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페어링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은 커스텀 세계에서 매우 드문 작업대상이다. 전반적으로 스포츠 바이크는 스탠다드 또는 네이키드 바이크처럼 거칠어 보이는 외관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플라스틱으로 만든 페어링은 보기 흉한 배선과 전자 부품을 숨기기 때문에 이것들을 처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의 PRAËM은 다른 방식으로 슈퍼스포츠만의 개성을 부여했다.

이들이 만든 커스텀 모터사이클은 슈퍼바이크에 믿기 어려울만큼 장인정신을 쏟아부은 ‘SP3’이다. 베이스 모델 또한 보통의 시판 모델과 달리 의미가 깊다. 2000년대 초반 WSBK를 호령했던 혼다의 호몰로게이션 슈퍼바이크, RC51(VTR1000 SP)이 그 바탕이다.

Sylvain과 Florent Berneron이 이끄는 모터사이클 수제 커스텀 회사 PRAËM은 이 세계의 엘리트 중 하나다. 이 회사는 2014년에 처음 등장했다. 사실 둘 모두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산업 분야의 경험자들이었다. Florent는 전직 프랑스 군 항공기 정비공이었고, Sylvain은 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은 후 BMW Motorrad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경험을 연마했다.

이 곳에서 형제는 함께 공장 프로토 타입에 필적하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탁월한 디자인, 최고 수준의 제작 품질 및 노하우은 커스텀 모터사이클을 단 몇 대 만든 것 만으로도 사람들이 인정하는 엘리트가 됐다. 최근에는 PRAËM의 커스텀 BMW S1000RR이 소개되면서 더 큰 지지를 얻고 있다.

WSBK(World Superbike Championship)에서 1리터 크기의 V트윈 엔진을 허용하는 규칙을 변경한 후, 혼다는 999cc, 90도 DOHC V형 2기통 엔진의 RC51(VTR1000 SP)을 개발했다. 레이서 콜린 에드워즈(Collin Edwards)는 1세대 RC51(SP1)을 타고 챔피언 타이틀을 따면서 당시 강자로 군림했던 V트윈 슈퍼바이크 경쟁자 두카티를 제압할 수 있었다. Edwards의 우승 후 혼다는 133마력의 초기형 SP1 머신을 더욱 세련되게 만들었는데, 이는 SP2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Berneron 형제는 SP2야 말로 본인들의 커스텀 슈퍼바이크 철학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Berneron 형제는 먼저 차체와 조명을 제거한 2002년형 RC51을 커스컴 베이스로 준비했다. 원래의 모양과는 확연히 달라질 새로운 디자인은 RC51의 색다른 지오메트리를 필요로 했다. 형제는 꼼꼼하게 기계를 꼼꼼히 살펴본 후 2기통 엔진에서 후방 실린더가 탱크에 근접하여 발생하는 과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 그 이슈는 RC51 포럼에서 간단히 검색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었다. 그들의 기준에는 새로운 변화를 위해 순정상태의 하드웨어로 작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맞춤형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듯, 첫 번째 단계인 하드웨어의 기계적인 작업을 완료해야만 외장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엔진은 완전히 재구성됐다. 티타늄 밸브, 가벼운 크랭크, JE 고압 피스톤, 튜닝된 실린더 헤드, 파워 커맨더, 램 에어 흡입구, 레이싱 필터 및 스테인레스 파이프가 있는 티타늄 헤더를 사용하여 더욱 강력한 새 엔진으로 다시 태어났다. PRAËM에 따르면 그들의 RC51는 165마력과 12.74kgm의 토크를 낼 수 있게 됐다. 참고로 순정 상태의 엔진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10.7kgm을 낼 수 있다.

엔진 출력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차체도 보강해야 했다. 20% 이상의 출력 증가를 수용하기 위해 SICOM 탄소 세라믹 디스크가 있는 방사형 CNC Brembo 브레이크를 장착했다. 서스펜션은 Öhlins 유니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면에는 FGR300, 후면에는 TTX36 모노 쇼크를 구성했다.

프론트 엔드는 다양한 CNC 가공 알루미늄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서스펜션 관련 하드웨어를 제외하고 빌드 전체에서 사용된 모든 너트와 볼트는 티타늄이다. 바퀴에는 한 쌍의 ROTOBOX 카본 파이버 휠을 장착해 운동성을 극대화했다. 가벼운 휠과 조화를 이룬 타이어는 Pirelli Diablo Supercorsa SC2 슈퍼바이크용 제품이다.

기본 차체를 완성하고, 마침내 야심찬 디자인의 바디워크를 다룰 때가 됐다. 첫 번째로 시작한 것은 연료탱크다. 손으로 만들어진 12리터의 알루미늄 연료탱크는 순정사양 SP2의 엔진 후방 실린더 과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히 디자인됐다. 또 알루미늄 언더가드와 브러시드 강철 사이드패널이 추가됐다.

HRC가 만든 디자인 구조는 새로운 차체를 수용하기 위하여 경미하게 변경되고, 새로운 테일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 맞춤형 알루미늄 서브 프레임이 제작됐다. 알루미늄 번호판 홀더, 황동 엔진 스포일러, 마그네슘 엔진 커버, 카본 파이버 리어 펜더와 같은 부가파츠까지 일일이 제작했다.

SP3의 가장 큰 특징인 와이어 메쉬를 소개할 차례다. 이 독특한 느낌의 바디워크는 1,000 개 이상의 개별 2mm 스테인레스 스틸로드를 사용했으며 이 작업을 하는 데에만 600시간이 들었다. 먼저 와이어 꼬리 부분을 용접하여 커스텀 알칸타라 안장을 제작했다. 그 다음 철사 형태의 앞쪽 펜더가 만들어졌고 모터사이클 어퍼카울에 장착된 와이어는 주행 시 원하는 밀도의 공기 흐름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간격으로 조정됐다.

전체 와이어 조각 주제는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한국인 작가 박승모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Plexiglas 프런트 스크린은 와이어 바디의 페어링과 조화를 이루었고 알루미늄 브래킷으로 차체에 고정되었다. 매입형 LED 조명은 광량을 확보하기 위해 틈이 비교적 넓은 와이어 구조 아래에 설치됐다.

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Sylvain과 Florent는 거의 1년 동안 총 4,000 시간을 보냈다. 운 좋게도 이들은 태그호이어 브랜드의 ‘Monaco Caliber 11’ 크로노그래프 시계 중 하나를 차체에 매칭시키게 됐고, 브랜드로부터 재정 지원도 받게 됐다.

이 시계는 맞춤 제작한 연료탱크 상단에 알루미늄 손목시계 캐리어를 설치해 탈착할 수 있도록 했다. 두 형제는 모터사이클 커스텀 작업에 시계 브랜드와 협업을 효과적으로 완성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해 했다.

형제는 이 커스터마이징 프로젝트를 ‘그랜드 투어러’로 분류하여 Aston Martin DB9의 이륜 버전으로 빗대었다. "그 자동차는 빠르고 강력하지만 유행을 초월한 우아함을 가졌다."라고 제작자는 말했다. 또 "우리 모터사이클의 목표는 순수한 경주용 슈퍼스포츠 또는 쾌적한 여행용 모터사이클 두 세계 사이에 설 수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PRAËM SP3의 무게는 181kg 이하이며, 원본인 RC51 SP2보다 27kg이나 가볍다. 향상된 성능과 GT의 안락함을 가졌음에도 이 모터사이클은 아마도 맘편히 타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제작이 완료된 지 몇 달 후, 파리 Grand Palais의 Bonhams 이벤트 경매에서 약 120,000~180,000달러(1억 2700~1억 9100만 원)의 예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모터사이클은 흔치 않다. SP3는 원형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외모를 가졌으며, 외모에 그치지 않는 다양한 구조적 해결방안을 통해 둘도 없는 개성을 가진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슈퍼스포츠 머신의 원래 목적인 속도의 한계를 넘는 것이 아니라 모터사이클이 끌어낼 수 있는 예술적 가치의 한계를 넘어선 독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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