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헬멧 제조사 수오미(Suomy)는 특히, 레이싱 계에서 다양한 부분의 지원을 통해 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다. 국내에도 공식수입처가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라인업 확장으로 구매층도 폭넓게 형성되었다. 

한편 우리는 스포츠 성향의 풀페이스 헬멧인 SR 스포트 모델을 테스트하게 됐다. 직업상 매달 진행해야 하는 시승은 물론 개인적인 투어링에도 써먹어 볼 요량이었다.

SR 스포트는 기본적으로 레이싱 풀페이스 헬멧과 다를 바 없는 구성이다. 유선형 디자인에 공기역학이 적용되어 주행풍을 부드럽게 흘려보내기 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제조사는 고속에서 밀폐성과 차음성이 뛰어나며 높은 안정성과 가벼운 무게를 무기로 삼아 판매하고 있다.

막상 손으로 들어보니 정말 가벼운 느낌이다. 실제 무게는 1,250g으로 트라이카보코(TRICABOCO) 소재로 무게를 줄였다. 케블라와 카본, 화이버글라스, 아라미딕 수지를 합성한 복합소재로 다양한 장점이 있다.

머리둘레 57인 기자는 M사이즈를 선택해 만족스러운 착용감을 얻었다. 가장 우려했던 ‘동양인 두상에 맞는가’는 오랜 시간 착용해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터였고, 볼이나 전면적인 압박감은 있었으나 일정 부분이 압박되지 않고 전 부위가 자연스럽게 조여준다. 내피가 조금씩 얼굴에 익숙해지면서 맞아들어갔다.

기회가 되어 스즈키의 SV650 네이키드 바이크를 타고 시승을 해봤는데, 오랜 시간을 사용했음에도 워낙 가벼운 덕인지 목에 피로감이 거의 없었다. 얼굴에 착 감기는 듯한 밀착감도 좋았고, 내피도 조금씩 숨이 죽어 이제는 얼굴에도 저항감이 없었다.

한 가지, 직업상 자주 헬멧을 벗었다 썼다 하니 부드럽다기보다 쾌적함을 위주로 만든 소재의 내피가 피부를 자극하는 듯싶다. 대신 땀이 나는 환경이나 더운 날씨에는 축축함이 덜해 좋았다.

네이키드 바이크처럼 주행풍을 곧이곧대로 맞아야 하는 타입은 쉽사리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이 헬멧은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없었다. 헬멧 양옆과 머리 위로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고, 머리 뒤로 잡아당기는 와류 현상도 적었다. 이는 속도를 더할수록 장기가 더욱 도드라졌다.

해외로 투어를 갔을 때도 이 헬멧을 사용했다. 편의를 위해 모듈러 헬멧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워낙 가볍고 산뜻한 착용감에 반했던 터라 SR 스포트를 들고 비행기를 탔다. 주행했던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 일대는 기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데다 고저차에 따라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그럼에도 쉴드에 김이 전혀 서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열 성형 폴리카보네이트 쉴드는 기본적으로 스크래치 방지, 그리고 안티 포크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드 안쪽을 헝겊 등으로 거칠게 문지르면 닦여 나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튼 알프스 라이딩 9일 일정동안 단 한 번도 김이 서려 곤란한 경우는 없었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착용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SR 스포트는 독특하게도 볼 내피에 EPS(충격 흡수재)가 포함되어 있는데, 내피를 분리 후 커버 안쪽에 스피커를 설치하면 간단하게 고정된다. 단, 내피 안쪽으로 장착해야 하므로 약간 차음이 돼 볼륨은 한 단계 올리는 것이 좋다.

투어링에서 좋았던 것은 넓은 쉴드의 크기다. 특히 위아래로 면적이 넓어 계기반부터 전방 시야, 그리고 하늘까지 탁 트인 뷰가 투어링에도 꽤 적합한 헬멧이다. 양옆의 시야도 부족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헬멧 쓴 채로 DSLR 뷰파인더를 들이밀고 사진도 찍을 정도였으니 이해할 만 하지 않은가?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쉴드 홀더가 왼편에만 있어 급히 오른손으로 조작하고 싶을 때 곤란하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어떻게든 작동할 수는 있었지만 아쉽다. 쉴드는 똑딱이처럼 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단단히 채워두면 고속에서 열릴 일이 없으며, 차음성이 무척 좋아 고요하다. 함께 했던 투어링바이크는 윈드 쉴드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 데도 헬멧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 소음이 거의 없어서 좋았다.

통풍성은 나쁘지 않았으나 아주 시원한 정도는 아니었다. 턱 부분에 위치한 통풍구는 작으나마 바람이 통과되어 숨통을 트여주었지만 정수리 가운데 부분의 개폐구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으며 오픈 시 소음이 다소 유입됐다. 애초에 투어링 헬멧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SR 스포트는 다양한 그래픽과 컬러가 있다. 우리가 사용했던 제품은 블랙 컬러였지만 화려한 GP 컬러도 있고 카본 제품도 있다. 가격은 60만 원대에서 1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이번 기회에 SR 스포트를 스포츠 주행, 투어링 등 우리가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하면서 무척 만족스러웠으며, 범용적으로 특히 우수한 성능이었다. 마감품질도 훌륭했고 도장상태도 훌륭해 전반적으로 스크래치에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만듦새가 좋은 경량 스포츠 헬멧을 구입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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