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시장에 불기 시작한 클래식 유행은 예상과 달리 꽤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40~50대 라이더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20~30대 라이더들에게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인 동시에 모터사이클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유행하는 복고의 열풍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날카롭고 뾰족해지기만 하는 최신 모터사이클의 디자인에 대한 반감도 한몫하리란 생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주요 브랜드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완전히 클래식한 모델로 승부를 보는 곳도 있는가 하면 클래식 스타일을 살짝 녹여낸 모던 클래식(혹은 네오 레트로) 스타일로 절충점을 찾은 곳도 있다. 다양한 브랜드들의 경쟁에서 정통 클래식 모델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클래식 모터사이클로 유명한 로얄엔필드에서 제대로 만든 클래식 모델을 출시했다. 바로 로얄엔필드의 역사적인 모델 뷸렛의 이름을 딴 뷸렛 350이 주인공이다. 로얄엔필드코리아는 지난 25일 경기도 광주 한옥마을에서 신제품 뷸렛 350의 국내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뷸렛 초기형

로얄엔필드 뷸렛은 1932년 처음 생산된 모델로, 모터사이클 초창기인 20세기 초중반의 모습에서 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통 클래식 모터사이클이다. 뷸렛이 사랑받은 것은 이동 수단 그 이상의 다양한 활약을 펼쳐왔기 때문으로, 일반도로는 물론이고 험지에서도 뛰어난 주파성을 보여준 덕분에 인도의 군대에서도 뷸렛을 도입했으며, 인터내셔널 식스 데이즈를 비롯한 각종 트라이얼 대회에서의 우승과 함께 맨섬 TT에서 기록을 달성하는 등 다양한 활약을 펼치며 전 세계 100만 명 넘는 라이더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초기에는 500과 350 2개 엔진으로 선보여왔으나 근래 들어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뷸렛 500은 단종 수순에 들어갔고, 이번에 뷸렛 350은 새로운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신형 엔진과 함께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

외형은 전형적인 클래식 네이키드 모델로, 물방울(teardrop) 모양의 연료탱크와 원형 헤드라이트 및 백미러, 스포크 휠, 단기통 엔진 등 ‘모터사이클’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구성 면면을 살펴보면 구성은 현대적임을 알 수 있는데, 브레이크는 전후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에 2채널 ABS를 더했으며, 계기판은 아날로그 속도계 아래로 LCD 창을 더해 연료계 등 주요 정보를 표시한다. 여기에 한국 시장에서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USB 충전 포트가 추가되어 이동 중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충전이 가능하다.

엔진은 메테오와 클래식, 헌터 등의 모델에도 탑재되는 최신의 349cc 공랭 단기통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20.2마력/6,100rpm, 최대토크 27Nm/4,000rpm의 성능을 내며, 강력하면서도 낮은 엔진음에 부드러운 선형의 출력 곡선을 보여준다. 또한 단기통 엔진의 단점인 진동을 상쇄하기 위해 밸런서 샤프트를 더했으며, 최적화된 5단 기어박스를 적용해 우수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브레이크는 앞 300mm, 뒤 270mm 싱글 디스크 구성이며, 서스펜션은 이전 세대 뷸렛보다 더 커진 41mm의 프런트 포크와 듀얼 쇼크 업소버를 조합했다. 타이어는 앞 100/90-19, 뒤 120/80-12 사이즈가 적용되어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하고, 시트는 앞뒤 좌석을 낮은 굴곡으로 구분한 일체형 시트가 적용됐다.

신형 뷸렛 350은 블랙 골드와 스탠다드 마룬, 스탠다드 블랙 3개 색상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블랙 골드가 530만 원, 스탠다드 마룬/블랙은 518만 원이며 3년/무제한 거리 보증이 제공된다. 로얄엔필드는 출시와 함께 투어링 시트, 로우 라이즈 시트, 투어링 핸들바 등 뷸렛 350 전용으로 설계된 9종을 비롯해 총 37개의 정품 액세서리를 출시하며, 뷸렛 특유의 핀스트라이프 디자인을 적용한 헬멧과 의류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뷸렛 350 1호차 구매 고객(왼쪽)과 로얄엔필드코리아 강기향 본부장

출시 행사 진행 이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기존 350 시리즈와 뷸렛 350의 차별점에 대해 아누즈 두아 로얄엔필드 아태지역 총괄은 “엔진은 동일하지만 생김새는 물론이고 타봤을 때의 느낌도 다르다. 단기통 엔진 특유의 진동도 잡아냈기 때문에 주행에서의 질감 또한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뷸렛 350의 매력에 대해 묻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모터사이클로,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구매한다고 봐주시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매력적이면서 심플한 디자인을 갖춘 모델이다”라고 전했다.

로얄엔필드는 이번 뷸렛 350 출시와 함께 ‘뷸렛 메리 잔(Bullet Meri Jaan)’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선보였다. 제목은 힌디어로 ‘뷸렛은 나의 삶/영혼’이라는 의미인데,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온 모델인 만큼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뷸렛이라는 모델이 갖는 상징성을 개성 넘치는 거친 영상미를 통해 보여주었다. 한 모델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초심을, 정체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막 125cc의 벽을 넘어선 2종 소형 취득자라면 클래식한 스타일에 과하지 않은 성능까지 갖춘 뷸렛 350과 함께 ‘모터사이클과 함께 하는 삶’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