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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데일리스포츠, 두카티 슈퍼스포츠 S 시승기
  • 글 임성진 사진 임성진 황호종
  • 승인 2018.06.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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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따라 고유의 색을 잃고 바뀌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변한 것이 장점이 되어 더욱 사랑받는 경우도 많다. 두카티 슈퍼스포츠도 그렇다. 원래 SS 시리즈가 갖는 의미를 넘어 대중성 짙은 스포츠 투어링 바이크로 변모해왔다.

슈퍼스포츠의 역사는 197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Imola(이몰라) 경주에서 사용된 첫 번째 프로토타입 슈퍼스포츠는 750 GT 기반의 엔진과 프레임을 사용했다. 전설적인 레이서 폴 스마트(Paul Smart)가 이 머신으로 우승을 차지해 유명세를 탔다.

두카티는 2년 뒤 양산형 모델을 제작했다. 복잡한 형태의 베벨기어 캠 샤프트로 작동했던 이 모델은 무게 151kg밖에 나가지 않는 스포츠 모델이었다. 도로용으로 합법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정을 했을 뿐 성능만은 순수한 레이서모델과 견줄 수 있었다.

1988년에 발표된 슈퍼스포츠는 851 엔진에서 파생된 Pantah 기반 904cc L트윈 데스모듀에(2밸브) 엔진을 사용했다. 파이프형 트러스 프레임을 뼈대로 한 이 모델은 카지바(Cagiva)의 지원 아래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업데이트를 통해 상품성을 보완해갔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알려진 900SS는 풀 페어링과 하프페어링(CR)으로 나뉘어 팔렸다. 이 모델은 국내 중고시장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만큼 유명했다. 92년에는 지금의 초경량 모델 슈퍼레제라와 같은 어원인 Superlight 버전이 추가되어 라인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슈퍼바이크와 네이키드인 Monster(몬스터)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SS는 컬러 변경 등 소소한 변화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99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전면 감행해 2007년까지 생산되었지만, 타기 쉬운 몬스터나 극단적인 성능을 추구한 슈퍼바이크 라인업에 비해 빛을 보지는 못했다. 최종적으로 2007년에 1,000cc 버전을 마지막으로 단종되어 슈퍼스포츠(SS)라는 이름을 더 볼 수 없었다.

그러다 2016년 독일 모터사이클 쇼 Intermot(인터모트)에서 부활한 슈퍼스포츠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스크램블러나 멀티스트라다의 대중성을 고민한 틈새시장 공략 모델 중 하나로, 슈퍼바이크의 스파르탄 성향을 부드럽게 조율한 일종의 스포츠 투어링 라인업이 필요했던 두카티에게 슈퍼스포츠 라인의 부활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새로운 슈퍼스포츠는 하이퍼모타드 939가 사용하는 Testastretta(테스타스트레타)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며 데일리 슈퍼스포츠를 지향하는 일명 ‘F차’ 포지션을 가졌다. 차체는 풀 페어링으로 뒤덮었으며 표준버전과 S버전으로 나뉘어 사양을 구분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Supersport S(슈퍼스포츠 S)다. 이 모델의 메인 컬러는 두카티 슈퍼바이크 메인컬러인 이탈리안 레드가 아닌 ‘Star White Silk(스타 화이트 실크)’다. 레드 컬러 휠과 조화를 이루는 이 바디 컬러는 얼핏 무광 흰색으로 보이는 독특한 느낌으로, 슈퍼바이크 파니갈레 959나 몬스터, 멀티스트라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신차 계약 시 전통적인 레드 컬러보다 인기가 높을 정도로 성공적인 컬러다.

시승차인 S 버전은 표준 사양에 비해 다양한 부분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부품이 적용됐다. 하지만 계기반은 그대로다. 단출한 단색 액정에 디지털로 표시되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S 버전에는 TFT 풀컬러 계기반이 차별 적용되는 멀티스트라다 라인과는 달리 표준사양 슈퍼스포츠와 차이가 없는 점은 S 버전을 선택하는 이에게 아쉬울 수도 있겠다. 시인성에는 문제가 없고 구성도 단순해서 불만은 없으나 화려한 겉모습에 비하면 수수하다.

시트에 착석하면 알칸타라 소재의 표면이 엉덩이에 착 달라붙는다. 이 점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승하는 동안 하체에 낭비되는 지지력없이 편안하게 스포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근간이 됐다.

핸들바를 쥐었을 때 상체 자세는 슈퍼바이크보다 훨씬 릴렉스하고, 몬스터의 파이프 핸들보다도 편안한 느낌이다. 분리형(세퍼레이트) 핸들바가 착석위치와 가깝기 때문에 핸들 조작하기가 쉽고 팔이 짧은 체형이어도 부담이 적다.

스위치 뭉치에는 주간표시등(데일라이트) 온/오프 스위치나 해저드(비상등) 스위치, 모드 변경 스위치 빼면 특별히 습득할 것이 없을정도로 단순하다. 버튼 터치감은 부드럽고 동선 배치도 간결해 손가락이 크게 움직일 일이 없어 좋다.

시동을 켜면 건조하고 투박한 L트윈 엔진음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두 발로 뻗어나온 배기 파이프는 순정 사양인데도 고동감이 적잖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깊은 울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슈퍼스포츠 S를 시승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을 앞서 고백하자면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스포츠라이딩이 고려되지 않은 풋 스텝 포지션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라이딩에 필수적인 힐 가드는 너무 작다. 왼편의 경우 발끝을 스텝에 얹어 적극적인 포지션을 잡으면 뒤꿈치가 허전하다. 안쪽으로 힘주어 뒤꿈치를 조이면 체인가드와 간섭된다. 와인딩로드에서 바쁘게 좌/우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하중이 크게 실리는 부분이라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또 하나 있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도 무릎으로 조이는 부분은 트러스 프레임의 접합부에 닿기 때문에 무릎 보호대가 있는 라이딩 기어가 아닌 이상 니 그립을 강하게 조이면 아프다. 시승차는 액세서리로 자리를 메워 보완해뒀다. 일상에서 온몸에 힘 빼고 편안하게 탈 것이라면 상관없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 라이딩이 모토인 두카티이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것이다.

1단부터 엔진은 매우 부드럽고도 묵직하게 밀어붙인다. 가볍고 경쾌한 이미지와 다르게 엔진은 온순하고 진중하다. 2,000rpm 전후로도 스로틀링없이 출발 할 수 있으며 3,000rpm을 넘으면서 가속력이 붙기 시작한다.

의외로 놀란 것은 DQS의 절묘한 세팅이다. 일상영역에서의 활용을 염두에 두었기에 낮은 회전수에서도 부드럽게 변속되는 점은 예상했던 터, 하지만 풀 스로틀 최고회전 근처에서 변속해도 매끄럽게 가속력이 이어지는 것은 인상적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기 마련인데 둘 다 어느정도 만족하니 놀란 것이다. 퀵 다운쉬프트도 실수없이 말끔히 처리하고 이 역시 3,000rpm 전후의 낮은 회전에서도 자연스럽게 블리핑하며 변속한다.

전반적으로 일상영역에서도 잘 작동하는 엔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속이나 감속 과정에서 4기통 같은 부드러움에 다시 한 번 놀랐다. 5,000rpm부터 9,000rpm 사이에 해당되는 소위 ‘중간영역’에서의 토크감은 아주 상쾌하다. 스로틀과 손목이 그대로 연결된 느낌이고, 연료분사는 과장없이 정확하다. 이런 부분은 일제 모터사이클에서 나오는 특성인데, 아무래도 일상 친화적인 스포츠를 추구하다보니 이렇게 순종적인 세팅으로 귀결된 듯하다. 아무튼 다루기 매우 쉽다.

핸들 높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Foresight(F포지션) 세팅인데 이 때문에 60km/h 전후의 저속 핸들링이 매우 간편하다. S모양의 숏 코너가 반복되는 도로에서 특히 빛난다. 하중이동에 불필요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부드럽게 돈다. 단, 시선만 줘도 가볍게 코너를 파고드는 오버스티어 성향은 아니고 ‘조작하는 맛’을 추구하는 두카티 슈퍼바이크 특성이 연결되어 있다. 핸들링 특성을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갑자기 블라인드 코너가 등장해도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든 돌아나갈 수는 있지만, 만약 적극적으로 자세잡고 돌진하면 파니갈레 슈퍼바이크 못지않은 즐거움을 준다는 것.

엔진 파워는 충분하다. 물론 파니갈레 슈퍼콰드로 엔진처럼 리미트 무시하고 무작정 쏘아부쳐도 마치 무저항인 것처럼 쭉쭉 가속하는 정도는 아니다. 937cc 테스타스트레타 11도 엔진은 퓨어스포츠 엔진이 아니다. 압축비 12.6:1의 섬세한 엔진이지만 6,500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는, ‘로드 스포츠’에 적합한 엔진이다. 토크는 거의 10kgm에 가깝지만 포지션이 편하고 다루기가 쉽기 때문에 언제든지 풀 가속해도 여유가 남는 장점이 있다.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퓨어스포츠 모터사이클이 가질 수 없는 장점이다.

데일리 스포츠부터 스포츠 투어링이 주목적인 만큼 톱기어 크루징 상황을 만들어봤다. 약 3,000rpm이면 시속 80km를 유지할 수 있다. L트윈 특유의 살아있는 듯한 엔진의 고동감을 느끼면서 먼 산 바라보고 느긋하게 달릴 수 있다. 로드 스포츠 바이크를 즐기는 이들 특성상 와인딩 로드를 만나면 ‘어택’모드로 바뀌지만 가끔은 이렇게 스포츠 바이크답지 않게 여유부리는 것도 어정쩡한 이 장르만의 매력이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올린즈로 무장했다. 고속에서의 피드백이 매우 명료하다. 그런데 라이딩 템포를 늦추면 늦출수록 진가를 못 보여주는 느낌을 받았다. 풀 스로틀, 풀 브레이킹으로 숨가쁘게 달리면 접지감이 또렷해지고, 속도가 오를수록 오히려 안심이 되는 세팅이다. 일상 속도에서는 표준사양 서스펜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레이크는 Brembo(브렘보) 모노블록 래디얼마운트 M4-32 캘리퍼 사양으로 조작감은 나무랄 데 없다. 특히 고속에서 급제동시 신뢰감이 있었으며 저속에서도 민감하지 않아 다루기 좋았다. 뒷 브레이크는 적은 힘으로도 쉽게 뒷바퀴를 잠글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들었으며 보조적인 느낌의 슈퍼바이크용 리어 브레이크와는 전혀 다르다. 도심에서 미세하게 속도를 조절하기 좋았다.

라이딩 모드는 세 가지로 작동되며 가장 빠릿한 Sport(스포츠) 모드가 주력이다. Touring 모드는 스로틀 감도가 무뎌지며, 특히 정차 후 출발할 때 민감하지 않도록 의도됐다. Urban 모드는 거기에 출력도 제한된다.

윈드 실드는 두 단계로 움직일 수 있으며 달리다가도 간편하게 한손으로 조작할 수 있다. 워낙 프론트 페어링 높이가 낮기 때문에 큰 영향력은 없지만 사외품으로 교체하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참고로 순정 윈드 실드는 높은 위치에 고정해도 시야를 가리거나 답답하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초기하중, 감쇠력을 모두 조절할 수 있어 변화의 여지가 많다. 본인의 라이딩 스타일에 맞게 바꿀 수 있고 다양한 액세서리를 통해 좀 더 투어링 성향으로, 혹은 스포츠 성향으로 포커스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슈퍼스포츠 S는 올린즈 서스펜션이나 DQS 등 달리기 성능 위주의 고급 파츠가 추가되어 가치를 더욱 높였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보통의 라이딩 환경이라면 표준사양도 모자랄 것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랙 라이딩이나 고속 스포츠라이딩을 선호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S가 어울린다.

정차 시 허벅지로 전달되는 L트윈 실린더의 뜨거운 엔진 열기를 경험해보면 한편으로는 무더운 여름이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모터사이클을 평가할 수는 없다. 아무리 일상속의 스포츠를 추구한다고 해도 두카티는 두카티다. 빠르고 짜릿하게 달리고자하는 브랜드의 포커스는 그대로다.

다만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지 대중성을 위해서 본질을 희석하겠다는 의도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두카티가 생존하는 방법이고 지금껏 열정적인 스포츠 라이딩 브랜드 이미지로 유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카티식의 라이딩 맛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굳이 무언가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것. 오랜 역사 속의 모델 Supersport를 꺼내든 두카티의 심정 또한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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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성진 사진 임성진 황호종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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