고, 일반적인 도로경주용 자전거와는 달리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를 탑재하여 강력한 제동력을 자랑한다.

ONE-77은 첨단 디지털 기술을 아낌없이 사용해 만든 '슈퍼바이크'라 할 만 하다. 다만 주행성능은 가격에 비해 별 볼일 없다. 최고급 도로경주용 자전거의 무게 6kg 정도인데, ONE-77의 무게는 8kg을 훌쩍 뛰어넘는다. 계기판에는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지만 정작 주행에 필요한 정보가 별로 없다. ONE-77은 실용성보다는 과시용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다.

주문제작으로 만들어지는 ONE-77은 프레임과 애스턴마틴 로고의 색상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데, 단 77대만 만들어질 예정이며 이미 전량 주문예약이 끝나 품절되었다. 가격은 25,000파운드로 한화로 약 4,500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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