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결실을 거두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i30의 고성능 버전인 i30N의 출시를 앞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출시 전 홍보와 사전 검증의 일환으로 5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열리는 ‘ADAC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i30N 레이스카로 출전했다.

현대자동차의 i20 WRC 랠리카가 양산차의 외형을 쓴 초고성능 레이스카라면, i30N 프로토타입 뉘르부르크링 레이스카는 시판 차량을 바탕으로 꾸민 차다. 또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서킷의 특징이 ‘공공도로’ 주행과 흡사한 조건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대자동차가 i30N을 테스트하기 위한 무대로 뉘르부르크링 24시를 선택한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뉘르부르크링 24시의 우승 같은 타이틀이 목표였다면 현대자동차가 i30N을 투입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뉘르부르크링 24시에 1.0리터-2.0리터 터보차저 엔진 차량의 SP3T 클래스에 출전했고, i30N 레이스카의 기본 성능이 시판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i30N 레이스카는 시판 차와 동일한 사양의 2.0리터 터보차저 엔진에 6단 매뉴얼 트랜스미션을 장착했고, 차체는 FIA가 승인한 롤 케이지와 소화기, 싱글 시트를 장착했으며 외부에는 다운포스를 추가하기 위한 스플리터와 리어 스포일러를 달았다. 또 타이어와 브레이크는 레이스용 제품을 장착했다.

물론 시판차와 비교하면 많은 튜닝이 이루어진 것이 맞지만, 그럼에도 레이스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차체를 사용한 것이 아닌, 양산모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현대자동차가 뉘르부르크링 영상을 이용한 프로모션 등을 시작했을 때, 해외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던 반면, 국내에서는 ‘보여주기식’ 광고라는 비판도 많았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뉘르부르크링 24시 참전 관련 글에는 ‘엔진은 구멍나지 않았느냐’는 식의 비방 덧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i30N은 뉘르부르크링 24시를 완주했다. 단순히 참가에 의미를 둔 정도가 아니다. 현대 i30N은 92번, 95번 2대의 레이스카가 출전했고, 두 대 모두 해당 출전 클래스의 상위에 올랐다.

성적만을 본다면 토요타-가주 레이싱의 렉서스 RC와 LMS 엔지니어링의 아우디 TT가 145랩을 돌았고, 현대 모터스포츠의 i30N 92번 차는 135랩을 돌았다. i30N 95번 차는 레이스 도중의 충돌 사고로 피트로 돌아와 수리를 거쳐 다시 서킷으로 나갔고, 총 109바퀴를 돌며 완주에 성공한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국내 소비자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단순히 허상의 이미지만으로 소비자의 눈을 가리려는 것이 아닌, 잘 만든 차를 준비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에는 응원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변화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가 실력과 진정성 모두 인정받는 자동차 메이커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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