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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한 외모, 자유로운 무대, 두카티 스크램블러 1100 스포트
  • 글 임성진 사진 임성진, 조준우
  • 승인 2018.11.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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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카티 스크램블러는 두카티의 레이싱 이미지를 벗어난 몇 안 되는 라인업이다. 두카티의 대부분 기종이 달리고자 하는 혈통을 못 숨기지만 스크램블러는 열정, 고성능, 스피드 대신 자유와 재미, 즐거움을 택했다. 스크램블러 1100은 언뜻 보아 반짝거리는 장식용 같지만, 막상 달려보니 동생 스크램블러 800과 마찬가지로 일상 탈출의 아이콘이다.

스크램블러는 두카티의 야심작이었다. 처음 스크램블러 800 아이콘 모델을 시승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이야기하면, ‘진지한 면에서 보면 여지껏 나온 두카티같지 않지만 다른 두카티만큼 재밌다’는 것. 특히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가 한껏 반영되어 두카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충분히 보여줬다.

아무데서나 재밌게 놀자는 것이 스크램블러의 변함없는 외침이다. 1100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스크램블러 1100은 얼핏 외형을 보면 ‘타고 놀기’에 너무 고급스러워 보인다. 덩치가 커져 근육질 몸체를 흉내 냈고 무게도 한눈에 더 무거워 보인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분명히 시장에서 잘 나가는 프리미엄급 레트로 바이크를 닮아있다. 약간은 샌님같이 보이는 것이 ‘비싼 몸이니 함부로 대하지 말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볼륨이 가득찬 연료탱크, 차체 곳곳을 메우는 섬세한 알루미늄 파츠, 여러 재질을 조합해 착석감을 높이고 보는 만족감까지 더한 시트, 황금색 서스펜션과 군더더기없이 단단한 핸들바와 버튼류의 감촉까지, 어딜봐도 스크램블러의 하이엔드 모델이 맞다.

시승 차량은 스크램블러 1100 ‘스포트’다. 스크램블러 1100은 스탠다드, 스페셜, 스포트 세 종류인데 그 중 스포트는 앞/뒤로 올린즈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플랫 트래커 느낌의 낮고 넓은 핸들 바와 무광 검정으로 장식한 묵직한 차체 색상을 입혔다. 스크램블러 중에서 가장 잘 달리는 버전으로 보면 된다.

시동은 셀프 스타터로 가볍게 걸린다. 두카티 특유의 L트윈 엔진은 건조하고 존재감있는 소리를 낸다. 배기량이 1,079cc로 1리터를 넘고, 실린더당 2개 밸브를 장착했으며 공기냉각 설계인 이 엔진은 두카티스러운 고성능을 추구했다기 보다는 필링을 중시했다. 그건 스로틀을 손에 쥐고 슬쩍 슬쩍 돌려보면 안다. 빠릿빠릿한 수랭 L트윈과 달리 반박자 늦다. 엔진 회전계가 묵직하게 올라갔다 떨어진다.

라이딩 모드는 기본이 Journey(여정) 모드로 되어 있다. 스크램블러다운 감성적이고 독특한 이름인데, 보통의 투어링 모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엔진은 나긋하게 움직이면서도 86마력의 출력을 다 뽑아낸다. 최대 토크는 88Nm으로 배기량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토크가 4,750rpm에서 터진다는 것이다. 공 회전수만 벗어나도 묵직하게 토크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엔진 회전을 낮게 돌리면서도 왈칵 스로틀을 열어 토크를 만끽하기에 좋다. 개인적으로 이런 엔진을 참 좋아하지만 전자식 스로틀로 작동되어 아날로그한 맛은 별로 없다. Active(활동)모드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스포츠 모드로 보면 된다.

스로틀 반응이 날카로워지고 엔진 브레이크도 좀 더 강력하지만 상식선에서 움직인다. 진짜 스포츠 바이크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City(도시)모드는 상상하는대로 가장 얌전하게 움직이고 안전 보조 장비의 개입이 크다.

기본 장착된 올린즈 서스펜션은 온로드에 특화되어 있지만 비포장로 정도는 온로드와 유사한 움직임으로 섬세하게 접지력을 확보해준다. 스로틀을 왈칵 당겨도 뒷바퀴가 토크를 고스란히 받아 힘있게 툭툭 쳐준다. 굳이 고회전을 쓰지 않아도 6단까지 기어를 넓게 쓰며 흥겹게 달릴 수 있다. 저회전 토크가 충분하니 순간 가속이 탁월하고 타이밍 절묘한 추월 상황도 매끄럽게 넘긴다.

두툼한 저회전 토크와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잘 어울려서 리듬감있게 가속, 감속을 반복해도 라이더의 몸에 착착 붙는 맛이 좋다. 스크램블러 800보다 묵직하고 반응이 무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특히 Active모드를 사용하면 이 바이크는 언제든지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수족이 된다.

래디얼 마운트되어 레버 감촉이 직접적이고 섬세한 브렘보 브레이크를 강하게 쥐락펴락해도 앞 서스펜션이 타이어를 잘 눌러준다. 더블 디스크 로터의 제동력은 확실히 스크램블러 800의 싱글 디스크 사양보다 강력하다. 여러모로 1리터급 스크램블러와 고성능 서스펜션의 조합은 온로드에서 이미 100퍼센트 이상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궁금한 점은 스크램블러 본연의 장기인 비포장로 주파력이었다. 그 정도야 스포츠 바이크용 서스펜션으로도 달릴 수는 있지만, 주안점은 얼마나 ‘재밌고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스크램블러 800의 기본 타이어와 같은 피렐리 MT60RS 타이어는 아스팔트와 흙길 모두 상당히 잘 달린다. 1100과의 조합도 역시 좋았다. 적당히 접지력을 갖고 적당히 미끄러지며 누구나 안심하고 갖고 놀 수 있는 스크램블러를 완성하는 데 여전히 큰 공을 세우고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올린즈 서스펜션의 섬세한 댐핑, 타이어의 적당한 접지력, 저회전에서 솔직하게 힘이 나오는 엔진, 그리고 유연한 차체와 가벼운 무게가 절묘하게 하모니를 이루며 ‘아주 재미있는’ 라이딩 경험을 만들어냈다. 더 가볍고 다루기 쉬운 스크램블러 800에 비견해도 될 정도로 기대 이상으로 다루기가 쉽다.

접지력을 잃고 비틀거리더라도 차체는 아주 단순한 움직임으로 반응했고 대부분 읽기 쉬웠다. 그래서 앞에 어떤 길이 나오더라도 움츠려들지 않게 됐다. 1리터급 스크램블러가 이렇게 다루기 쉽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온로드에서 이미 충분히 제값을 치룬 올린즈 서스펜션은 비포장로에서도 부드럽게 움직였고 스크램블러에 딱 맞는 세팅을 가지고 있어 어떤 속도에서도 위화감이 없었다. 오히려 속력을 낼수록 안심될 정도다.

욕심이 나서 임도를 찾아들어갔다. 낙엽이 많았지만 달릴만 했다. 다만 낙엽 아래 감춰진 돌덩이를 밟을 때 차체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서스펜션 작동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기 때문에 큰 돌은 밟고 넘어서지 못하고 옆으로 튕겨냈다. 고른 노면에서는 포장이던 비포장이던 관계없이 잘 달려준다. 스크램블러가 빨리 달릴 수 있는 한계까지 서스펜션이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온로드 와인딩 코스를 달렸다. 타이어의 끝 날은 홈이 없고 접지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구조다. 덕분에 끝까지 기울여서 속도를 내도 미끌거리지 않는다. 물론 두카티 세이프티 팩에 포함된 트랙션 컨트롤이나 코너링 ABS가 역할을 제때 해주기 때문에 한계가 되어도 갑자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일은 많지 않다.

L트윈 엔진의 무게중심은 안정적이기 보다 역동적이다. 코너 입구에서 머리부터 휘감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다른 방식의 설계와 사뭇 다르다. 가장 무거운 헤드가 앞바퀴 바로 뒤에 하나. 연료탱크와 시트 사이에 하나다. 앞바퀴 접지력을 높이는 슈퍼바이크에 최적화된 설계로 온로드 코너링은 역시 과감한 움직임으로 화끈하게 달릴 수 있다. 이건 어느 두카티 모델이나 마찬가지인 특성이다.

다만 스크램블러 특성상 과감함을 좀 줄이고 차체 전체가 기울어 돌아가는 움직임이 가미됐다. 앞 바퀴는 18인치로 뒷바퀴 17인치보다 한 치수 크다. 그런 점이 코너링을 돌 때 궤적을 좀 더 완만하고 컨트롤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갑작스런 움직임이 없는데다, 넓은 핸들바가 작은 힘으로도 기울기를 조절하고 코너 깊이마다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플랫트랙커처럼 몸을 슬쩍 밖으로 빼고 과감하게 기울여도 재밌다. 차체의 여러 요소가 말랑하게 움직이며 밸런스를 잡는다. 이런 점이 바로 온로드에서 스크램블러를 탔을 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주법에 있어서도 원칙을 따지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약간은 헐렁한 움직임을 포용하는 면 또한 스크램블러의 매력이다.

도심에서 타기도 좋다. 일단은 시트가 낮다. 810mm로 신장 173cm 기준으로 양발이 아무튼 바닥에 닿고, 무게가 189kg으로 가벼워 한쪽 다리로 지탱해도 그다지 부담이 안 된다. 시트에 앉으면 약간 솟아있는 계기반 외에는 전방의 개방감도 좋아서 대형 모터사이클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적다.

연료탱크는 단순한 모양이지만 생각 외로 부피감이 있고 용량은 15리터다. 멀리 투어링을 가도 부족함 없는 크기다. 장거리 여행을 떠나면 엔진 회전을 낮게 돌리며 여유있게 국도를 유랑하기 딱 좋다. 그러다가도 가고 싶은 길이 보이면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스크램블러 1100의 매력이다.

스크램블러 1100 스포트는 달리기 성능에 주안을 둔 올리즈 서스펜션을 기본 장비했지만, 스크램블러가 좀 더 헐렁하고 캐쥬얼한 바이크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일반 사양도 크게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크램블러 1100 스페셜은 레트로 느낌을 강조해 말 그대로 특별한 스크램블러의 소유욕을 만족시켜 준다. 다 취향 나름일 뿐 뭐가 낫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가격표는 다 다른 것이 붙어있다.

공랭 2밸브 엔진을 탑재한 덕에 메이커에서 권장하는 서비스 간격은 좀 짧은 편이다. 통상 두카티 수랭 엔진이 정기 점검 15,000km / 밸브 간격 체크 30,000km 인 것에 비해 스크램블러는 12,000km / 12,000km 이다. 다른 두카티 모델보다 좀 더 관심있게 바라봐주어야 하는 모델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그러기에 매력은 충분하지만.

시승을 마치고 시트에 바짝 올라붙은 트윈 머플러를 뒤에서 바라보니 지난 몬스터가 생각나기도 하고 2기통 엔진 설계 특유의 박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이마운트 된 이쪽이 스크램블러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지만 디자인 느낌이야 언제나 그렇듯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스크램블러 1100은 예상외로 훌륭했다. 스크램블러 800이 가진 경쾌한 매력을 거의 다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800이 부족했던 저회전 토크나 묵직한 필링 등을 보완해 레트로 모터사이클의 시선으로 봐도 장점이 많다. 생기발랄한 스크램블러의 역동성 뿐 아니라 모터사이클만의 원초적 매력이나 터프한 필링 또한 잘 버무려 놨다. 

가볍지 않고 젠틀해 보이는 겉모습도 일반인의 시선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반전은 확실하다. 발랄한 이미지를 강조한 스크램블러 800에 비하면 확실히 분위기는 무겁지만, 막상 타보면 참 즐거운 모터사이클이란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사이즈가 조금 달라도 아무튼 스크램블러는 스크램블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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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성진 사진 임성진, 조준우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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