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의 로고는 없지만 영락없는 미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동글동글한 두 개의 라이트와 그릴이 귀여운 표정을 만들어내는 앞모습, 옆에서 보아 중절모를 닮은 실루엣의 콤팩트한 차체, 살짝 물 빠진 듯한 컬러까지 영락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차다.

하지만 날개 달린 MINI 로고 대신 마름모꼴의 유니언잭 엠블럼이 붙어있고, 중앙에는 ‘데이비드 브라운(David Brown)’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미니의 새로운 튜닝 버전일까? 아니다. 더는 생산되지 않는 ‘클래식’ 미니를 재해석한 ‘미니 리마스터드(MINI Remastered)’라는 이름의, 엄연히 오리지널 미니와는 다른 자동차다.

데이비드 브라운 오토모티브(David Brown Automotive)는 얼마 전 클래식 애스턴마틴 DB5를 닮은 스포츠카 ‘스피드백 GT’를 공개해 화제가 된 영국의 작은 자동차 메이커다. 미니 리마스터드 또한 이와 비슷한 차다. 오리지널 미니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새롭게 설계했고, 복고 스타일에 현대 자동차의 기술을 더했다. 리스토어(Restore)가 아닌 리마스터(Remaster)인 이유다. 

자세히 살펴보면 오리지널 미니와 분명 다르다. A필러에서 앞바퀴 휠 하우스 위로 내려오는 판금 연결부 같은 거친 요소는 사라졌고, 그릴의 모양은 조금 더 둥글고 부드럽게 바뀌었다. 분명 자세히 보면 다른 차인데, 감성적으로는 같은 차라고 느껴진다. 이만하면 성공적인 오마주라 부를 수 있으리라.  

인테리어 역시 복고 감성에 충실하다. 이 차를 탈 때는 어쩐지 드레스코드도 2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억지로 즐기려는 복고가 아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자연스러운 여유를 되돌려줄 것 같은 그런 반가운 기분이 든다.

언듯 보기에는 옛날 차지만, 자세히 보면 요즘 차다. 에어컨 완비, 내비게이션도 물론 갖추고 있으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 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자동 연결을 지원한다. 내장재는 오리지널 미니의 그것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미니는 원래 서민을 위한 부담 없는 자동차였지만, 이 차는 오리지널 미니를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만든 ‘기호품’에 가까운 차다. 실용성을 따지기보다 재미와 여유를 위해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차의 고객인 셈.

미니 리마스터드의 제작에는 1,000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로봇이 아닌 사람이 직접 차체를 도색한다. 물론 원하는 컬러로 커스텀 주문할 수 있다. 차체와 루프, 휠의 디자인까지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 조합으로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보닛 아래에는 1,275cc 4기통 엔진이 탑재되며 최대출력 78마력, 최고속도는 시속 145km/h로 0-100km 도달시간은 11.7초다. 스포티한 주행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오리지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운 성능을 내니 충분히 쾌적함을 즐길 수 있으리라. 

미니가 아니지만, 미니의 감성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차의 등장이 반가운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격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5만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돈으로 7,000만 원이 넘으니 결코 넘보기 쉬운 금액은 아니다. 

미니 리마스터드는 영국 실버스톤 인근의 데이비드 브라운 본사에 이 차를 전시할 스튜디오가 마련될 예정이며, 과거 미니의 몬테카를로 랠리 우승에서 영감을 받은 한정모델 또한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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