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첫 유럽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Jerez 서킷은 1987년 처음 개최 되어 올해로 31년째 연속 개최되고 있습니다. Jerez 서킷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약 600km 떨어진 남부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한 MotoGP 18개의 개최 서킷 중 체코 Brno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이 들어서는 곳입니다.
네덜란드 Assen은 MotoGP가 시작된 1949년부터 개최되고 있고 Assen을 제외하면 가장 긴 기간 동안 개최되는 곳이 바로 Jerez 서킷입니다. 2015년 Race Weekend 기간 중 총 243,570명의 관중이 관람했으며 2009년에는 Jerez 서킷 최다인 무려 263,000명의 관중이 관람했었습니다.

Jerez 서킷은 총 연장 4.423km로 좌코너 5, 우코너 8개로 직선 구간은 0.607km로 길지 않습니다. 서킷은 저속, 중속, 고속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의 레이 아웃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킷 최고속도는 2015년 안드레아 이아노네가 세운 295.9km로 독일 Sachsenring 298.2km, Misano 299.5km와 함께 최고속도 300km가 넘지 않는 서킷이며 18개 개최서킷 중 최고속도가 가장 느린 곳이기도 합니다. 코너 위주의 서킷이다보니 평균 속도 역시 159.3km로 Valencia 156.7km에 이어 평균 속도가 가장 느립니다.

Overtaking Hotspot은 T1, T6, T13 코너 등입니다. 서킷의 폭이 넓거나 코너와 코너사이가 길지 않기 때문에 추월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와 예선 성적이 무척 중요한 편입니다. 특히 Jerez의 마지막 코너는 ,두한과 끄리비에, 로씨와 지베르나우, 로렌조와 마르케즈, 로렌조와 페드로사의 추월 장면으로 유명한 코너입니다. 이 코너는 Jorge Lorenzo로 명명되었습니다.
2016년 Crash는 T6 16회, T2 15회였으며 총 63회로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전도가 발생했습니다. 결승 레이스는 MotoGP 클래스 총 27랩 119.4km, Moto2 클래스 총 26랩 115km, Moto3 클래스 총 23랩 101.7km를 주행하게 됩니다.

 

MotoGP Qualifying

제3전 스페인 Jerez전 예선에서는 Repsol Honda의 대니 페드로사(Dani PEDROSA)가 폴포지션을 차지 했습니다. 페드로사는 FP1, 2, 3세션에서 1위를 했을 만큼 페이스가 좋았습니다. 특히 FP1 세션은 Wet 컨디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위를 한 것인데요. 일단 이번 Jerez에서 Michelin 타이어의 성능(접지성능)이 많이 향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으로 Honda는 초반에 고전하다 Austin전에서 마르케즈가 우승하고 유럽 그랑프리로 돌아오면서 RC213V의 성능이 향상되고 있는 것입니다. 
페드로사에 의하면 엔진, 섀시 모두 좋아졌고 거기에 타이어까지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초반 나름 걱정했던 매버릭 비냘레스의 독주는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페드로사는 1'38.249로 폴포지션을 차지했는데요. 다른 혼다 라이더와는 다르게 Front Medium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Rear는 대부분의 라이더가 Soft 컴파운드를 선택했구요. 마르케즈, 크러치로우 등은 Front Hard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2015년 로렌조가 세운 서킷 Best Lap 1'37.910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발렌티노 로씨가 폴포지션 랩타임인 1'38.736보다는 0.5초 가량 빠른 랩타임입니다. 이번 페드로사의 폴포지션은 2015년 말레이시아 Sepang전 이후 무려 22경기만이며 클래스 통산 29회, 개인 통산 47회째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예선에서는 Honda 라이더가 1, 2, 3위를 휩쓸었는데요. 2014년 9전 독일 Sachsenring전 이후 처음입니다. 사실 Jerez 서킷은 Yamaha에 유리한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고 결과 역시 그렇게 나오고 있는데요. 굳이 따져보면 Yamaha, Suzuki, Honda, Ducati 순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이의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Q2만 보면 1~3위에 혼다 라이더가 있지만 FP 세션에서는 밀러도 3위 안에 들었고 티토 라밧도 Top10안에 들었습니다. 일단 예선 2위를 차지한 마크 마르케즈(Marc MARQUEZ)에 의하면 올해 사용하는 신형 엔진이 지난해보다 덜 과격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반보다는 더 빠를 수 있는 것이지만 아직 로씨와 마찬가지로 Front 그립에 있어서는 해결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어제 예선에서도 마지막 타임 어택에서 3섹터까지 가장 빠른 기록이었지만 T11~T12에서 Rear가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Honda의 경우 타이어로 인해 고전하는 이유는 RC213V가 Bridgestone에 완전히 포커스를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쉐린이 공급하는 타이어에 당연히 고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바이크를 다시 미쉐린에 맞추어 개발한다는 것은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죠. 일단 마르케즈 말처럼 엔진 캐릭터가 많이 안정되어 있고 크러치로우까지 선전하는 것을 보면 월요일 Jerez 테스트에 투입될 지난해 버전의 프론트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가 앞으로 Honda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꼭 Honda 라이더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로씨와 이아노네도 지난해 타이어를 더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추측하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이아노네가 고전하는 것이 프론트 그립이기 때문에 구형 타이어가 투입된다면 원래 그의 실력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3위는 크러치로우(Cal CRUTCHLOW)가 차지 했는데요. 크러치로우는 세션 종료 후에 벌이 슈트 안으로 침투해서 크러치로우의 가슴 쪽을 쏘였는데 가슴에서 왼쪽 팔로 가는 바람에 벌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Parc Ferme에서는 슈트를 벗어서 벌을 잡는 모습도 보였죠. 정말이지 뭘 해도 너무 웃긴 크러치로우입니다. 4위 비냘레스, 5위 이아노네, 6위 자르코, 7위 로씨, 8위는 로렌조 순인데요. 특히 이번 FP 세션에서는 호르헤 로렌조의 활약이 매우 돋보였었습니다. Wet 컨디션이던 FP1 세션에서 9위, Dry 컨디션이던 FP2 세션에서 4위, 예선보다도 더 박진감 있고 정말 치열했던 FP3 세션에서는 2위를 한 것입니다.
일단 로렌조(Jorge LORENZO)는 GP17의 시트고를 낮추었고 Yamaha에 있을 때는 전혀 사용하지 않던 리어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카타르 Losail에서도 사용을 하기 했지만 익숙치 않았기 때문에 레이스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전에 포스팅 했지만 로렌조와 비냘레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프론트 하중과 리어 브레이크 사용유무였는데요. 이제 로렌조가 자신의 라이딩 스타일에 없던 리어 브레이크 사용으로 변화를 주었다는 것입니다. (비냘레스는 풋 브레이크를 사용하지만 로렌조와 도비지오소는 좌측 핸들에 있는 리어 브레이크 레버 -일명 Thumb Brake-를 사용)

일단 리어 브레이크를 사용하게 되면서 브레이킹 시에 팔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들게 되고 하중 역시 급격하게 이동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Jerez에서는 로렌조가 타이어에 대한 불만이 없었다는 것이 상당히 기대를 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매번 말씀드리지만 로렌조가 타이어에 불만을 가지게 되면 그 레이스에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었는데요. 이번에 비록 예선 8위를 했지만 스타트만 괜찮다면 상위권 경쟁도 해볼 만하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15년 전 바로 이날 125cc에 데뷔했고 홈 레이스이기 때문에 안정감과 자신이 강한 서킷이기 때문에 자신감도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로렌조 팬은 로렌조의 Top5 진입을 응원하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KTM은 예정대로 이번 Jerez에서 빅뱅 엔진을 투입했는데요. 폴 에스파가로에 의하면 자신은 M1보다 RC16이 더 잘 맞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엔진 출력이 다른 바이크에 비해 약해서 저조한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빅뱅 엔진에서는 폴 에스파가로가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능향상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지만 Suzuki 복귀 때의 페이스와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Aprilia는 신형 페어링을 선보였습니다.
Ducati의 획기적인 다운포스를 줄 수 있는 페어링을 샘 로우스가 사용했는데요. 효과가 미미한 듯 합니다.

 

MotoGP RACE

유럽 그랑프리의 스타트는 관중이 두 번째로 많이 들어서는 스페인 Jerez 서킷에서 시작됩니다. 이날 기온은 28도, 노면 온도는 41도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올해부터는 미쉐린이 Front, Rear 각 세 가지의 컴파운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라이더의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결승에서 어떤 컴파운드를 선택할 지에 대해 고민을 안겨줬습니다. 지난해보다 타이어의 그립은 더 좋아지기는 했으나 라이더나 바이크에 따라 격차가 심하게 나는 편입니다. 월요일에는 Jerez에서 공식 테스트가 실시되는데 지난해 투입한 엑스트라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를 테스트하게 되는데요. 5전 프랑스 Le Mans전에 공급 여부는 아마도 라이더의 피드백 이후에 결정될 것 같습니다.

이번 결승에서는 지난 레이스에 비해 타이어 선택이 단조로웠습니다. 우선 Front는 자르코, 바버라, 폴거, 로렌조만 Medium 컴파운드를 나머지 라이더들은 Hard 컴파운드를 선택했고
Rear의 경우 마르케즈, 크러치로우, 샘 로우스만 Hard, 나머지 라이더는 Medium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마르케즈와 크러치로우는 마치 서로 짠듯이 타이어 선택이 매 레이스마다 동일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른 라이더보다 Harder한 컴파운드를 선택했고 한 명은 실패, 한 명은 성공의 결과를 내었습니다.

Jerez 서킷은 전도가 많은 편인데요. 2003년 노면 리노베이션을 하고 현재까지 13년간 수정되지 않고 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노면이 상당히 미끄럽고 수준급의 그립을 얻기가 매우 힘든 편입니다. 이번에도 전도가 상당수 발생했는데요. 특히 FIM의 Safety Officer인 프랑코 운치니(Franco UNCINI)가 Moto2 레이스가 종료된 후 서킷을 점검하기 위해 BMW 세이프티카를 운전 중 T5 탈출하는 부분에서 그립을 잃고 그대로 방호벽으로 돌진했습니다. 운치니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조수석에 탔던 직원은 팔 골절상을 당했습니다. (운치니는 1982년 500cc 월드 챔피언이며 1983년 네덜란드 Assen에서 레이스 중 사고로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었던 라이더입니다. YouTube에서 Franco UNCINI로 검색하시면 당시 사고 영상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T11~T12의 연석(kerbs)은 범프가 심해서 마르케즈, 크러치로우 등 라이더들이 위태위태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Jerez 서킷의 브레이킹 난이도는 총 5단계 중 4단계인 Hard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비슷한 서킷으로는 Aragon, Brno 서킷이 있습니다. 1랩에서 11회의 브레이킹으로 총 33초가 소요되는데요. Austin이 38초, Losail 37초 정도가 브레이킹에 소요되는데
총 랩타임이 2분에 가까운 것을 감안하면 Jerez는 1랩의 랩타임에서 33% 정도를 브레이킹에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브레이킹 난이도가 가장 높은 코너로는 T1으로 281km에서 85km까지 감속, 4.6초간 219m 브레이킹을 하며 브레이크 레버에는 6.9kg의 하중이 걸리게 됩니다.

결승 레이스 스타트. Hard Medium을 선택한 폴포지션 Repsol Honda의 대니 페드로사(Dani PEDROSA)는 역시 강했습니다. 폴 포지션뿐 아니라 FP 세션에서도 최상의 페이스를 보여준 페드로사는 지난해 발렌티노 로씨가 보여줬던 모습과 비슷하게 완벽에 가까운 주행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개인 통산 53승, MotoGP 클래스 30승째를 기록하게 된 것인데요. 또 하나의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것은 바로 16년 연속 1승 이상을 기록한 것입니다. 2001년 데뷔한 이래 2002년 네덜란드 Assen 125cc에서 첫 승을 거두 이후 우승 기록을 이어가는 것인데요. 이는 발렌티노 로씨도 기록하지 못한 것입니다. 

로씨는 1996년부터 2010년까지 15년이고 로렌조가 11년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니 무관의 제왕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수밖에 없는 페드로사의 이런 기록이 대단할 뿐입니다. 페드로사는 올해 월드 챔피언 타이틀 획득을 위한 변화를 주었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크루 치프도 바꾸고 세테 지베르나우(Sete GIBERNAU)를 코치로 영입했습니다. 조금씩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론트 하드 컴파운드로 초반에 강하게 밀어 부친 페드로사의 페이스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마르케즈가 Hard 컴파운드를 장착했기 때문에 자신 나름대로는 타이어 관리를 하면서 주행했다고 하니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지난 2년간 부상의 여파로 전 경기 참전도 하지 못하고 다른 해에 비해 포디엄에 오르지 못한 레이스가 더 많을 정도로 침체기에 있었던 페드로사. 지난해는 불과 세 번의 포디엄밖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나마 산마리노 Misano에서의 우승으로 어느 정도 위안을 삼았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개인적으로 힘든 시즌을 보냈을 겁니다. 포디엄에서 두 눈의 눈물을 훔치던 페드로사의 여린 모습을 보고 감동 받지 않을 MotoGP 팬이 있을까요? 무척 내성적인 성격 탓으로 팬 관리를 잘 못 해서 비난을 받지만 그의 신사다운 본성은 이미 말레이시아 세팡 사건에서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우승은 MotoGP 역사상 통산 3,000회째 레이스였고 페드로사가 역사적인 순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로씨의 우승이 아쉽습니다. 로씨가 만약 이번에 우승했다면 3,000회와 동시에 Yamaha 500회 우승 기록을 세우면서 이미 Honda의 500회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Honda, Yamaha의 500승 기록을 모두 가질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RC213V의 엔진 캐릭터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과 지난 Austin전에서 포디엄에 오른 상승세가 이번 우승에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특히나 Yamaha에 강했던 서킷에서 Honda 라이더들의 선전은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의문점을 남겨 놓고 있는데요. M1이 문제인 것인지 RC213V가 변한 것인지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에 의해 시원하게 밝혀졌으면 좋겠네요. 

지난 레이스 위크 기간 개인적으로 최고의 페이스를 보여준 잭 밀러는 6랩 T1에서 알바로 바티스타와 함께 전도했는데요. 매우 비신사적인 행위를 보여줬습니다. 전도 후 일어나서 바티스타를 밀치고 바이크를 발로 찼는데요. 레이스 디랙션은 잭 밀러의 이런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해 1,000유로의 벌금을 부과 했습니다. 두 라이더가 순위 경쟁을 치열하게 하다 전도했으니 그 마음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실망스러운 행동을 보여준 것입니다.
일단 화해로 마무리되었다고는 합니다만 팬이었던 제 개인적으로는 안티로 돌아설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노후화된 노면의 그립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요. 4위로 주행하던 크러치로우와 폴 에스파가로는 같은 T11에서 전도로 리타이어 했습니다. 이아노네, 라밧 역시 전도 리타이어 했고요.
페드로사의 우승을 가장 힘들게 할 거라고 예상했던 마크 마르케즈(Marc MARQUEZ)는 의외로 자신의 페이스만 유지한 채 2위를 차지 했습니다. Rear Hard 컴파운드를 페드로사와는 다르게 선택한 마르케즈는 오히려 Front 그립이 한계가 있어서 더는 푸쉬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페드로사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고 했습니다. 레이스를 보면 마르케즈가 하드 컴파운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이어 예열을 하는 듯한 모습의 레이스 운영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요. 확실히 페드로사의 페이스가 넘사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레이스에서는 두 개의 감동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페드로사의 눈물이 있고, 또 하나는 바로 Ducati Team의 호르헤 로렌조(Jorge LORENZO)의 포디엄이라는 것입니다. 예선 8위를 한 로렌조는 스타트가 빠르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Front와 Rear에 다른 라이더들보다 Softer한 Medium이라는 도박을 건 것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로렌조의 스타일을 볼 수가 있는데요. 일단 로렌조는 프론트에 하중을 크게 주지 않는 데다 하드 브레이킹을 하지 않습니다. Winglet이 없는 현재의 Ducati GP17은 프론트 하중에 걸리는 다운포스가 지난해에 비해 많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로렌조 입장에서 사실 Hard 컴파운드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도박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선 리뷰에서 "로렌조가 타이어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라고 썼고 충분히 Top5 경쟁도 해볼 만하다고 했는데요. 로렌조=타이어 불만 여부에 따른 성적이라는 공식이 확실하다고 생각됩니다. 로렌조는 정말 차분하게 한명한명 추월하면서 마르케즈와 페드로사보다는 조금 느린 페이스였지만 대단히 안정적인 주행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레이스 Fastest Lap 타임은 로렌조가 2015년 기록한 1'38.735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급격하게 오른 노면 온도가 주범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라이더들 대부분이 타이어의 그립으로 레이스 후반 랩타임이 2초 가량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유일하게 페드로사만이 40초, 41초대를 꾸준히 유지 했습니다. 아무튼 자르코를 추월할 때는 쉽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번 포디엄은 우승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로렌조가 Ducati에서 고전하면서 여러 곳에서 비아냥대고 의심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나온 결과라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로렌조의 성격상 이런 비난이나 비아냥은 귀에 담아두는 편이라서 심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싶구요. 자신이 정확히 15년 전 데뷔했던 곳에서 포디엄에 올랐고 라이딩 스타일까지 바꿔가면서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게 됩니다. 로렌조가 언제 포디엄에 올라서 우승 때보다 좋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이번 로렌조의 포디엄은 Jerez 서킷에서 2011년 니키 헤이든 이후 처음 있는 것이니 Ducati로서도 큰 기쁨일 수밖에 없습니다. 팀 메이트인 도비지오소도 레이스 위크 내내 고전하더니 레이스에서는 5위로 좋은 결과를 내었습니다. 현재 네 경기를 한 시점에 우승자가 세 명이 되었는데요. 지난해 9명으로 역대 최다 우승자가 나왔고 그만큼 레이스의 재미가 정말 대단했었는데요. 올 시즌 역시 지난해 못지않은 박빙의 승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씨, 로렌조, 도비지오소, 칼 크러치로우, 마르케즈, 자르코 등도 우승 후보이고 Wet 컨디션일 경우 지난해 밀러의 우승처럼 의외의 라이더가 우승 목록에 명단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4위를 한 루키 요한 자르코(Johann ZARCO)는 조만간 대형 사고를 한번 칠 것 같습니다. 일단 우연하게도 로씨를 추월할 때는 상당히 거칠기도 하고요. 이번 Jerez에서는 Yamaha 라이더 가운데 가장 빨랐고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다음 레이스가 바로 자르코의 홈인 프랑스 Le Mans입니다. 포디엄? 우승?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Factory Yamaha의 발렌티노 로씨와 매버릭 비냘레스는 사실 Jerez전이 진행되기 전에는
가장 유력한 우승 라이더였습니다. 하지만 두 라이더 모두 침몰했습니다. Front Hard, Rear Medium으로 두 라이더는 같은 컴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비냘레스의 경우 1, 2전에서 보여준 페이스가 온데간데없었는데요. 비냘레스에 의하면 Front 그립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웜업 세션에서는 Rear 스핀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포디엄에는 오를 수 있다고 기대했던 발렌티노 로씨는 비냘레스보다 더 했습니다.

계속해서 로씨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프론트 엣지 그립이 이번에도 문제가 된 것인데요. 이번에는 Medium Rear 타이어의 스핀과 레이스 후반에는 리어에서 진동까지 생기면서 마치 타이어가 뜯어져 나갔을 때의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로씨의 랩타임을 보면 레이스 종반 4~5랩을 남겨 놓고 페이스가 2초~3초까지 늦어졌습니다. 2014년 미국 Austin전에서 브릿지스톤 프론트 타이어가 파손되면서 급격하게 페이스가 늦어졌던 레이스가 떠오를만큼
추월을 허용할 때는 너무 허무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이 두 라이더 모두 정확하게 왜 늦어졌는지에 대해 파악이 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Yamaha가 강한 서킷에서 두 라이더가 모두 타이어로 인해 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레이스를 위해서는 분명히 파악되어야 Honda의 상승세를 막을 수 있습니다. 

다음 레이스는 5월 21일 프랑스 Le Mans입니다. 챔피언십 포인트 1위 발렌티노 로씨 62점, 2위 매버릭 비냘레스 62점, 3위 마크 마르케즈 58점, 4위 대니 페드로사 52점, 5위 안드레아 도비지오소 41점입니다. 2002년 4스트록 머신 도입 후 MotoGP 클래스 이탈리아 95승, 스페인 116승, 호주 41승, 영국 1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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