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서 쌓은 실력이 현실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까? 사실 답은 이미 예전에 나와 있다. 유명한 사례로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용 시뮬레이션 게임 ‘그란투리스모’의 고수들은 실제 자동차 레이스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닛산과 소니 그란투리스모 대회를 통해 선발된 이들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GT 아카데미’를 열어 현실 세계의 레이스 교육을 한 후, 팀을 꾸려 실제 레이스에 출전했다. GT 아카데미 팀은 FIA 공인 프로 레이스인 ‘블랑팡 GT’의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 GT 아카데미 출신 레이서들은 다른 여러 프로 레이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닛산과 ‘게이머’의 협력은 사실 그 이전에도 있었다. 닛산이 GT-R의 변속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때, 그란투리스모 게이머를 상대로 어떤 인터페이스가 더 빠르고 편한 변속이 가능한지 자문을 구해 실제 차량 개발에 적용한 사례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맥라렌 F1 팀이 나섰다. 맥라렌 F1 팀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게이머’라면 팀의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게임 장비 생산업체인 로지텍G와 함께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맥라렌 F1팀이 게임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단순히 마케팅 때문일까? 물론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자동차 메이커 중에는 콘셉트카를 모터쇼보다 게임에서 먼저 선보이는 곳도 있다. 실제 슈퍼카를 구입할 수 없는 사람도, 게임에서 이를 간접 체험할 수 있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키우게 된다.

물론 맥라렌 F1 팀은 고객의 자동차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을 펼치는 회사가 아니다. 그러나 팀의 인지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서 ‘e스포츠’ 레이싱을 통해 자동차와 F1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다. 

미국에서는 e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야구나 풋볼 같은 현실의 스포츠만큼이나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F1 같은 레이스도 e스포츠를 접목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포뮬러-E와 같은 레이스는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레이스의 결과에도 영향을 준다. 이 같은 소통을 통해 미래의 레이스는 더욱 재미있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프로젝트의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플레이스테이션뿐 아니라 콘솔, PC,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통해 최고의 게이머를 선발할 계획이라고. 그리고 선발된 게이머는 1년간 맥라렌 F1 팀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F1 드라이버를 위한 시뮬레이터가 더욱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레이스 상황을 재현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맡게 된다고. 자동차,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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