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서부, 유서 깊은 구시가지의 풍경으로 유명한 도시 르망.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지만, 모터스포츠 팬이라면 24시간 내구레이스로 더 유명한 곳이다. 봄이 되면 고요함은 깨지고 도시는 엔진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 르망 내구레이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르망 내구레이스라고 하면 자동차 레이스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르망에서는 1978년부터 시작해 매해 모터사이클 내구레이스도 함께 개최되고 있다. 올 해도 8개의 모터사이클 브랜드, 총 59개의 팀이 참전해 24시간동안 속도와 내구성을 겨루는 경쟁을 펼쳤다.

내구레이스는 보통의 레이스와는 전혀 다른 규칙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레이스는 제한된 랩을 가장 빨리 도는 것이 승리 규칙이다. 하지만 내구레이스는 일정 시간동안 랩을 돈 횟수로 경쟁하게 되고 가장 많은 랩을 돈 팀이 우승하게 된다. 즉, 가장 빨리 달리는 것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가장 멀리 가는 것이 승리 규칙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구레이스는 일반 레이스보다 많은 것이 고려된다. 빨리 달리기 위한 머신의 성능은 기본이다. 이에 더해서 8시간에서 24시간을 머신트러블과 성능저하 없이 달리기 위한 머신의 내구도가 크게 중요시 된다. 라이더와 크루의 체력도 중요시되며 적절한 교체를 통해 체력 분배, 주유 시간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다. 또한 YZF-R1과 같은 양산차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레이스 머신을 이용해 경주를 펼치기 때문에 성능과 내구성에 있어서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먼저 올 해의 우승팀을 말하자면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일어선 야마하 팀이었고, 2등 역시 야마하가 차지하며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다. 그간 야마하는 르망 내구레이스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가와사키의 13회, 스즈키의 12회, 혼다의 11회의 일본 경쟁브랜드의 우승 기록과 달리 야마하는 오직 3회 우승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16일, 오랜 부진을 깨고 야마하는 압도적인 결과를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번 대회의 야마하는 시작부터 달랐다. 야마하의 내구레이스 공식 팀인 YART Yamaha 팀과 GMT94 Yamaha 팀은 14일에 열린 그리드를 위한 예선에서부터 각 2등, 3등을 차지하며 파란을 예고했다.

그리고 15일 본선 당일, 2, 3번 그리드로 시작한 야마하 팀은 1위와 3위로 자리를 잡았고 근소한 차이로 SRC KAWASAKI 팀이 2위를 지키고 있었다. 경기 시작 4시간째부터 경기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SRC KAWASAKI 팀의 페이스가 다소 주춤하며 GMT94 Yamaha 팀이 2등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초반에 두 야마하 팀은 1, 2위를 차지하게 되며 우세를 보였고 경기 양상은 후반까지 계속됐다.

두 팀은 경기 21시간째까지 동일한 랩을 달리며 나란히 선두로 달렸고 YART Yamaha 팀이 아주 근소하게 앞서나가고 있었다. 균형이 깨진 것은 22시간째, GMT94 Yamaha팀은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데에 반해 YART Yamaha 팀은 속도가 다소 수그러들어 GMT94팀이 한 바퀴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YART Yamaha팀이 분주하게 쫓아가기 시작했지만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고 결국 GMT94 Yamaha팀이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다.

야마하의 두 팀 모두 최종 결과는 860바퀴, 아주 근소한 차이로 1, 2위가 나뉘게 되었다. 2위인 YART Yamaha 팀과 3위의 SRC KAWASAKI 팀과의 격차는 12바퀴까지 차이나며 2017년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는 야마하의 완승으로 종료되었다. 

이번 경기에서 야마하의 성과는 아주 눈부시다. 기존 성적은 많이 뒤처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고 르망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던 스즈키와 가와사키를 제압한 성과를 보여주며 팀워크와 YZF-R1의 스피드 및 내구성을 증명한 경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